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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절망 - 1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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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672회 작성일 20-01-1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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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절망

기술자가 이곳 아지트를 찾은 것은 대식가가 떠나간 지 몇 시간 뒤인 저녁 7시께 였다. 지난 보름간을 돌아보면 기술자는 가장 많이 아지트를 찾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일주일의 3~4일은 아지트에서 하루 밤을 묶고 갔다.



예고 없이 저녁에 와서 아침 일찍 떠나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의 방문은 그 자체로 각별했다. 무엇보다 그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진아에게 ‘봉사’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래, 합격점은 받을 것 같아?”



기술자가 진아를 보자마자 한 질문이었다. 그녀는 주어가 생략됐지만 오늘 대식가의 평가를 묻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진아는 꾸물거리며 대답했다. 진아는 2층에 위치한 기술자의 방에서 알몸으로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뒷짐 진 상태로 있었다. 하지만 이 질문으로 인한 긴장감 탓에 자기도 모르게 식은 땀이 맺히고 있었다.



“그러면 안 될텐데... 믿는 구석이라도 있나보지?”



“아, 아뇨,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 수가 없어서…”



“그럼 질문을 바꿔보지. 그에게 봉사하면서 쾌감을 느꼈어?”



“그건…… 거의 느끼지 못한 것 같아요”



식은 땀이 목에서 쇄골을 타고 가슴으로 흘러 유두 끝에 맺혔다.



“그렇게 말했는데도 안 되는 걸 보면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군”



“그렇지 않아요. 기술자님. 정말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진아가 울상이 됐다. 그는 아직도 진아에게 이곳의 유일한 아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신을 보는 기술자의 싸늘한 표정에 자기도 모르게 뒷짐 진 손을 풀고 그에게 매달릴 뻔했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세를 바로 했다. 기술자의 방은 4면이 모두 거울로 이뤄져 있었고 곳곳에 크고 작은 거울이 위치해있다. 어디에 어떤 자세로 있더라도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확인 할 수 있었다.



기술자가 턱을 괴고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말했다.



“보자, 넌 덕후가 합격을 줄지 안줄지 모르겠다고 했고 서기, 선생, 대식가도 알 수 없다는 거잖아. 이래서야 나도 합격을 줄 수가 없지.”



“정말 열심히 할께요. 정말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숙제도 모두 잘 하고 있어요”



“열심히 한다라… 단지 열심히 하는 것으로 될거라고 생각해?”



“최선을 다할께요. 어떤 벌이라도 내려주세요. 전 아픈게 너무 좋아요!”



진아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상태로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물론 그녀는 아픈 게 좋을 리가 없었지만 그만큼 절박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약 두주전 전 봤던 분쇄기를 떠올랐다.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거친 모터소리와 날카로운 톱니가 서로 맞물리던 모습은 돌마저 씹어 먹을 것 같은 그 맹렬한 기세였다. 그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그녀는 손끝이 떨리고 식은땀이 흘렀다.



“제가 부족하고 바보 같아서 그랬어요. 벌을 주세요. 피멍이 들게 때려주세요”



진아는 아예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로 절을 했다. 날씬한 등 줄기가 파르르 떨려왔지만 이것이 아픔이 아닌 ‘불합격’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이었다.



기술자는 어깨를 으쓱 하며 고민하는 시늉을 했다. 사실 진아의 모습은 그녀의 말처럼 적잖은 노력을 한 것처럼 보였다. 온 몸에는 회초리 자국과 멍 자국이 남아있었고 다소 작은 유두 끝은 빨갛게 부어있었다. 더불어 붉은 복부는 아마도 내일 아침이면 퍼런 멍 자국이 될 것이었다. 하지만 단지 그것으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좋아. 벌을 주지. 서서 발목을 잡아”



“예. 기술자님”



진아는 기다렸다는 듯, 서서 상체를 숙이고 발목을 잡았다.



“넌 네가 말했던 것처럼 고통을 즐겨야해. 맞아야 느끼고 맞으면서 느껴야 돼. 욕을 먹고 발길질을 당하고 강간을 당하면서 쾌감을 느껴야하지. 알겠어? 네가 몇 대를 맞았을 때 가랑이를 적시는지 볼 거야. 그게 안 된다면 죽었다 깨나도 나한테 합격점을 받을 수 없어”



“예”



기술자는 방 테이블에 놓여있는 얇고 낭창낭창한 회초리를 들고 진아의 뒤에 섰다. 이미 회초리 자국이 남아있는 진아의 엉덩이는 마른 체형 치고는 제법 탄력이 있었다. 단순히 선천적인 것은 아니었다. 아마 대식가가 혹독하리만큼 시킨 운동의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같은 의미로 기술자 역시 매일 이행해야할 숙제를 내주고 있었다. 체형을 위한 기초 운동이나 캐갤운동 등이다.



회초리가 바람가르는 소리를 내면서 진아의 볼기를 강타했다.



“하나!”



진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숫자를 셌다. 아픈 내색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가상해 보였지만 기술자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는 매질과 함께 한껏 오무린 진아의 보지와 항문을 손으로 만져보고 말했다.



