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6 페이지 열람 중
매캐한 냄새와 뿌연 연기. 졸듯이 밝히고 있는 전등불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취해서 흐느적거리는 것 만 같다. 무교동의 한 술집에서 둥근 식탁을 마주하고 앉아있는 강민우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병원 입원실에서 유서연이 떨어트린 사진을 보고 허문한에 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다.그래서 강민우는 유서연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서연은 허문한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지 않으려 한다. 벌써 술을 마시기 시작한지 한 시간이 지나고 있다. 그렇다고 강압적인 방법을 쓸 수도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화장실에 갔던 유서연이 …
혼자가 된 강민우는 TV 리모컨을 켰다. TV채널을 이리저리 바꾸다가 뉴스 화면이 바뀌고 추적60분 프로그램의 사이비 신흥종교에 대한 고발이 재방영되고 있었다. 사이비 종교 단체에 억류되었다가 탈출한 여인의 모습이 모자이크 처리되어 나왔다. 방송국 PD를 마주하고 앉은 여인이 흐느끼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학자금을 마련하려고 물건을 파는 회사에 들어갔어요.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빚더미에 앉게 되고 너무 힘들었습니다. 월급을 많이 받으려면 조장으로 직급이 올라가야하는데 조장이 되려면 판매원을 열 명 확보해야 돼요. 그러나 조장이 되…
이진아는 곽춘호와 주승균의 대화중에 박종규가 폭력배 조직 보스가 되었다는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 부산으로 내려와 술집종업원을 가장하여 알아 본 결과 털보파의 보스가 박종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항상 부하들의 호위를 받고 있는 박종규를 혼자서 처치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이진아는 털보파와 세력다툼을 하고 있는 영도파의 힘을 빌리고자 생각한 것이다.힘을 자랑하는 남자일수록 여자에게 충동적인 유혹에 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진아는 영도파의 보스 전석도를 유혹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진아는 박종규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
수사요원들이 강민우의 호출기와 지갑 등을 압수하고 겉옷을 벗겼다. 그리고 희미한 전등불 밑에 강민우를 의자에 결박하였다. 수사요원들이 나가고 잠시 후 감찰실의 홍실장과 인상이 험악한 요원 한명이 들어왔다. 홍 실장도 그렇지만 악랄한 고문으로 유명한 김창기 요원이었다. 홍 실장이 강민우 앞에 버티고 섰다.“협조를 잘하면 빨리 끝낼 것이다.”“오민국 차장을 만나게 해주시오.”“이곳에 들어오면 직위도 직책도 없다는 것을 잘 알 텐데.”“이유를 알아야 할 것 아니오?”“강민우! 당신 JRS 멤버이지?”“난 그런 거 모르오.”“처음부터 이러…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경기도 부천시 부평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도로 옆의 뉴욕제과점 안에서 강민우는 이진아의 생모인 이미연과 탁자를 마주하고 있었다. 강민우가 토마스 박을 통해 이진아와의 만남을 주선 한 것이다. 제과점 입구의 탁자에는 이미연을 호위하고 온 토마스 박과 미군 CIA요원이 저리를 잡고 앉아 있다.이미연의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수시로 핸드백을 열어 화장을 고치기도 하고 출입구를 주시한다. 빗줄기는 점점 가세져 도로에는 뿌옇게 비 먼지가 올라오고 사람들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부둣가가 멀지 않은 인천의 외곽지대, 굵은 눈송이가 떨어지고 있었다. 시야를 가리는 함박눈이었다. 도로를 지나는 사람들은 종종걸음을 치기도 하지만, 개들은 꼬리를 흔들며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개들이 눈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사물의 움직임에 민감하고 자극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따금 부둣가에서 울리는 뱃고동소리가 이국적으로 기분을 만든다.대로변의 다방에서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한적한 다방이지만 이따금 몰려드는 손님들이 다방 안을 시끌벅적하게 만든다. 주로 배달을 많이 하기에 손님들이 몰려 나간 다방 안은 조용해졌다. …
곽춘호의 시신을 들여다보던 강민우는 섬뜩해져서 오싹하고 소름이 끼쳤다. 곽춘호의 얼굴과 몸에 문신을 하듯이 칠해진 검은 립스틱! 이진아를 떠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최중혁이 전화를 받을 때 들리는 목소리도 떠오른다. 밀짚모자를 쓴 여자가 목장에서 나갔다는 말! 그렇다면 밀짚보자를 쓰고 달아난 여자가 이진아란 말인가. 강민우는 부정하고 싶었다.두리번거리던 강민우의 시선이 화장대위에 놓인 오디오를 향했다. 진열장과 화장대 서랍을 뒤지던 조경정이 무심코 오디오를 손으로 만졌다. 지나치려던 조 경정이 멈추어 섰다. 따뜻한 온기를 느낀 조…
곽춘호의 억센 팔에 안긴 이진아는 고무장갑을 낀 채 싱크대를 붙들고 어찌해야할지 고심하였다. 거실에서 울리던 전화벨 수리가 끊어졌다. 얼마든지 뿌리칠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는 자신감이 있지만 아직은 곽춘호를 통해 알아 낼 것이 많았다. 곽춘호의 손길이 팬티 속을 더듬는 순간 다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진아의 팬티 속에서 손을 빼낸 곽춘호가 입맛을 다시며 돌아섰다.“이런, 제기랄........”“누구시오?”곽춘호가 거실로 나가서 전화를 집어 들고 큰소리를 질렀다. 다행이라고 생각한 이진아는 곽춘호가 통화하는 전화소리에 귀를…
노을도 사라진 군산의 바닷가 외항의 항구에는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여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외항에는 정박해있는 외국선박 몇 척이 작은 섬처럼 떠 있었다. 항구로 들어오는 도로와 도심지로 빠지는 길목에는 검문소와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있고 정복을 한 경찰과 사복형사들이 잠복근무를 하고 있었다.관음사 방향에서 전조등을 켠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검문소 앞으로 다가와서 멈추었다. 구급차의 운전석 유리창이 내려지고 흰 가운과 마스크를 구급대원이 다가오는 검문경찰에게 증명서를 내보였다. 검문경찰이 증명서를 받아들고 손전등으로 비추어 확인한…
신경세포가 한곳으로 몰린 그녀의 혀가 강민우의 입속으로 강하게 빨려 들어갔다. 나희는 온몸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정열적인 키스를 하는 그의 손이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민우의 손가락 사이에 끼인 젖꼭지가 방향을 잃고 몰려다니다가 돌기를 일으키고 곤두섰다. 입술과 젖꼭지를 애무당하는 나희는 아늑한 희열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려갔다.“민우 씨! 사랑해요.”“나희! 사랑해.”타액을 들이마시고 입술에서 떨어진 강민우의 혀가 그녀의 귓바퀴에서 목덜미로 훑어 내려가면서 더운 열기를 불어 넣었다. 남자의 뜨거워지는 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