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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선녀열전(仙女列傳)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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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72회 작성일 20-01-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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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열전(仙女列傳)




1부




“총각 여기서 기다려요”

일행 중 나이가 제일 연장자인 여인이 전두석이에게 도원산장 본관 입구에서 기다리게 했다.

“여기서 기다리면 선아(善娥) 아가씨를 만날 수가 있나요?”

전 두석(全 斗石)이는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도원산장(桃園山莊) 본관(本館) 안에는 여자들만 있어서 남자들은 못 들어가요 그러니 여기서 기다리노라면
혹시나 만날 수가 있을지도 몰라요”

“아 그렇구나! 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말씀을 잘 좀 전해 주십시오. 선아 아가씨의 얼굴만이라도
제발 보게 해 주십시오”

“글쎄 총각을 만나주고 안 만나주고는 전적으로 우리 선아 사제(師弟)가 알아서 할 것이니 우리가 장담은
못합니다.”

“그래도 제가 여기까지 찾아 왔다고만 꼭 좀 전해주십시오”

“아 그거야 총각이 여기까지 우리를 따라서 왔다고 그대로 이야기 하겠어요”

“고맙습니다.”

전두석이는 이제 곧 아름다운 선아 아가씨를 만나게 되었다는 설렘에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

멀리서 볼 때에는 잘 모르겠더니만 막상 도원산장 안으로 들어와 보니 엄청나게 넓어서 어디가 어딘지 여기에
살던 사람이 아니면 도무지 잘 알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전두석이가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지나가는 여인들이 쑤군거리기도 하고 어떤 호기심이 많은 여자는
곁으로 와서 아래위로 살펴보기도 하였다.

이러는 동안 시간이 흘러서 한나절이 지나고 어느새 해가 서산에 점점 기울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선아 아가씨는 좀처럼 나타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를 않았다.

저녁이 되자 전두석이를 이곳으로 데리고 온 여자가 나타나 자기를 따라오라며 한쪽 구석에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으로 들어서자 여자는 전두석이를 보고 다정스럽게 말했다.

“총각! 오늘은 날이 이미 저물었으니 여기서 자고 내일 날이 밝으면 그냥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세요.”

“네엣? 집으로 돌아가요? 선아 아가씨는 보지도 못했는데요?”

여자의 말에 전두석이는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아 내가 총각의 사정을 다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 선아 사제가 전혀 만나려고 하지를 않으니 난들 무슨 방법이
없어요. 그러니 저녁상을 우리 동생들에게 시켜서 보낼 테니 여기서 저녁을 먹고 편히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집으로 돌아가도록 해요”

“그건 안 됩니다. 누님! 저는 선아 아가씨를 만나 뵙지를 못하면 차라리 여기서 죽었으면 죽었지 그냥은
못 돌아갑니다.”

전두석이는 여자를 보고 누님이라고 부르며 자기의 속내를 다 털어 놓았다.

처음에는 예사롭게 생각을 했다가 전두석이의 간곡한 애원의 말을 듣자 여자도 참 난처한지 잠시 할 말을 잊고
있다가 그대로 방을 나가 버렸다.

얼마 후에 여자 세 명이 저녁상을 준비하여 들어와 전두석이 앞에 차려 놓았다.

그러나 지금 전두석이는 배고픔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를 않았다.

오로지 선아 아가씨를 만나보고 싶은 심정에 멍하게 저녁상 앞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아니? 점심도 안 먹고 밖에서 기다리더니 저녁도 안 먹을 거예요?”

저녁상을 들고 들어 온 여자 중 한 명이 전두석이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물었다.

“네! 안 먹을 겁니다. 선아 아가씨를 보기 전에는”

마치 떼를 쓰듯이 전두석이는 여자들을 향해 말했다.