“아직 안 젖었군.”



다시 회초리질이 시작됐다.



진아는 엉덩이에서 올라오는 날카로운 통증과 싸우면서 머릿속에서 온갖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었다. 섹스에 대한 이미지부터 예전에 봤던 포르노까지 맹렬하게 생각했다. 애액이 나올 정도로 자신을 흥분시켜야했다.



지금까지 실현하기 힘든 다양한 지시를 받아봤지만 이런 주문은 처음이었다.



단순히 아픔의 문제가 아니었다. 단순히 아픔을 참는 것으로는 기술자의 지시를 따를 수 없었다.



기술자가 자신에게 합격을 주지 않는다면 과반의 합격을 확보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그녀는 유일하게 합격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술자였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나머지 네명의 합격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면 최대한 복종하고 순종해서 적어도 두명의 점수만 받아내면 된다고 판단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기술자도 지금까지 ‘합격을 줄 수 없다’고 직접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전략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판단해왔다.



하지만 이 시간부로 상황이 변했다. 진아의 머리에 다시 분쇄기가 스쳐지나갔다.



“여덟...”



진아가 맞은 회초리는 여덟 대를 넘어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젖을 낌새는 없었다. 살을 찢는듯한 아픔이 그녀의 상상을 방해했고, 무엇보다 탈락에 대한 불안이 더 컸다.



“아직도 느끼지 않고 있다는 거지?”



기술자가 진아의 보지를 살펴보고 매섭게 회초리를 휘둘렀다. 이미 진아의 볼기는 빨간 가로줄이 여럿 새겨져있었다.



“윽... 열 둘”



진아는 눈을 감고 생각하는 것을 그만 두었다. 자꾸 분쇄기가 돌아가는 모습만 떠올라서 역효과가 나는 것 같았다. 그녀에게는 엉덩이가 찢어지는 듯한 이 통증 말고도 기술자의 ‘합격’이 더 절실했다.



진아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은 그때였다. 자신의 모습은 측은하기 그지없었다. 다 큰 처녀가 벌거벗은 채 엉덩이를 높이 들고 맞고 있는 광경은 그 대상이 자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TV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이질적이었다.



군살 없는 몸에는 검붉은 상흔이 남아있었고 이미 볼기에는 회초리의 흔적이 빨갛고 선명하게 새겨지고 있었다. 고개를 조금 더 내리자 은밀한 부위가 고스란히 거울에 비쳐졌다. 깨끗한 보지와 항문은 기술자의 시야에서 더 적나라하고 뚜렷하게 보일 것이 분명했다.



“열셋”



엉덩이에 회초리가 떨어지자 허벅지까지 출렁이며 항문과 보지가 움찔거렸고 피부에 붉은 직선이 새겨졌다. 진아는 반사적으로 숫자를 셌지만 여전히 시선은 거울 속 자신에게 가 있었다.



고개를 들어 자신의 정면이 비친 거울을 바라보자 기술자의 무표정한 표정이 보였다. 여기서 그녀는 이 남자들을 대할 때 느끼는 이질감의 정채를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이들에게 그녀는 감정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람은 고사하고 개나 고양이만도 못한 사물에 가까운 무기질적인 대상. 그게 바로 진아였다. 감정의 대상이 아니니 상처나 아픔에 공감할 필요도 동정할 필요도 없었다. 언제든지 처분할 수 있는 물건이니까.



‘난 사람은커녕 변기만도 못했던 거야’



무표정으로 자신의 음부를 바라보는 기술자와 알몸으로 엉덩이를 쳐들고 매질을 당하며 또 관찰당하는 상처투성이의 자신에게 뭉클 비참함이 피어올랐다. 이는 지금까지 느낀적 없던 묘한 기분이었다.



똥보다도 못한 자신이 이렇게 매질을 당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그들에게 폐기되지 않은 것이 고마워질 정도였다. 기술자에 대한 원망이나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전략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 길가의 벌레만도 못한 스스로를 바라보는 모습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다리 사이에서 이질감이 느껴진 것은 이때였다.



“앉아. 열 세대 만에 느끼다니, 이건 생각 밖으로 선방했는데”



기술자가 말했다. 진아는 번뜩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정신을 차렸다. 다리사이를 만져보니 분명 점도 높고 미끈한 액체가 묻어나왔다. 엉덩이의 통증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와중에서 어떤 성욕의 전조를 느낀 것이다. 이런 자신의 반응에 그녀는 어안이 벙벙했다.



“자 그럼 기념이다”



기술자가 무릎꿇고 있는 진아의 다리 사이에 손을 넣어 거칠게 보지를 문질렀다.



“아앗, 아응”



진아의 입에서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소리가 나왔다. 기술자가 보지를 더듬던 손을 진아에게 내밀며 말했다.



“자 네가 마땅히 흘려야할 때에 흘린 첫 보지물이다. 핥아”



진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혀를 내밀었다. 그녀는 기술자의 손을 핥으며 처음으로 자신의 애액이 맛있다고 느꼈다. 동시에 기술자로부터 불합격 선고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따뜻한 안도감이 가슴속에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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