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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穴[혈] - 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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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23회 작성일 20-01-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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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부]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깨어나니..동굴입구에서의 밝은 빛에 눈이 부실 정도이다.
주변을 둘러다 보고 랜턴을 켰다.

동굴입구로 부터 10M 정도의 깊이이다.
일어설수 없는 천정높이에 앉아는 있을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다.
자세히 보니.. 동물의 뼈로 보이는 게 있다.
아주오래전에.. 늑대나 야생동물의 뼈 같다.
어깨의 통증이 무척 고통스럽다.
왼팔을 아예 움직일 수 조차 없다.
배낭에서 무거운 연장들은 다 내려놓았다.

지도와 사진, 부적으로 된 천...등은 내가 가지고 있다.
어제 그새끼들은 과연 누구였을까??
윤선생이 보낸 걸까???
일이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일이 다 끝나자 그렇게 냉정하게
죽이려 했던 것일까??
"씨이발..... 종필이형.... 흑흑.........."

지금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다.
여기서 이러고 있다가는 죽는다.
먹을것도 마실것도 아무것도 없다.
정신을 차릴 수 록 어깨의 총상은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종필이형 가방에 약간의 물은 있겠지만 종필이 형의 시체와 물품들은 아마 그놈들에게
어디에론가 유기되었을 것이다.

다시 동굴 입구까지 기어나와 바깥쪽 소리에 귀 귀울인다.
한적한 산에서 들려오는 산새소리, 이따금씩 들려오는 꿩의 울음소리 뿐이다.

산 비탈을 따라 내려오기 시작했다.
지금쯤 등산로를 따라 어제의 그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무조건 내려가면 된다...

그렇게 몇시간을 내려갔다.
반가운 물줄기 소리가 들린다.
차가운 계곡의 작은 물줄기에 대가리를 쳐박고 미친듯이 물을 들이 마셨다.
"아......."

이제야 살것만 같았다.
다시 일어나 하염없이 산속을 해매이기 시작한다.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내 눈앞에는 험준한 산과 울창한 숲들만 펼쳐져 있을 뿐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걸어갔다.
날이 저물어 가는듯 하다.
이제는 앞이 가물가물하다.

[엇!!! 길이다!!!]
이건 분명 길이다.
미끄러지듯 산비탈을 타고 내려왔다.
흙길이 보이고 논과 밭이 보인다.

그 흙길을 따라 걷는다.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조금만.. 더...
민가가 보이면 나는 살 수 있다.

저멀리 동화에서나 본듯한 아기자기한 버섯모양의 집이 서너채 보인다.
이미 해가 져버려서 무거운 산그늘로 어둠이 드리워지고 있다.

이제는 한발 한발 떼기가 쉽지가 않다.
조금만...더...

하얀 형체가 보인다.
사람이다.

"저... 살려...주....."

그대로 쓰러져 버렸는지 기억이 없다.

밝은 빛이 가물거림이 느껴진다.
정신을 차리니 왠 산적처럼 험상궂고 못된 표정의 노인이 긴머리를 산발한채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그리고 또다시 정신을 잃었다.

잠에서 깨어났다.
초롱초롱한 호롱불 불빛에 하얀옷을 입은 어떤 노인네가 화롯불을 들쑤시고
있었다.

두꺼운 이불이 배꼽까지 덮혀있고.. 방바닥도 뜨끈뜨근하다.
내몸 이곳 저곳에 길다란 침들이 사정없이 꽂혀있다.
"으으????? 이게 뭐야????"

"에헴... 이제 정신이 나는가???"
"네??? 아..네....."

"움직이지 말게... 중요한 혈자리에 침을 놔둔거 뿐일세... 그대로 누워만 있게.."
"네..고맙습니다..어르신.. 이렇게 생면부지의 저를 살려주시구요....."

"가끔 조난당한 등산객이나 외지인들을 보살펴 줄때가 있긴 하네.."
"네...."

"이렇게 산속에 황토집 몇채 가지고 혼자 생활하다보니 말이야..가끔..
자네같은 사람을 만나면.. 내가 더 반가울때도 있어..."
"네... 근데.. 침도 놓을 줄 아세요???"

"허허.. 의사직함만 없다 뿐이지.. 중요한 혈자리에 놓는 침은 귀동냥 눈동냥으로
대충은 아니.. 걱정하지 마시게나..."
"하하... 감사합니다..."

"근데..말이야...어제.. 자네를 발견하고..집에 눕혀보이.. 어깨에는 산탄총알
파편들이 잔뜩 박혀있더라구...."
"네........"

"그리고 자네의 배낭가방을 뒤져 신원을 확인하려고 했는데..말이야...."
".....네..."

"이 범상치 않은 지도들과.. 이 부적들...이거 뭐하는 건가???"
".....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자네가 가지고 있는 지도.. 이 백두대간의 혈자리... 이건 범의 척추에 해당하는
중요한 지류의 혈맥일세... 우리나라.. 우리지형의 임맥과 독맥이 교차하는 곳으로
우리민족의 운명이 걸린 문제일세..... 어서 말하시게!!!...."
"흑흑.... 차라리 죽고싶습니다... 흑흑...."

"저녁식사 후에.. 이따가 얘기 함세... 흐흠...."
"............"

노인이 밥상을 가지고 들어왔다.
내몸에 박힌 침들을 하나씩 하나씩... 어느덧..잔뜩 뽑아주었다.

노인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산나물과 보리밥에 고추장, 물 뿐이다.
그래도 허기가 잔뜩져서인지 미친듯이 먹어치웠다.