“아이고! 정원(情源) 사백(師伯)이 웬 황소고집을 가진 총각이 하나 따라 왔다더니만 정말이네”

“그런가 봐요! 여긴 그런 고집이 필요가 없는데”

“총각! 그러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서 근처에 있는 처녀하고 결혼을 해서 살면 안 될까? 아무래도 우리 선아
사제는 나중에 이곳 도원산장의 후계자가 될 것 같은데”

여자들이 저마다 전두석이를 보며 모두 한 마디씩 했다.

그러나 아무리 자기를 생각하고 이해를 해서 하는 말이라고 해도 지금 전두석이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를
않았다.

며칠 동안 밥을 굶고 선아 아가씨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이 도원산장 구석구석에 다 퍼졌다.

이러는 가운데 전두석이를 이곳에 데리고 온 정원(情源) 사백(師伯)이라는 여자가 그를 찾아왔다.

“어이 총각! 우리 스승님께서 총각을 보자고 하시니 얼른 몸단장 하고 나를 따라 와!”

“네엣? 정말 입니까?”

전두석이는 너무나 놀라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물었다.

“그래 우리 스승님을 만날 준비를 하고 나하고 같이 가요”

전두석이의 이런 모습이 정말 우스운지 정원(情源) 사백(師伯)은 빙그레 미소를 짓다가 이내 얼굴 표정을
고치더니 전두석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한참을 걸어서 도원산장 본관 앞에 이르러 정원(情源) 사백(師伯)은 전두석이를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전두석이는 이제 이곳의 주인인 무림신녀(武林神女)를 만나 뵙는다고 생각을 하니 갑자기 두려워 졌다.

이러는 동안 정원(情源) 사백(師伯)이 다시 나와 전두석이를 데리고 도원산장 본관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감히 얼굴도 들지 못하고 겁에 질린 채로 안으로 들어서니 수많은 여자 제자들이 그들의 스승님인 무림신녀를
모시고 양쪽으로 질서 정연하게 시립을 하고 서 있었다.

“그래 네가 우리 선아를 만나보기 위해서 먼 이곳까지 따라 왔다는 그 총각이냐?”

높은 보좌에 앉아 있는 무림신녀(武林神女)의 입에서 위엄이 있는 음성이 들려왔다.

순간

전두석이는 입이 얼어붙은 듯 갑자기 얼른 할 말이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왜 말을 못하느냐? 우리 스승님께서 묻고 계시지를 않느냐?”

무림신녀 곁에 시립을 하여 모시고 서 있는 여자의 입에서 나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보다 못한 정원(情源) 사백(師伯)이 전두석이 곁으로 다가와서 말을 했다.

“우리 스승님은 자비로우신 분이시니 겁을 내지 말고 사실대로 말을 해요”

정원(情源) 사백(師伯)의 말에 비로소 전두석이는 숙이고 있던 얼굴을 들고 보좌를 바라보니 눈이 부시도록
위엄이 서려 있는 아름다운 여자가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정말 예쁘다)

전두석이는 이곳의 주인이며 무림신녀로 불리 우는 설 옥심(薛 玉心)이라는 여자가 저렇게나 미인(美人)인줄은
정말로 몰랐다.

나이가 좀 들어서 그렇지 정말 미인이었다.

저런 예쁜 여자라면 자기의 소원을 마다하지를 않고 다 들어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승님! 저는 소백산(小白山) 산자락 마을에 살고 있는 전두석이라고 하옵니다. 제가 저의 마을 사람들에게
선아 아가씨의 소문을 듣고 너무나 보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불쑥 찾아 왔사옵니다.”

비로소 입을 열고 애원을 하는 전두석이를 바라보던 무림신녀는 자기 곁에 서 있는 여자에게 말했다.

“보은아! 너 지금 신애와 함께 별채로 가서 선아를 이곳으로 데려 오너라!”

