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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립스틱* - 2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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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620회 작성일 20-01-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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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옥산면 청암산으로 오르는 산 중턱에 목장이 있었다. 외딴 곳이지만 넓은 면적의 목장 입구에는 용두목장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용두목장 뒤편은 깎아 세운 듯이 높은 암벽이다. 용두목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암벽위에는 세 명의 남자가 엎드려 있다. 망원경을 들고 바라보는 강민우와 불곰 최중혁, 그리고 불곰의 수하 들개라는 별명을 가진 안하석이었다.



강민우의 망원경 속으로 들어난 목장 주변에는 이노마의 말대로 시커먼 송아지만한 도베르만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 모습은 보이지 않고 삼십대 가량의 여인이 이따금 드나드는 모습이 보였다. 티셔츠와 치마를 걸쳤지만 평범한 여자 같지는 않았고 눈에 띠는 미모와 요염한 자태였다. 강민우가 이곳에 와서 살펴보기 시작한 시간도 얼추 두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곽춘호 한 명이라면 어떤 방법으로든지 목장 안으로 들어가서 오랜 세월을 기다렸던 원한을 갚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그를 처치하고 다른 놈들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하면 낭패였다. 곽춘호를 통해서만이 다른 놈들의 정보를 알 수 있었다. 강민우는 바라보고 있던 망원경을 내렸다.



“불곰!”

“네.”

“어떻게든지 놈에게 접근할 수 있어?”

“글쎄요! 형님 말씀인데 해봐야지요.

“그리고 부하들을 시켜서 동태를 살피도록 해.”

“네.”



강민우는 안주머니에서 사진들을 꺼냈다. 흑사회 조직원들의 신상정보에서 빼낸 사진을 인화한 것 들이었다. 사진을 최중혁에게 건네주었다. 최중혁이 건네받은 사진들을 들여다보았다.



“특히 그 사진에 있는 놈들을 발견하면 즉시 연락하고.”

“네.”

“오늘은 이만 가자.”



암벽 위에 엎드렸던 강민우가 주위를 둘러보며 일어섰다. 그리고 암벽 뒤를 돌아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최중혁과 그의 수하도 강민우를 따라 산을 내려갔다. 등산복 차림의 그들은 하산하는 등산객들의 무리 속에 끼어 푸른 숲으로 우거지기 시작한 청암산을 내려갔다.



다른 지역보다 늦게 계절이 찾아오는 하남의 북한산성 북쪽 등성에도 녹음이 깃들기 시작했다. 컴퓨터 앞에 앉았던 강민우는 기지개를 켜며 거실로 나왔다. 그동안 흑사회 조직원들에 관련된 정보들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동안 등 뒤에서 강민우의 작업을 쳐다보고 있던 이진아는 거실로 나가더니 소파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운 이진아는 탁자위에 다리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보고 있던 책을 얼굴에 올려놓고 무슨 생각인지 골똘히 한다. 소파에 걸터앉은 강민우는 텔레비전 리모컨을 집어 들면서 이진아를 힐끗 바라봤다. 반바지를 걸친 이진아의 허벅지의 뽀얀 피부가 들어나 있었다. 캠퍼스 생활을 시작하고 이진아는 더욱 살결이 고와지고 청순해 보였다.



강민우가 리모컨의 텔레비전 전원 스위치를 눌렀다. 텔레비전 화면에 야당 청치인 두 명이 회동하여 민주화요구 공동발표문 채택을 하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요즘 뉴스 시간 마다 나오는 화면이었다. 얼굴에 책을 덮고 있던 이진아가 일어나더니 텔레비전을 주시했다. 뉴스를 보고 있던 이진아가 불쑥 입을 열었다.



“오빠! 만약에 말이야........”

“만약.........!?”

“응, 만약에 내가 대학 근처로 독립해 나가고 싶다면 어떡할 거야?”

“음.......! 진아가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



TV 화면을 주시하고 있던 강민우는 이진아의 갑작스런 물음에 혼란스러웠다. 전혀 예기치 않았던 말이었다. 그러나 이진아는 오랜 시간동안 고민을 하다가 그의 동의를 구하는 말이었다. 아니 그녀는 이미 결심을 했던 마음의 전달이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그녀는 강민우의 낙심하는 표정에 마음이 아팠다.



