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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 56부

작성일 20-01-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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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익명 조회 35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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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부-



강주는 의왕에 머무는 동안 그간 만나지 못했던 여자들을 품어주며 장선배를 통해 의류회사의 일을 은밀히 진행하고 있다. 회장 딸 유미의 아파트와 주식은 이미 강주의 소유로 등재되어 있고 의류회사는 주금납입증명서까지 받아 온 상태라서 공동경영자로 올라있는 유미와 민희의 전남편 강원장은 언제든지 일을 터뜨리기만 하면 그 책임을 면치 못할 입장이 되어 버렸다.

방안에서만 지내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리니 답답해 전화를 한다.



“장선배, 요즘 일은 어때요?”



“아! 최소장...... 일이야 잘 돌아가지. 그나저나 준비는 다 됐는데, 그 강원장이라는 놈이 끄나풀을 들여보내서 인감을 관리하고 있으니 작업을 어떻게 할 건지 걱정이 되네......”



“하하......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애들 풀어서 치면 됩니다.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라 주식 가격이 좀 뛰어야 돈이 될 텐데...... 값이 안 올라서......”



“그러게......”



“동대문에 소문을 좀 흘려보는 건 어떻겠어요?”



“뭐라고 소문을......”



“아! 그런 거 있잖아요. 뭐, 외국의 유명회사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작업이 있다든지...... 그럴 듯한 소문을 좀 만들어 보란 말이에요.”



“그런 게 먹힐까? 밑도 끝도 없이......”



“일단 한 번 해 봅시다. 그렇게 하면서 여기 저기 애들 풀어서 주식도 치고 빼고 해서 가격을 좀 튀겨 봐야지.”



전화를 끊고는 곰곰이 있다가 무슨 생각에선지 혜숙이에게 전화를 건다.



“응, 왜?......”



“너...... 혹시 친한 선생 중에 외국어 선생은 없니?”



“있기야 있지만 갑자기 왜?......”



강주는 자신의 계획을 혜숙이에게 설명해 준다.



“아유, 미친 놈...... 야, 좀 건전하게 살아라. 이걸 어떻게 해야 사람을 만드나? 이번엔 또 어떤 년 신세를 망치려고 그런 일을 벌이니?”



“에이, 까불지 말고 한 사람 소개해 줘 봐. 그냥 바이어 흉내만 내주면 되니까......그 대신 소문나면 안 되니까 너하고 친한 사람이어야 돼.”



“몇 사람이나......”



“뭐,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아니면 한 번에 두 사람씩만 소개해 줘도 돼. 시차를 두고 해도 되니까......”



“알았어. 그럼 정규 선생들 중에는 내 입장도 있어서 곤란하니까 학원에 나가는 선생들 중에서 알아봐 줄게. 이따가 전화해 줄 테니까 전화나 잘 받아.”



“그래, 고맙다. 뽁......”



“미친 놈......”



“참...... 그리고 너...... 점장 좀 만나봤니?”



“으응, 에그...... 딱하게 됐더라.”



“차라리 혜숙이 너...... 전남편하고 다시 잘 지내보면 어때?”



“뭐? 이 새끼가 정말...... 야! 넌 내가 네 여자라면서 그렇게 내돌리고 싶니?”



“하하...... 야! 이 계집애야. 그게 내돌리는 거니? 자리 잡고 살아 보라는 거지. 원래 네 남자였잖아? 살아가면서 다 그렇게 상처 받고 성숙해지는 거야.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고...... 그러면 처음 사랑은 다 뭐라는 거냐? 여유를 가지고 초심을 기억해 봐. 그 친구가 너를 정말로 아껴줬다면서?......”



“너?...... 정말 이제 나 싫어진 거야?”



혜숙은 강주가 자신을 멀리 하려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금방 목소리가 시무룩해진다.



“아니?...... 이 계집애가 학교 선생이라는 게 왜 이리 말귀가 어두워. 넌 영원히 내 친구고 내 여자야. 적어도 내 가슴 속에는...... 다만 너희가 예전처럼 가정을 꾸리고 지낼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어. 아기는 얼마든지 입양을 해서 키울 수도 있을 거고...... 네가 싫으면 그만이지만 우리야 얼마든지 만날 수 있잖아?”



“피...... 몰라. 끊어. 나 지금 기분 나빠졌어. 나쁜 새끼......”