“네 스승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무림신녀의 말에 두 여자는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그래 여태껏 한 끼도 밥을 먹지 않고 우리 선아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렇습니다. 저희들을 따라서 이곳에 온 후에 한 끼도 밥을 먹지 않고 우리 선아 사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두석이를 데려 온 정원(情源) 사백(師伯)이 그를 대신하여 말을 해 주었다.

“그래? 그것 참 대단하구나! 어찌 한 번도 만나보지를 않은 여자를 저렇게나 사모하여 이곳 까지 왔다는 말이냐?”

“그러게 말입니다. 스승님! 정말로 저도 이해하기가 어려운 총각입니다.”

무림신녀의 말에 정원(情源) 사백(師伯)도 호응을 하며 말했다.

이러는 동안 두 여자를 데리고 안으로 선아 아가씨가 들어왔다.

“스승님! 선아가 스승님의 부르심에 이곳에 왔사옵니다. 무슨 일이시온지 말씀하시옵소서!”

마치 쟁반에 영롱하고 아름다운 진주 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은 청아하고 황홀한 음성으로 선아 아가씨가 자기
스승님의 발 앞에 무릎을 꿇으며 물었다.

(아 정말로 천하(天下)에 최고(最高)의 절세미인(絶世美人)이다!)

전두석이는 선아 아가씨를 보자마자 그녀의 아름다움에 감탄과 존경과 경의와 찬사가 저절로 우러러 나왔다.

자기 마을 사람들이 선아 아가씨를 보고 선녀(仙女)라고 부르는 그 소문이 틀림이 없다고 전두석이는 자기의
두 눈으로 똑똑하게 보고 확인을 했다.

눈이 부시게 하얀 옷을 입고 그 위에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선명한 빨간 겉옷을 걸쳐 입은 선아 아가씨는
비단결 같이 아름다운 윤기가 나는 검은 머리를 허리까지 내려서 드리우고 있었다.

자기 스승님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어서 얼굴이 똑바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옆으로 보이는 선아 아가씨의 얼굴은 전두석이의 가슴이 쿵쿵 소리가 나도록 너무나 아름다웠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얼굴에 눈을 내려감은 긴 속 눈썹은 전두석이의 온몸에 짜릿짜릿 전율이 느껴지도록 온통
매력이 넘쳤다.

“그래 선아야! 옥소심검(玉蘇心劍)의 수련은 오늘 잘 마치고 왔느냐?”

“네 스승님!”

“응 갑자기 바쁜 너를 내가 불러온 것은 바로 저기 엎드려 있는 총각이 며칠 째 식음을 전폐하고 선아 너의 얼굴
보기를 저렇게도 소원을 하는 구나! 그러니 한 생명을 살려준다고 생각을 하고서 한 번 만나주는 것도 선한 일이
아니겠느냐?”

“하오나 스승님! 세상에는 남녀 간에 도리가 엄연히 있사옵고 또한 남녀 칠세 부동석이란 엄연한 윤리가
있사온데 어찌 생전 보지도 못한 남자를 대면 할 수가 있겠사옵니까? 사정은 딱하다고 생각이 되오나 이것은
정녕 있을 수가 없는 일이옵니다.”

순간

선아 아가씨의 입에서 이런 말이 흘러서 나오자 그만 전두석이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낙심이 가슴에
몰려오며 당장에 그토록 자기가 사모하는 선아 아가씨가 보는 앞에서 그냥 자결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돌연히
강하게 일어났다.

이런 전두석이의 마음을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이 무림신녀는 훤히 내다보며 선아 아가씨에게 말했다.

“선아야! 너의 말이 정말 당연히 이치에 맞는 말이지만 만에 하나라도 저 총각이 사모의 정을 참지 못하고 우리
도원산장에서 목숨을 끊는다면 아무런 잘못이 없는 저 총각의 부모님들의 마음이 오죽 하겠느냐?
그러니 무슨 다른 뜻이 있어서 이곳에 너를 찾아 온 것도 아니고 선아 너를 한 번 만나보기를 저렇게도 소원을
하니 편안하게 한번 만나 주도록 하여라.”