“오빠 혼자 있어도 괜찮겠어?”

“진아가 걱정되기는 하겠지만 어쩌겠어.”

“그럼 내가 없어도 괜찮다는 말이야!? 조금도 서운하지 않아? 오빠 마음속에는 내가 멀어진 거야?”

“그런 건 아니고, 어쩌겠어.”



“피 잇~! 이제 오빠는 조금도 나를 생각하지 않는구나!”

“그럴 리가 있어! 이제 너도 어린애가 아니니까. 독립하고도 싶겠지.”



막상 이진아에게 그런 말들을 듣고 보니 강민우는 새삼스럽게 애착심이 들었다. 그동안 아이를 낳아 키우듯이 이진아를 살펴오면서 괴로울 때도 많았고 남다른 정이 깃들었다. 어쩌면 이진아에게 피붙이보다도 더한 애정을 쏟아 부은 것이다. 이진아가 곁에 없다는 것은 생각해보지도 않았기에 가슴 한쪽이 뻥 뚫리는 허전한 감정이 솟았다.



혼자 독립하면 어떻게 하겠냐고 질문을 하는 이진아가 갑자기 어른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그녀가 보살핌을 받았던 여동생이 아니라, 완전한 여성으로 보였다. 남성은 남성 나름의 의지가 있고, 여성은 여성 나름의 삶의 방식이 있다고 한다. 강민우는 정말 이진아가 곁을 떠나고 싶은지 의문스러웠다.



“정말 독립하고 싶은 거야?”

“독립하고 싶다기보다는 내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봤어.”



강민우는 갑자기 지나간 세월이 떠올라 눈물이라도 흐를 것처럼 욱하는 감정이 솟아올랐다. 소파에서 부스스 일어나 집을 나섰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이진아도 그를 따라 나섰다. 서산으로 넘어가는 석양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강민우는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뒤를 따라온 이진아가 그의 팔에 매달리며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오빠 결혼 안 해? 나희 언니 좋아 하잖아.”

“아직 생각해 본적 없어.”

“난 이따금 결혼해서 예쁜 아기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꿈을 꿔.”

“벌써, 남자 친구 생겼니?”



걷던 걸음을 멈춘 강민우가 그녀를 바라봤다. 잠시 대답하기를 망설이던 그녀가 아카시아 나뭇잎을 따서 하나씩 떼어낸다.



“글쎄~! 마음속에 있는 남자는 있는데, 친구는 아냐.”

“그럼 애인이란 말이야?”

“음.......!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런 말이 어디 있어?”

“크 큿~! 수수께끼야.”



키들거리는 웃음을 흘린 이진아는 떼어낸 아카시아 잎사귀를 높이 던졌다. 그녀는 슬며시 강민우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강민우의 정갈한 귓바퀴와 까만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자신을 보살펴준 오빠라기보다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남성으로 보였다. 그녀는 그것이 사랑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혓바닥을 날름 내밀어 보인 그녀는 강민우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깡충거리며 앞서서 걸었다. 그녀에게 이끌린 강민우는 의아스런 눈빛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수수께끼.......!?”

“응, 오빠가 맞춰봐.”



그녀의 말에 강민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풀숲에 있던 다람쥐가 발자국소리에 놀라 빠르게 달아난다. 이진아의 어린아이처럼 키들거리는 웃음소리,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사각거리는 소리, 들새들의 날개 젓는 소리. 어디선가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 정경이다.



강민우는 마주잡은 이진아의 손에서 전달되는 부드러운 온기를 느낀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던 이진아가 강민우의 앞을 막고 섰다. 그리고 빤히 올려다보더니 강민우의 목덜미에 팔을 두른다.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이진아의 눈동자가 이슬을 머금은 듯 반짝였다. 이진아는 강민우의 목을 끌어안고 얼굴을 붉히더니 사르르 눈을 감았다.