노인이 밥상을 치우고 다시 내 옆으로 왔다.
어깨의 상처를 보면서 얘기를 꺼낸다.

"파편은 어느정도 뽑아낸다고는 했는데.. 그래도 모르니 시내 나가면
큰병원은 꼭 가보게나.."
"네... 감사합니다..어르신.."

"그래.. 아까.. 하던 얘기.. 그거 마저 함세.."
"사실은.. 우리 민족의 중요한 혈자리에 쇠말뚝을 박았습니다......"

"으음.... 그랬었군...."
"제가 돈에 눈이멀어.. 아는형과 그 몹쓸짓을 저질렀고.. 결국 이 일을 사주한
놈들이 우리입을 막기위해.. 아는 형을 죽이고.. 저까지... 흑흑흑...."

"그런데 자네...이상한점 있단 말이야..."
"네??...."

"이 혈자리를 보면 말이야... 일본놈들이 과거 저질러온 민족정기를 말살하는
그런 자리가 절대 아니란 말이야..."
"네?????"

"이것은 호랑이의 척추뼈인 백두대간을 치료하기 위한 혈침이야...."
".....아니..... 이거는 일본놈들이...사주를 했다던...데요???"

"그리고 자네가 가지고 있던 부적들도 말이야..... 그 내용들이 한민족의
막힌 혈맥을 뚫어 기와 혈이 통하게 해달라는 내용들이야..."
"!!!!!!!.....이럴수가..."

"단지...이 부적들이 일본에서 작성되었던거 뿐이지.. 내용은 저주의 내용이 아니야.."
"그렇다면... 윤선생의 말이 다 사실이었구나....!!!!...."

"하여간에.. 내가 봤을때는 자네가 박은 말뚝의 이 혈자리들은 오래전 막혀 있던 혈위를
대신하기 위한 혈자리네...."
"혈위요???"

"그렇다네..혈위(穴位)라고 하는 것은 인체의 특정부위에 기가 응집되는 곳이라네..
우리나라에도 그런 중요한 혈위가 지류과 산맥을 따라 대략 세 군데가 있지..."
"......."

"그런데 말이야... 그 중요한 혈위가 두군데가 지금 막혀있어.... 하나는 금강산
또하나는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온 이 곳 어딘가에 말이야.... 난 한평생을 그 혈위
를 찾아 다녔었지.."
"네??????"

"북쪽에 있는 혈위는 조선시대 초기에 막혀버리게 된거네...
조선초기.. 명과 조선은 전쟁직전의 상황까지 치닫게 되는데.. 아직 국가체계가 잡히지
않았던 명나라로서는 강한 고려군의 후예인 조선군과의 전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걸 깨닫고 나름대로의 비책을 연구하기 시작했지..
그래서 명나라의 [주원장]과 그의 책사 [이선장]에 의해 은밀이 금강산 지류의
혈위가 은밀히 막혀버리게 되는데.. 그일로 조선건국 초기의 이성계와 정도전의
20만 대군에 의한 요동정벌 계획이 이방원의 왕자의 난으로 물거품이 되어 그후로
영원히 북벌을 하지 못하게 되어있는 것일세..
지금의 중국의 동북3성.. 그 옛 고토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인 게지..
"........"

"또 하나의 혈위는 지금 대한민국의 백두대간에 있는 곳으로서...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일본군의 제1선봉장인 [고니시유키나와]와 그놈의 수하장수인 [마쓰무라 시케노부]
에 의해 처참하게 막혀버리게 된거지..."
"네?? 임진왜란때요??"

"그렇네.. 이미 전세는 기울고 퇴각하는 일본군들이 가장 겁냈던건 조선의 보복공격
이었다네.. 이순신장군이 이끄는 강력한 수군함대로 해안을 봉쇄당하고 조선의
일본본토 상륙을 막기위해.. 호랑이의 가장 치명적인 명치부의 [혈위] 그곳에 쇠말뚝을
박아 호랑이를 영원히 웅크리게 만들어 두었다는게 알려진 바로는 정설이라네.."
"아........"

"그 혈위는 결국... 조선과 일본의 운명까지 바꿔놓았다네...
7년간의 긴 전쟁이 끝나고 피폐된 일본의 국운이 기우는가 싶더니
조선에서 잡아간 수많은 도공들로 하여금 엄청난 가치의 질좋은 도자기들이 쏟아져
나왔고 유럽과의 무역에서 큰 돈을 벌어들여 일본 근대화의 기반이 잡혀져 갔던게야.."
"......."

"반면 조선은 그 혈위의 막힘이 있은 후 이순신장군이 전사하게 되고 전쟁이후에
병자호란이라는 또 한번의 외침을 받아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호랑이 신세가 된것일세...이 영원한 웅크림은 발빠른 일본과는 근대화의 기틀을
갖추기는 커녕 당파싸움과 사회혼란으로 이어졌으며 결국 강대국들에 의한 간섭과
지배..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 결국은 남북분단이라는 처참한 상황을 만들어
놓은거야...."
"........"

"나는 여지껏.. 그 한국에 있는 [고니시유키나와]가 남기고 간 그 혈위의 쇠말뚝을 찾고
있었던 거라네...."
".....그러셨군뇨...."

"그 명치에 해당하는 혈위의 쇠말뚝만 뽑아버리고 장차 이나라가 통일이 되어 금강산
어딘가에 있는 혈위의 쇠말뚝을 뽑아버린다면.. 웅크리던 호랑이가 두 다리를 힘차게
일본을 힘껏 밟아 중국대륙으로 뛰어 오를걸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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