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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마들 - 1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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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447회 작성일 20-01-1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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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를 어떻게 불러야되는지 가르쳐주지."

찢어진 눈매가 엎드려 있는 그녀의 머리칼 속으로 손을 담그며 말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있었지만 평소 잘 가꾸어진 모발답게 사내의 손이 들어가자, 그 윤기나는 케라틴 단백질을 넓게 흩뜨려 그 손을 폭신하게 감쌌다. 찢어진 눈매는 그녀의 머리 부피를 재듯이 두정골에서 후두골에 이르는 타원형의 뒷머리 부분을 어루만졌다.

"사람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커다란 두뇌를 가지고 있다는 거야. 3킬로나 되잖아.아주 사악한 계략을 많이 꾸미지." 사내의 큰 손이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 있어서 그녀는 싫어도 사내의 얼굴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몰라 그녀의 눈에 두려움이 어렸다.

"난 네 예쁜 머리가 그런 사악한 걸 모르는 깨끗한 상태면 좋겠어.알아?" 그녀는 대답할 타이밍을 찾았다.

"..네." "정말?" "네." 찢어진 눈매는 기분이 좋은 듯 머리칼 속에서 손을 빼지 않은채 그녀의 머리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손을 옮겨갔다.



오빠는 아무도 모르게 코웃음을 치며 아빠를 흘깃 쳐다보았다. 사람의 가장 큰 문제가 커다란 두뇌 때문이라는 저 얘기,저건 분명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에 나오는 얘기다. 그 말을 인용하는 걸 보니 찢어진 눈매도 분명 그 소설을 읽은 모양이었다. 아마 아빠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오빠가 커트 보네거트를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아빠때문이었다. 아빠가 그런 작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5천년도 훨씬 전에 이집트인들이 피라미드를 건축했다는 사실만큼이나 불가사의한 일이었지만 하여튼 아빠는 가끔씩 마치 태어나서 자기가 읽은 것은 오직 커트 보네거트 밖에는 없다는 듯이 굴었다. 그것까지는 좋은데 특이한 것은 그의 소설에 대해서 좋은 평을 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것이었다. 호평은 커녕 아빠가 그의 소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있자면 마치 40년쯤 같이 산 마누라한테 아침밥을 못 얻어먹은 구두쇠 영감이 잔소리하는 것처럼,주저리주저리 너절한 단어들을 조합해서 끝없이 악담을 늘어놓곤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외 수많은 다른 작가에 대해서는 일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로 봐서는 아빠가 과연 그 작가를 정말로 싫어하는 건지 아니면 좋다는 걸 그렇게 표현하는 건지 대체 알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언제인가 찢어진 눈매가 아빠를 가리켜 "본네트에 미친 놈"이라고 부른 적이 있었다. 보네거트라는 이름이 생소해서 본네트로 잘못 말한 것이었지만 이후로 아빠를 놀리기 위해서 사내들은 커트 보네거트를 말할 때 본네트라고 부르거나 기분내키는대로 라디에이터,심하면 세루모터나 오일필터라고까지 불렀다.

아빠에 따르면 커트 보네거트는 자신의 재능을 고의적으로 잘못 사용한 바보같은 작가였다. 작가의 정열 대부분을 정치적이고 문명비판적인 목적에 소진함으로써 말초적인 흥미를 스스로 삭감시켰다는게 그 이론의 골자였다.무거운 주제에 집중했던 에너지로 자극적인 글들을 썼으면 얼마나 재미있었겠는냐는 것이었다.

커트 보네거트가 어떤 사람이었건 오빠가 아빠의 얘기를 들으면서 불안했던 점은,평소 자신보다 무식하다고 믿어왔던 아빠가 자신이 모르는 얘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빠는 커트 보네거트를 읽게 되었다. 오빠는 아빠가 왜 커트 보네거트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여전히 알 수 없었으나 한가지 점에서만은 아빠와 의견이 일치했다. 그것은 커트 보네거트가 자신들과 너무 달라서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놈은 너무 정상적이야. 변태같은 놈." 오빠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선생님이야.불러봐." "선생님." "다시 한번." "선생님." 선생님이 그녀의 두피를 가볍게 긁으며 귀여운 듯이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좋아.난 네 보지를 볼거야."선생님,제 보지는 선생님 거예요.이뻐해주세요."라고 해봐." 그녀는 심장이 타들어가는 듯했다. 제 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녀의 이성이 격렬하게 요동쳤고 하지 말라고 아우성쳤지만 잠시뿐이었다. 이내 이성은 그녀의 척추관절 사이사이까지 잠식한 아득한 공포에 밀려 효과적으로 진압당하고 형편없이 구겨졌다.

그녀는 도르레에 매달렸을 때 묶였던 손목을 내려다 보았다. 피부가 빨갛게 벗겨져 있었다. 고통이 살아났다. 아직도 하체가 남의 것인양 얼얼했다. 딜도가 엉덩이에 닿는 그 끔찍한 순간이 떠올랐다.

"선생님,제..제 보지는 선생님 거예요...이뻐해 주세요."

선생님이 만족스럽다는 듯 나지막하게 웃었다. 그게 웃음이었나.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다른 곳에서 들었으면 가죽천을 긁는 소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잘했다는 표시인지 선생님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잠시 자존심을 꺾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영원히 자존심을 꺾는 것이었고 앞으로 계속될 사내들의 더욱 심한 요구에 그녀를 무한히 양보할 것임을 마음먹은 것이기도 했다.

"한번 더해." "선생님..제..보지는 선생님 거예요.이뻐해 주세요." "한번 더." 하면 할 수록 말이 더 잘 나왔다. 가슴을 까맣게 채운 거부감은 여전했지만 어쨌든 이전까진 입에 담아본 적 없던 단어들이 매끄럽게 발음됐다.

"좋아.우린 침대에서 하자구. 따라와." 선생님은 앉은뱅이 의자에서 일어나 한쪽 구석에 있는 침대로 향했다. "빨리 안와." 선생님이 날카롭게 채근하자 그녀는 주춤거리며 뒤를 따라 침대로 기어갔다.

"자,이리 올라와..진찰실 기억하지? 처음에 했던거.그래,그거..그래,조금 더.좋아..우선 아까 네가 좋아한다고 했던 방법들로 보지를 만져보자. 만질 때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 계속 말을 해. 거짓말은 안돼. 그건 사악한 짓이잖아.응? 사악한 계략을 꾸미는 두뇌는 좋지 않은 거라고 아까 말했지? 우리는 네 반응을 금새 알 수 있어. 진짜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 말야. 만약 거짓말 하는 거면..알지? 넌 바보가 아니니까. 아주 쉬운거야. 난 네가 좋아하는 방법대로 만져주고 넌 좋아하면 되는거야. 쉽지?..잘 기억해. 난 깨끗한 머리가 좋아.응?..그럼 됐어.시작해 보자구."

그녀는 자신의 다리 사이로 보이는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보았으나 동공이 풀려 그를 보는건지 천정을 보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원근감을 상실한 채 눈을 깜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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