“네 스승님!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무림신녀의 말에 선아 아가씨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스승님! 너무나 감사하옵니다.”

무림신녀의 이 고마운 분부에 전두석이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마치 자기의 스승님에게 말을 하듯이 감개무량해
하면서 감사의 말을 했다.

“뭐 당연한 일을 가지고 그러느냐? 그리고 참 어린 선아 너를 내가 이곳 도원산장으로 데려와 나와 함께 지낸
날이 벌써 십 수 년이나 흘러서 갔구나, 이제 너도 세상에 나가서 모든 것을 살펴서 볼 줄을 알 나이가 되었으니
이번 기회에 그 동안 찾아뵙지를 못했던 너희 부모님을 만나 뵙고 오너라!”

“스승님 말씀대로 따르겠사옵니다.”

“그럼 저 총각이 음식을 먹고 기운을 차리거든 선아 너희 부모님을 만나려 가는 길에 자기의 집에 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도록 해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스승님!”

선아 아가씨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서 자기의 스승님께 인사를 하고는 자기를 따르는 여자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정원아! 이제 너는 저 총각을 데리고 나가서 음식을 갖다 주어서 먹게 해라 그 동안 굶었으니 미음을 끓여서 먼저
먹이고 원기가 회복이 되거든 밥을 먹이도록 해라”

“네 스승님! 말씀대로 하겠사옵니다.”

잠시 후에 전두석이는 자기를 데리고 온 정원(情源) 사백(師伯)이라는 여자를 따라서 도원산장의 본관 건물을
나왔다.

“총각은 정말 복이 많은가 봐! 우리 스승님이 저렇게나 배려를 아끼지 않은 것을 보면 말이야!”

“아이고! 정말 누님의 은혜를 평생 잊지를 않겠습니다.”

전두석이는 그저 고마워서 정원(情源) 사백(師伯)을 누님이라고 부르며 고마워했다.

자기가 머물렀던 방으로 들어가 기다리고 있으니 죽을 끊여서 여자들이 들고 들어왔다.

이제 전두석이는 자기의 소원이 다 이루어 졌는지라 여자들이 가져다 준 죽을 훌훌 다 먹어 치웠다.

다음날부터 전두석이는 마음이 편하게 밥을 먹으니 그 동안 약해졌던 몸의 기운이 되살아 났다.


드디어 도원산장을 떠나야 하는 날이 찾아왔다.

무림신녀와 그 곳 모든 사람들의 전송을 받으며 선아 아가씨는 자기를 따르는 열 명의 여자들을 데리고 그곳을
떠났다.

전두석이는 자청을 하여 이들 일행이 그 동안 노중에서 먹을 수 있는 양식을 등에 실은 노새의 고삐를 잡고서
선아 아가씨의 뒤를 따라서 갔다.

세 마리의 노새 등에는 일행들이 먹을 양식들과 선아 아가씨의 부모님들에게 드릴 선물들이 가득 실려서 있었다.

전두석이의 발걸음은 하늘을 날아서 갈 것 같았으며 이제는 죽는다고 해도 아무런 여한이 전혀 없다고 그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한나절 햇살이 중천에 머무르자 산속의 샘물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 준비를 하였다.

전두석이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스스로 자원하여 숲속에서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와 불을 지폈다.

선아 아가씨를 따라 온 여자들이 전두석이가 돌을 주워 와 임시 아궁이를 만들고 불을 지펴서 주자 솥을 걸고
밥을 지었다.

그리고 노새의 등에 실려서 있는 짐 속에서 곱게 말려서 가져 온 산나물을 산속의 샘물을 떠서 함께 국솥에 부어
산채 국을 끊였다.

이러는 동안 선아 아가씨는 한쪽에 말없이 앉아 가만히 있었다.