“화만 내지 말고 들어 봐. 이 계집애야...... 나는 아직도 여자는 팔 다리 같은 지체라기보다는 입고 벗는 옷에 가깝다는 생각을 갖고 있긴 해.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옷이라는 것도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거든...... 그게 나도 나이를 먹어간다는 뜻인지 모르겠는데...... 추운 계절에 옷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너도 알 거 아니야? 팔다리는 오히려 끊어내고 싶을 정도로 추워 내 뜻대로 통제가 안 될 때 옷이야말로 나를 구해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잖아? 이제 우리도 한 살 두 살 먹어 가는데...... 그렇게 겨울은 오는데...... 너도 점장에게...... 점장도 너에게 그렇게 서로에게 옷이 되어 줄 수 있잖아? 나이 먹어가면서 팔다리 같던 자식들은 제 멋대로 떨어져 나갈 거고 남는 건 서로 등 긁어 줄 수 있는 사람뿐이잖아? 새 옷 같은 사랑도 좋지만 다 낡아서 쓸모없어 보이는 헌 옷 같은 정으로 사는 부부가 훨씬 더 많지 않겠어? 내가 정말 혜숙이를 사랑하니까 이런 소리도 하는 거야. 이젠 예전하곤 상황이 다르잖아? 네가 고통 받을 자리라면 내가 미쳤다고 권하겠어? 점장도 아픔을 겪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을 테니까 한 번 생각해 봐.”



“강주씨, 너...... 진심인 거야?”



“그렇다고 나 안 만나줄 건 아니지? 킥킥......”



“아유...... 징그러운 놈, 금방 심각한 얘기 해 놓고...... 알았어. 끊어. 생각해 볼 테니까......”



-



한 제자가 스승을 찾아 가 자신의 동료 수행자를 고발한다.



“스승님, 제가 방금 화장실에서 다른 동료가 용변을 보면서 불경스럽게 신께 기도를 바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 놈을 처벌해 주십시오.”



그러자 스승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렇게 잠시도 쉬지 않고 기도를 하였다니 상을 줄 일에 왜 처벌을 하라는 것이냐?”



그리고 곁에서 이 대화를 듣게 된 여행자가 스승의 가르침에 감동해 스승에게 자신의 입문을 간청하게 된다.



“저는 거룩한 가르침을 받기 위해 이제껏 스승을 찾아 다녔습니다. 이제 그 스승을 찾은 것 같으니 저도 이곳에서 함께 기거하게 해 주십시오.”



그러자 그 스승은 대답한다.



“이제 너로 인하여 여기도 더 이상 거룩한 곳이 아니다. 거룩한 곳을 찾는다면 네 갈 길을 가거라.”



-



남녀관계라는 것이 이와 흡사하다는 생각이다. 처음 만나 서로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한결같을 수 없으니 자연히 이해관계가 두드러지게 되고 장사꾼처럼 속셈을 하며 본전 생각에 다투기도 한다. 여자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 혹은 남자의 경우라도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잘못이라기보다는 아픔으로 안아줘야 할 일을 적어도 사랑했다는 배우자에게, 그래서 결혼까지 한 배우자에게 씻지 못할 아픔을 주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가 잘못이라고 치부하더라도 후자는 그 보다도 더욱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조각품을 완성시켜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통나무 속에서 아름다운 예술품이 탄생할 수도 있고 보기 흉한 등걸처럼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나무토막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그 나무토막도 그리 되고 싶지는 않았을 테니 지금은 아니더라도 장차 일어날지도 모를 나의 부족함에 갈음하여 배우자의 부족함을 채워줘야 할 것이다. 거저 채워줘야 비로소 사랑이라 하겠지만 워낙 세태가 각박하고 시절이 수상하여 그런 속셈 정도는 애교로 보아 줄 수도 있는 일이니 인생의 길에 있어서도 저축이나 보험은 중요한 일일 게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자기 눈을 뽑아 버리고 자기 귀를 멀게 하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일면 해탈로 가기 위한 방법이라면 꼭 우스갯소리로 치부할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저 못 본 척, 못 들은 척 하라는 말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그 눈으로 자신을 돌아보라는 가르침이니 자신의 허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반려로 함께 하는 이들의 아픔을 내 것처럼 안아주라는 것을 억지스럽게 생각할 일은 아닐 것이다.



“안녕하세요? 저...... 최강주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혜숙씨에게 말씀 들었어요. 이 분은 다카하시 마리코 상이에요.”



“안녕하세요. 마리코라고 불러 주세요.”



“아! 네...... 일본 분이시군요.”



“네, 마침 저희 학원에서 시간 강사로 일을 하고 계세요.”



“네, 여행 경비도 마련 할 겸......”



강주는 혜숙이 알려준 약속장소로 가서 두 명의 여자와 인사를 나누게 된다.

이미 혜숙이를 통해 이야기를 들은 상태라서 망설임 없이 동대문으로 향하기로 하고 장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만날 장소를 정한다.

여자들은 오히려 재미있어 하며 강주의 계획에 동참한다.