강민우는 그녀에게서 흐르는 체취를 느낀다.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그녀의 입술을 보며 가슴 속에서 갇혔던 감정이 북받쳤다. 이진아의 얼굴을 양 손으로 받쳐 들고 입술을 마주했다. 언젠가 백화점 앞에서 돌발적으로 키스를 해오던 이진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강민우는 그녀를 당겨서 가슴 속 깊이 껴안았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아 습한 열기를 일으키고 이진아가 파르르 떨면서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어린 암사슴처럼 파고드는 이진아의 혀를 깊이 빨아 당겼다. 현기증을 느낀 이진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하면서 목구멍 속으로 흘러나오는 신음을 삼켰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휘말리는 강민우의 머릿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송나희를 떠올려졌다. 강민우는 가슴 속에 갇힌 그녀를 으스러지도록 부둥켜안았다가 풀어 주었다. 입술을 때어낸 이진아가 밝은 미소를 띠며 얼굴을 붉혔다. 강민우는 어줍은 웃음을 흘리며 오던 길을 되돌아 걷기 시작했다.



강민우는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는 감정을 단어로 표현할 수는 없으나 이진아를 대하는 순간마다 불씨처럼 살아나서 괴롭혔다. 특히 자신의 인생에 대한 생각을 한다는 이진아의 아리송한 수수께끼는 더욱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다. 무엇일까, 막연한 허전함과 간절함 같은 것들은. 밤이 이슥하도록 머릿속의 혼란스러운 감정은 끈적끈적하게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창문의 커튼 사이로 달빛이 흘러 들어와 더욱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방바닥과 벽에 비치는 달빛이 하얀 거품처럼 살아 오른다. 이진아가 곁을 떠나면 홀로 타오를 촛불 같은 것인가. 가슴속에 들끓는 감정처럼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용암처럼 솟아오르는 붉은 불꽃보다도 뜨겁게 활활 타오르는 하얀 불꽃이었다.



문득 소리 없이 방문이 열리고 강민우는 흠칫 놀랬다. 살그머니 방문이 닫히고 몸매가 들어나 보이는 하얀 잠옷 차림의 이진아가 서 있었다. 달빛을 받은 그녀의 모습이 요정처럼 보였다. 예전처럼 그녀가 다시 악몽에 시달린 것인가. 강민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달빛 아래 서서 바라보던 그녀가 침대로 다가섰다.



“오빠! 자는 거야?”

“아니.”



“오빠!”

“응........!?”



“오빠.”

“응, 그래.”



강민우는 달빛을 등지고 있는 이진아의 표정을 알 수 없었다. 이진아도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온 것이다. 그녀는 한 번도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전하고 싶었다. 어쩌면 처음이고 마지막 일수도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막상 어떤 단어가 어울리는지 떠오르지 않아 망설였다.



“오빠.”

“응! 자지 않고 왜?”

“오빠........! 나 좋아해?”

“그럼, 좋아하지.”



“나, 사랑해?”

“물론, 사랑하지.”

“그럼........”

“........!?”



이진아는 뒤이어서 나오는 말을 삼키고 있었다. 가장 진실하고 적절한 단어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강민우는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말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창문으로 흘러들어오는 달빛을 받아 잠옷을 걸친 그녀의 몸매가 실루엣처럼 들어나게 하고 있었다.



“그럼, 나를 오빠의 여자로 만들어줘.”

“무슨 말이지.......!?”



“오빠의 여자가 되고 싶어.”

“음........! 지금도 진아는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여자이고, 동생이야.”

“아니! 여동생 말고, 오빠의 여자로.”



충격적인 말에 강민우는 소스라치게 놀라서 뒤로 물러앉았다. 실루엣처럼 서 있던 이진아는 자신이 걸치고 있는 잠옷의 어깨띠를 벗겼다. 사그락하는 소리와 함께 흘러내린 잠옷이 하얀 연꽃처럼 그녀의 발아래 떨어져 내렸다. 팬티만 걸친 그녀의 몸매가 달빛 속에 조각처럼 들어났다.



“무슨 짓이야! 옷 입어.”

“내가 싫어? 오빠는 내가 여자로 안보여?”