이런 그녀의 모습은 정말로 지금 막 하늘에서 내려 온 아름다운 선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비로소 선아 아가씨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게 된 전두석이의 마음은 온통 황홀경 바로 그 신비로움의 자체였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얼굴이며 그녀의 긴 속 눈썹이 부드럽게 움직일 때면 그냥 전두석이의 가슴이 마구 콩닥콩닥
뛰었다.

어쩌다 그녀의 눈부신 눈과 마주치면 전두석이는 그냥 그 자리에서 꼼짝을 못하고 온몸이 굳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디 그 뿐이랴?

선아 아가씨의 오뚝하게 선 아름다운 코는 바로 절묘한 예술의 경지 바로 그 자체였으며 그 아래로 맑은 아침
이슬을 듬뿍 머금고 있는 것 같은 아름다운 입술은 그냥 누구라도 입을 맞추고 싶은 충동을 폭포수처럼 엄청나게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하얀 백옥 같은 그녀의 목에서는 이제 막 맑은 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볼록 솟은 매혹적인 두 유방은 금방이라도 실룩거리며 옷 밖으로 나올 것만 같았다.

내려와 잘록한 예쁜 허리는 그저 와락 끌어안고 싶은 욕정이 저절로 일어나게 만들었다.

어디 그 뿐이야?

늘씬한 키에 쭉 빠진 두 다리의 곡선미는 모든 남자들의 혼을 단숨에 빼앗아 가고도 남을 매력이 온통 흘러서
넘쳤다.

(정말 미치도록 예쁘다)

전두석이는 선아 아가씨의 몸매를 훔쳐보면서 저절로 감탄이 흘러서 나왔다.

(정말 선아 아가씨는 선녀가 맞을 거야? 사람이라면 저렇게나 아름다울 수가 도저히 없지?)

이렇게 선아 아가씨의 아름다운 외모에 홀려서 전두석이는 한참을 그렇게 있는데 밥을 다 지은 여자들이 선아
아가씨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밥이 다 되었는데 이제 차릴 까요?”

“응 그래 우리 함께 먹도록 해”

비로소 입을 연 선아 아가씨는 자기에게 묻는 여자에게 말했다.

모두 다 한 자리에 둘러앉아서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내일 저녁은 저 총각 집에 도착을 할 것 같은 데요”

“그래 정란이 네 말대로 그럴 것 같네”

“그렇지 오늘 밤은 가다가 산속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야 할 것 같은데”

“그래 그럴 것 같네”

함께 점심을 먹으며 여자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산속 샘물 곁에서 좀 더 쉬었다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무들이 울창한 숲속 길을 여자들은 서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부지런히 걸어서 갔다.

전두석이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운 듯 황홀한 기분에 사로 잡혀서 노새의 고삐를 끌면서
이들의 일행 뒤에서 부지런히 따라갔다.

여자들의 발걸음들이 무예를 연마하고 닦아서 그런지 피곤한 기색이라고는 찾아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특히 선아 아가씨의 발걸음은 마치 구름 위를 걸어서 가는 것처럼 너무나 가벼워 보였다.

하긴 자기의 스승님이신 무림신녀(武林神女)로부터 놀라운 무공(武功)을 전수받아 천하제일(天下第一)의
고수(高手)가 되었으니 그녀의 경공술(輕空術)은 가히 놀라움의 경지를 넘어 세상의 모든 이의 감탄을 자아
내고도 남음이 있었다.

해가 어느 듯 서산에 기울고 작은 시냇물이 흐르는 계곡에 도착을 하여 그곳에 머물 준비를 하였다.

전두석이는 이제 익숙하게 분위기에 젖어서 밤에 이곳에서 노숙을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도록 산속에서 마른
나무 가지를 많이 구해다가 가득히 쌓아 놓았다.

한참 힘쓸 나이에 힘은 아껴 두었다 무엇 하랴? 바로 이런 곳에 써야 한다고 생각을 하면서 부지런히 마른 나무를
구하여 가져 왔다.

