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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는 애시 당초 존재하지도 않았었단 말이야, 이 자식아..”나는 형이 무슨 말을 하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무슨 말이야, 형. 바로 며칠 전까지도 나와 함께 있었는데...”형은 내 책상 앞으로 척척 걸어가더니 내 서랍을 꺼내서 엎어버렸다.미호의 편지들이 바닥에 우수수 쏟아졌다.“잘 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봐...”“이거 미호가 보낸 편지들이잖아...”형은 거친 동작으로 미호의 편지 몇 장을 집어 들었다.“이게 미호의 편지라구? 눈이 있으면 좀 봐라...우체통에 꽂혀 있던 찌라시들 니가 가져온 거잖아...”“무슨 소리…
“그 여자애 때문에 담배 끊은 건 좋은데...너무 빠져드는 거 아니냐?”형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말했다.“사랑이라는 게 원래 빠져드는 거 아닌가?”“형은 네가 상처 받을까봐 두렵다. 첫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거든...”“휴...상처 받을 때 받더라도 지금은 어쩔 수가 없네요....”나 역시 내가 상처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고 있었다.그렇다. 내 순수한 열정 다 바쳐 사랑하고 나서 상처 받은 들 뭐가 문제일까.상처 받고 방황하는 것도 미호 때문이라면 달콤할 것만 같았다.미호는 나에게 새로운 세계로 연결된 …
형은 자상했다.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형은 나의 아버지가 되어 버렸다.생활비를 벌었고 가사를 책임졌다.나 역시 힘겨운 대학생활을 했다.장학금을 타기 위해서 아등바등 공부를 했고,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늘 잠이 모자랐다.“이거 마셔라.”“뭔데, 형?”“명절이라고 회사에서 나온 거야. 마늘즙...”“형이나 마셔. 난 됐어.”“마셔봐, 인마. 이거 마시면 자지가 벌떡벌떡 선데...”“헐..내가 자지 서서 뭐 하는데? 사용할 여자도 없고만...”“그니까 이제 여자 사귀어라. 여자 한 번도 못 사귀고 대학 졸업할 수는 없잖아.”“형이나 장가갈 …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나는 신랑이었고 연주는 신부였다.웨딩드레스를 입은 연주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내 가슴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사람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는 거구나.’신부 연주는 박 선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나를 향해 걸어왔다.“어머, 너무 예쁘다.”“세상에..저렇게 예쁜 신부 처음 봤다.”하객들 사이에서도 탄성이 터져 나왔다.박 선배가 연주를 나에게 인도했을 때 연주는 살짝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그리고 미소를 지었다.결혼식의 모든 절차가 끝이 났다.연주는 나의 아내가 되었고, 나는 연주의 남편이 되었다.결혼식이 …
여름이 다 가고 있었다.저녁때가 되면 제법 선선한 바람도 불어왔다.연주는 자기가 말했던 대로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갔다.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자기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연주의 생활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연주와의 스킨십은 여전히 연주의 가슴에 머물러 있었지만, 연주와 나는 그것만으로도 서로의 뜨거운 기운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매번 연주는 팬티를 갈아입었다.“아이 참...갈수록 더 많이 젖네....씨..”나는 연주가 팬티를 갈아입을 수밖에 없게 된 그 과정을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연주는 강남의 고급 룸살롱 ‘써니 힐’의 에이스였다.그렇다면 그 수입은 엄청났을 것이다.그러나 연주는 지극히 검소한 생활을 했다.강남 룸살롱 아가씨들은 보통 고급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고 화장을 한다.그러나 연주는 그 모든 것을 자기 혼자서 해결했다.명품? 강남 아가씨들 하면 떠오르는 그 흔한 명품도 연주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즉 ‘써니 힐’을 나서는 순간부터 연주는 그저 평범한 20살 여자애였던 것이다.그렇다면 연주가 벌어들이는 그 많은 돈들은 다 어디로 갔던 것일까.박 선배의 말 대로 빚을 갚는데 사용되고 있다고 결론지을 수밖…
서울로 돌아오는 동안 연주는 줄곧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연주와의 키스. 전혀 예상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져 버렸다. 연주와 나는 연인사이가 된 것일까. 나는 그 불확실한 상황을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에 내 자신을 내맡기고 있었던 것 같다.우리는 다시 강남으로 돌아왔고, 연주가 산다는 원룸 앞에 도착했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때였다.“잠깐 들어오실래요?”연주가 말했다.“음....그래두 돼?”“그럼요. 들어오세요.”연주가 사는 원룸에 들어갔을 때…
연주는 내 품에 안겨 하염없이 울었다.나도 가슴속이 먹먹해지고 있었다.“그 동안 힘들었구나...”“어이, 거기서 뭐 해? 우리 먼저 간다.”박 선배는 계산을 하면서 연주와 내 쪽을 향해 소리쳤다.“아..네.”박 선배와 미미가 어디론가 떠나고 연주와 나는 거리에 나왔다.몇 시간만 있으면 아침이 밝아올 것이다.그러나 강남의 유흥가는 여전히 활기를 잃지 않고 있었다.남자들은 지갑을 돈으로 가득 채우고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려고 여전히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었고, 여자들은 그 남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 자신들의 성적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만난 사람은 박 선배였다.“왔구나, 왔어. 하하하하하....”박 선배는 나를 한참 동안이나 끌어안으면서 반가워했다.공항을 빠져나오는 길에 햇살은 따사로웠고, 가로변의 진달래가 나를 반겨주는 것 같았다.박 선배는 운전을 하면서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주로 자신의 사업에 관한 얘기였다.“그 아이템이 대박을 칠 줄 누가 알았겠어? 이제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순간에 일대 반전이 일어난 거지. 정말 사람 일 아무도 몰라.”박 선배의 사업은 여러 번의 부침(浮沈)을 겪고 나서 이제는 제법 탄탄한…
북쪽....먼 도시...1.“경훈씨…뭐해? 상가 가야지”창밖을 보며 아무생각이 없던 경훈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맞다. 오늘 그녀의 상가에 가기로 한 날이었지.우울한 기분, 그 상념을 떨치지 못한 채 일어나 재킷을 걸쳤다.“가야죠”직원을 태우고 병원 빈소에 가는 휠을 잡았지만 머릿속은 실타래처럼 헝클어졌다.…… × …… × ……희은을 알게 된 지 3년대학을 졸업하고 다니던 교회 일을 그만두고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온 그녀는업무와 스트레스로 고민했다.그런 그녀를 도와주고 함께 출장을 가며 싹튼 사랑이었다.함께 식사를 하고, 등산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