이진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나왔다. 떨리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그렇다! 영혼이 실린 간절함이었다. 달빛 그림자처럼 그녀가 침대로 한걸음 다가왔다. 강민우는 벽속으로 숨기라도 할 듯이 뒤로 물러앉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뒤로 물러앉을 공간이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어린소녀가 아니었다. 조직원들에게 윤간을 당한 어린 소녀의 상처와 아픔을 씻어 주었지만, 지금 그녀는 어엿하게 성숙한 여자였다.



“넌 아름다운 여자야. 하지만.......”

“하지만 뭐? 내가 놈들에게 더럽혀진 몸이라 싫어. 그런 거야?”



“아냐! 진아는 누구보다도 순결해. 그러니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어.”

“싫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오빠의 여자가 되는 것이 순결해지는 거야.”



고개를 흔들던 이진아는 마지막 걸치고 있는 팬티마저 끌어 내렸다. 발가벗은 그녀의 매끈한 몸매가 비너스보다도 아름다운 조각처럼 들어났다. 뽀얀 피부가 달빛을 받아 투명하게 들어난 그녀의 하복부에는 봄에 돋아나는 잔디처럼 뽀송한 음모가 신비로웠다. 심장이 덜컹거리는 강민우의 심장 속에서 맥박 치는 열정의 감정들이 혈관을 타고 흘렀다.



발가벗고 서 있던 이진아는 강민우의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수줍은 어린소녀처럼 강민우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강민우는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가슴을 파고드는 그녀를 껴안았다. 그녀는 더 이상 어린 소녀의 몸이 아니었다. 그녀의 발가벗은 알몸을 껴안은 강민우는 자신을 괴롭히던 감정의 응어리가 불꽃처럼 타올랐다. 그녀를 반듯이 눕히고 내려다보았다. 무엇인가 갈망하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달빛을 반사하는 습기가 어려 있었다.



이진아는 의식을 치르듯이 눈을 사르르 감고 누워서 강민우의 여자가 되기를 기다렸다. 강민우는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 입술을 포갰다. 어쩌면 성스러운 의식이기도 하고 숨김없는 감정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녀의 혀가 강민우의 입속으로 빨아 당겨졌다. 갈증을 해소하듯이 혀와 혀가 엉키어 서로의 타액을 들이마셨다. 똑같은 아픔을 겪었던 감정의 응어리였다.



강민우의 손길이 그녀의 아담한 젖가슴을 보듬어 안았다. 젖가슴을 어루만지는 남자의 손길에서 그녀는 아픈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자잘하게 밀려드는 감각이었다. 고통스러운 기억을 남겼던 남자의 손길이 아니라, 아늑하게 밀려오는 열기의 환상이었다. 타액을 교환하던 강민우의 입술이 그녀의 젖가슴으로 내려왔다. 지금 이진아에대한 강민우 감정은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싶은 여자일 뿐이었다.



진아의 젖가슴을 보듬어 안은 민우의 혀끝이 젖꼭지를 핥고 지나다녔다. 그리고 입속으로 빨아 당겼다. 젖꼭지가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진아는 짜릿한 통증을 느꼈다. 아울러 뼈마디가 저려오는 희열의 물결이 이어졌다. 그녀는 깨물려지는 젖꼭지로 온 몸의 말초신경이 한 곳으로 몰리는 쾌감에 급히 숨을 들이켰다. 젖가슴이 타액으로 적셔지며 그녀는 현기증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그의 머리를 보듬어 안았다.



“오, 오빠.......!”

“사랑해.”

“정말이지.......!?”



강민우는 대답대신 그녀의 돌기를 일으킨 젖꼭지를 깊게 빨아 당겼다. 그리고 유리그릇을 다루듯이 그녀의 젖가슴을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 허리를 지나서 둔부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허벅지의 민감한 살갗들을 어루만졌다. 허벅지를 쓰다듬던 그의 손길이 음모를 스치고 지나다니다가 은밀한 여자의 비역을 건드리고 다녔다. 그녀는 묘한 쾌감에 진절머리를 치며 올려다보았다.