그 곳에서 자리를 잡고 막 앉아 있는데 갑자기 아래쪽에서 험악하게 생긴 놈들이 뭉치와 칼과 창을 들고 올라와서
모두를 삥 둘러 포위를 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살기가 등등했다.

갑자기 전두석이는 이제 우리 모두 죽었구나! 하는 공포심에 사로잡혀서 어쩔 줄을 몰랐다.

사람이 목숨이 붙어 있을 때에 말이지 지금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로울 때에는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다.

재빨리 달아나고 싶어도 두 다리가 땅에 얼어붙은 것처럼 딱 붙어서 떨어지지를 앉았다.

그러다가 전두석이는 갑자기 내가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면서 마음이 가라앉았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자기들을 포위하여 둘러 싼 이놈들을 두려워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자기와 같이 있는 선아 아가씨가 이놈들을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지를 않을 거라는 확신이 확 들면서
오히려 그녀가 이놈들을 어떻게 처리를 하는지 기대감이 잔뜩 몰려서 왔다.

“어? 뭐야? 산적 새끼들이야?”

“그런가 봐! 참 웃기는 놈들이네”

“그렇잖아도 요즘 칼을 좀 써 볼 기회가 없었는데 잘 되었네”

“아이고! 불쌍한 새끼들!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들다니”

여자들이 일어서면서 들고 있던 칼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놈들이 서로 술렁거리더니 놈들의 뒤에서 두목 같은 놈이 앞으로 나서더니 큰 소리로 물었다.

“혹시 도원산장에 계시는 분들이십니까?”

“그렇다! 지금 우리는 비연맹녀(飛燕猛女)님을 모시고 개성(開城) 쪽으로 가는 중이다.”

미주(美珠)라는 여자가 용맹스러움이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산적 두목은 갑자기 선아 아가씨에게 다가오더니 곧바로 땅바닥에 두 무릎을 꿇고 넙죽 엎드리며 말을
했다.

“소인 비연맹녀(飛燕猛女)님께 문안 인사를 드리옵니다. 소인은 장 길산 이라는 산적 두목입니다요 소인은
그 전에 비연맹녀님의 스승님이신 무림신녀(武林神女)님에게 겁도 없이 대어 들었다가 죽을 번 하였는데
자비로우신 무림신녀님께서 저희를 살려주시고 다시는 산적이 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다시 산적이 되었나요?”

산적 두목의 말에 선아 아가씨가 물었다.

“무림신녀님의 말씀대로 저희는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으며 한 동안 행복하게 살았는데 저희 고을에
부임을 하여 온 악질 사또 놈에게 논밭 전토를 다 빼앗기고 어쩔 수 없이 다시 이 천마산으로 숨어들어 오게
되었습니다요.”

“아니? 지금의 임금님은 성품이 어질고 덕망으로 백성을 잘 다스린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어찌 그런 일이
있나요?”

“임금님께서는 그렇게 좋은 정치를 하지만 지방에 내려 온 탐관오리 놈들은 그런 임금님의 성은을 저버리고
주색잡기와 탐욕으로 눈이 멀었지요.”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탐관오리들이 그렇다고 이곳으로 쫓겨 와서 선량한 백성들을 괴롭히면 어떡해요?”

“아닙니다요. 저희들은 부자 집이나 토색하는 놈들의 재물만 털지 저희와 같은 가난한 백성들은 절대로 건드리지
않습니다요.”

“아 그래요?”

“특별히 저희들이 천마산에 숨어 살지만 도원산장의 식구들에게는 절대로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요.”

“그래요? 그럼 세상이 좋아지거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거지요?”

“그럼요 그래야지요”

얼마 후에 장 길산 이라는 산적 두목은 자기 부하들을 모두 거느리고 산속으로 들어갔다.


때는 바야흐로 조선시대 덕망이 높다는 성종 임금이 다스리던 원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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