3/3 페이지 열람 중
엄마가 없다. 엄마는 이제 이 세상에는 없었다. 장례를 치루는 동안, 그리고 그 후에도 계속 머리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 뭐라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귀찮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도 나 같지는 않았다. “유산문제인데...”“이모! 지금 그런 이야기 해야 해요?”“이 바보야. 지금 해야지 그럼 언제 해!”“그래..그건 혜진이 말이 맞다. 재석이 말인데..걔는 혜경이 아이가 아니니까..”“삼촌! 재석이는 우리 동생이에요!”“말이 좋아 그렇지. 피가 섞이길 했어? 혜경이도 살아생전 재석이를 얼마나 싫어했는지 모르니?”“이모..제발...…
“왜 불만 있어?”“으응..아니..”“호호. 그럼 웃어..”“웃.고. 있.잖.아.”여수로 떠나는 길이다. 엄마와 둘이 가고 싶었는데 누나들이 붙었다. 누나들 역시 엄마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큰누나의 경우는 아픈 엄마가 불안했을 것이다. 남자라고는 해도 어린 동생 혼자만 딸려서 보내는 것이 마음이 안 놓여 따라오는 거라 생각하니 아직 어린 내가 한심하다.“호호..”현주누나는 그사이 운전이 많이 능숙해졌다.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 엄마가 웃으며 손을 잡아 준다. 확실히 어른이 편하기는 하다. 차도 가질 수 있고, 운전도 …
오늘 두 번째 하혈을 했다. 그래서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계속 여러 가지 검사를 하라고 시킨다. 하나 검사하고 기다렸다가 결과 나왔다고 하면 의사에게 가고, 또 의사는 다른 검사를 하라고 한다. 서무과에 접수하고 검사실로 가서 기다렸다 검사하고, 다시 의사에게 가서 기다렸다가 진료를 받았다. 이런 식으로 몇 시간을 보내자 화도 나고 초초해졌다. “서혜경씨 들어오세요.”“앉으세요..”“.............”“검사결과...유감입니다만 위암..입니다..”“............그럼..수술을?”“위암은 1기에서 4기로 분류하고 1기는…
남자친구와 데이트 도중 재석의 전화를 받았다. 그 후부터 마음은 재석이를 향해 달려갔고, 몸만 남자친구 옆에 머문다.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슬기에게 했던 말을 자신에게 그대로 해본다. ‘16살 어린애를 상대로 뭐하는 짓이야..정신 차려..’남자가 주는 쾌락은 원하면서 남자 자체는 아주 싫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있었다. 첫 번째 남자는 내가 흘린 붉은 피에 감동해 했었다. 그러나 그건 나에 대한 애정은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나는 숫자에 불과했다. 자신이 먹은 첫 번째 처녀. 몇 번째 여자. 몇 번을 …
아줌마의 말대로 아버지는 구속되었다. 재판에서는 김무식 박석두 두 사람이 주범으로 아버지는 종범으로, 세금포탈과 범죄방조 및 은폐로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개봉 형무소에 수감되었다. “어떻게 알았니?”“아줌마에게 들었어요..”“아..영숙이..그래 잘들 있고?”“네..엄마와 연주누나에게는 알리지 않았어요.”“잘했다.”아버지는 형무소 안에서 오히려 더 건강해졌다. 수영을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담처럼 그 말을 하자 아버지도 맞다 며 웃으셨다. “그녀는 어떻게 됐어요?”“응..떠나보냈다. 잘 살고 있겠지..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