“오빠야........!”



달빛의 암영을 받은 남자의 몸은 군살 없이 적당한 근육으로 다듬어져 매력적이었다. 진아는 강민우의 여자가 되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꼈다. 남자의 몸매란 여자와는 전혀 달랐다. 잘 마른 고목 같기도 하고, 거친 야수와도 같았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화약더미 같기도 했다. 뜨거운 가슴에 안긴 그녀는 황홀하기도 했다.



“핫! 난 몰라.”



돌연히 이진아는 허리를 비틀었다. 음부를 쓰다듬던 그의 손길이 돌기를 일으킨 예민한 부분을 쓰다듬었기 때문이었다. 남자의 손끝에 음순이 휘말려 쓸어올려졌다. 생전 처음으로 느끼는 흥분의 열기에 몸속 깊은 곳의 막혔던 샘이 터지듯이 비밀스러운 관들이 열리고 샘물이 흘러나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고 올려다보았다. 강민우와 시선이 마주친 그녀는 속삭이듯이 작은 목소리를 흘렸다.



“사랑해줘. 오빠!”

“진아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아니, 더 이상 아픔은 없어.”

“........”



이진아는 도리질을 했다. 그녀는 강민우의 여자가 되는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열정의 눈빛으로 내려다보던 강민우가 그녀의 허벅지를 벌렸다. 발가벗은 알몸이 달빛에 반사되어 완연하게 드러났다. 그녀는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다.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강민우의 우람한 남성이 치밀고 들어왔다. 옅은 통증을 느끼는 그녀는 흑사회 조직원들에게 윤간을 당하던 고통이 떠올랐다. 그러나 지금의 통증은 그놈들에게 잃었던 순결을 다시 찾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데 옅은 진통을 수반하면서도 참을 수 없는 묘한 감각의 물결에 휘말렸다.



“아 하! 오, 오빠 사랑해.”

“하아! 진아야.”



이진아와 한 몸이 된 강민우는 그녀를 소유하고 있는 자신의 강렬한 의지에 새삼스럽게 놀랬다. 그녀에게 다시 고통을 안기는 것은 아닌지, 정말 그녀를 여자로 사랑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자책하면서도 거친 호흡을 흘렸다. 일단 불이 붙으면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것이 남성이었다. 인간에게 있어서 태풍보다 강렬하게 분출하는 것이 성적인 욕망이라고 말할 것이다. 성욕은 두 살갗의 접촉에서 생기고, 하나가 되는 마음은 동질감을 느끼는 두 감수성의 접촉에서 생긴다.



남성이 몸속으로 치밀고 들어올 때마다 그녀는 짜릿한 진통과 함께 한없이 솟구쳤다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찔한 희열에 빠져 들었다. 남자들에게 당한 저주스러운 기억이 고통만이 아니고 주체할 수 없는 환희로 되살아났다. 보지 속을 채우고 들어온 자지가 숨겨진 살갗들을 헤집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목구멍 속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신음을 삼키고 있었다. 그의 허리를 부둥켜안았다가 침대 시트 끝자락을 당겨 입에 물었다.



“으 으! 오빠 어떡해.......”



그녀의 목소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신음소리로 흘러 나왔다.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그녀는 다만 환상적인 ‘나부코’의 오페라를 듣고 있었다. 그들은 육체의 멜로디로 서로의 감정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의 근육질에 눌려 숨조차 쉴 수 없었던 그녀는 남자의 몸이 뜨거운 쇳덩이처럼 달구어질수록 그저 아득한 현기증을 수반한 환희 속에 빠져들 뿐이다.



“으 음.......! 오빠, 사, 사랑해.”

“그래! 진아는 내 사랑이야.”



그녀는 이 순간이 순결했다는 증거라고 믿고 싶었다. 달빛을 반사하는 남자의 몸만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알몸이 같이 따라 움직였다. 그의 자지가 여자의 숨겨졌던 보지속의 민감한 돌기들을 자극하였다. 강민우의 입술은 어린아이처럼 젖가슴을 파고들었고 잇닿은 하복부에는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발가벗은 몸이 밀착하여 마찰할 때마다 마치 달빛처럼 맑은 물소리가 흐르는 것 같았다.



“지, 진아야“



거친 숨을 내뿜는 강민우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포개진다. 남자의 등위에는 달빛의 여울이 흘러내리고 있다. 꿈결 같은 나락 속으로 떨어져 내리는 진아는 흐느끼듯이 신음을 흘린다. 자궁 속까지 치밀고 들어올 것처럼 귀두가 용틀임을 한다. 뼈끝을 저미는 무한한 현기증인가. 그녀는 허우적거리며 남자의 등을 움켜쥐고 매달린다. 남자의 몸 일부가 몸속으로 치밀고 들어올 때마다 그녀는 아늑한 구름 속으로 떠올랐다가 추락하며 뼈마다 마디마다 녹아내리는 아스라한 희열에 몸부림친다.



“아! 난 오빠 여자야.”

“그, 그래. 진아는 내 여자.........”



거친 호흡을 내뿜는 강민우가 그녀를 으스러지도록 껴안고 경직되었다. 그녀는 몸속으로 용암같이 뜨거운 사랑이 흘러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새로운 시간을 잉태할 수 있는 생명체였다. 순간 그녀는 온 몸의 뼈마디가 녹아내리는 환희 속에 빠져들었다. 그의 목덜미에 팔을 두르고 매달라며 바들바들 떨었다. 그녀는 몸속 깊은 곳 어디선가 맑은 샘물이 흘러나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으 하~! 오, 오빠."



그녀는 치를 떨며 남자의 허리를 붙들고 매달렸다. 기억속의 고통이 아니라, 그녀에게는 새로운 세계의 환희였다. 지칠줄 모르는 남자의 열정이 끈적한 시간으로 지속될수록 그녀는 더욱 애타게 매달린다. 그녀는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의 여자가 된다는 정신과 육체의 욕망에 휘말린다. 남자의 근육이 몸 속을 치받을 때마다 진아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찔함에 허덕인다.뜨거운 희열의 진액이 보지속을 적시는 작렬감. 진아는 터져 나오려는 신음 소리를 목구멍 속으로 삼켰다.



“오, 오빠!”

“.......!”



강렬했던 감정대신 강민우는 이진아의 얼굴을 양손으로 받쳐 들고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녀의 촉촉해진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그녀가 그의 머리를 부둥켜안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녀에게 그는 영혼을 간직하게 해준 남자였다. 기억 속에 간직되어 잊을 수 없던 고통을 영원한 기쁨으로 바꾸어준 남자였다.

여자는 태어나면서부터 여자는 아니다. 그녀의 성(Gender) 역할을 통해 여자로 탄생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녀는 이제 순결을 되찾은 새로운 여자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한동안 한 몸이 되어 거칠어진 호흡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적막이 이어지고 창문 밖 숲속에서 부엉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를 부둥켜안고 있던 강민우가 그녀의 몸에서 벗어나 나란히 누웠다. 그리고 시트를 당겨 그녀의 몸에 덮어주었다. 그들은 뜨거운 감정으로 하나가 되어 침묵하지만, 창문으로 스며드는 달빛은 여전히 순백의 언어를 흘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을 잡아 토닥거리던 강민우가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강민우는 침대 아래 꽃잎처럼 쌓인 이진아의 팬티를 집어 들었다. 시트를 젖히고 그녀에게 팬티를 입혀 주었다. 흑사회 놈들에게 윤간을 당한 그녀를 씻기고 옷을 입혀 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당시는 단지 동질감을 느낀 애틋한 마음이었으나 지금은 자신의 여자가 된 그녀가 소중하기도하지만 자책감이 들었다.



뜨거운 키스와 그의 애무에 대한 그녀의 격한 움직임, 그리고 그녀와 하나가 되었을 때의 감정은 단순한 욕구에 의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제는 지난 세월에 당한 고통의 무거운 짐으로 비틀거리는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만약 다시 그녀를 괴롭히려는 상대는 먼저 목숨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다. 강민우는 그녀 곁에는 항상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식하게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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