그간 납품을 해오던 상회들을 돌아다니며 입소문을 내서 곧 큰 물동량이 움직일 것이며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가 입국할 것이라는 등의 소문을 흘린다. 두 여자는 능숙한 일본어로 장선배와 행동을 같이 하며 시장 상인들의 혼을 빼 놓는다. 시장처럼 입이 빠른 곳도 없을 테니 매일 막대한 현찰이 움직이는 이곳의 소문은 곧 주식시장에도 흘러들어갈 것이다.

장선배도 그간의 연기로 이젠 제법 능숙한 거짓말을 흘린다. 자금문제로 쩔쩔매던 사람이 이젠 제법 거만하기까지 할 정도로 상회를 돌아다니며 두 명의 여자에게 제품을 들어 보이며 시장상황을 안내하고 여자들은 모두 우리말을 잘 하는 사람이니 간간이 한국말을 섞어가며 상인들을 현혹시킨다.



“하하하...... 두 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어머! 아니에요. 이 정도면 만족하셨나요?”



“네, 그럼요. 큰 도움이 됐습니다. 사람들 눈동자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던 걸요. 하하하...... 자, 어디 식사라도 하러 가시죠.”



“아, 아니에요. 저는 모처럼 서울에 왔는데 친정집에도 좀 들러야 할 것 같고....... 마리코 상만 좀 대접을 해 주시면...... 저에게도 손님이신데......”



“아! 그럼 그러시죠. 이건 약소하지만 사례로 받아 주시고......”



“아유, 한 일도 없는데......”



“자, 그럼 장선배가 좀 모셔다 드리지요. 나는 마리코 상을 대접할 테니까......”



“으응, 그러지. 자, 그럼 내일 통화하자고......”



올라올 때는 뒷좌석을 두 명의 여자에게 양보하고 조수석에 앉았지만 가는 길에는 나란히 앉아서 가니 마리코의 체향이 코로 스며든다. 날씬하다기보다는 빼빼 마른 체형에 전형적인 일본인이어서 남방계 미인들의 특징인 커다란 코가 인상적이고 얼굴의 주근깨도 굳이 화장으로 가리지 않은 매력적인 여자다.



“음...... 마리코상 일본 분들은 치아가 많이 약하다던데 일식으로 하시는 게 좋겠지요?”



“호호...... 고맙습니다.”



“그럼....... 인호야. 사쿠라로 가자. 회장 아지트 말이야.”



“아! 네...... 알았습니다.”



“아! 그리고 이따가 박부장한테 전화해서 똘똘한 녀석들 좀 추려서 내일 의왕으로 보내라고 해.”



“무슨 일이라도......”



“으응, 증권 작업 들어가야지. 고가로 매수주문을 자꾸 질러대야 값이 뛸 거 아냐? 우선 의왕 자금 한 십억 정도 풀어서 장난질을 쳐야지.”



“아! 네, 알았습니다.”



인천에 도착하니 이젠 제법 저녁시간이 이슥해 홀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마침 들어서는 강주를 발견하고 회장의 조랑말이 환대를 한다.



“어머머! 이사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오라! 손님을 모시고 오셨네요? 이리 오세요.”



“허허...... 잘 있었어요? 마침 일본 분이시라 대접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아유, 그럼 잘 오셨어요. 제가 특식으로 모실 테니까......”



인호는 굳이 따로 앉겠다고 해 장소를 달리 하고 강주는 홀 매니저가 안내하는 방으로 마리코와 함께 들어가 앉는다. 잠시 후 웨이트리스의 안내로 다시 나가보니 그녀가 은근한 눈빛으로 강주를 바라본다.



“음...... 이사님, 저 손님 누구예요? 회장님한테 일러 버릴까보다. 호호호......”



“에이,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 그나저나 난 자기 이름도 기억이 안난다?......”



“어머머! 섭섭해라. 지난번에 알려 드렸는데...... 저, 여주에요.”



“여주?...... 성은?......”



“아이 참....... 조금 이상한데...... 조씨요. 조...... 여주......”



“킥킥...... 조여주?...... 뭘 조여 줘?......”



“아이 씨....... 그래서 이름 잘 안 가르쳐 주는데...... 이젠 더 물어보지 마세요.”



“그래, 여주씨, 왜 불렀는데?......”



“으응, 저 여자...... 애인인가 궁금해서요.”



“공연히 회장님한테 쓸 데 없는 소리 하지 마. 내가 거래에 필요해서 지금 대접하러 온 거란 말이야. 앞으로도 더 만나야 할지 모르는데...... 산통 깨지 말고......”



“호호호...... 천하에 최이사님이 여자를 상대로 죽는 소리를 다 하시네. 그럼 오늘은 모른 척 특별 서비스를 해 드릴 테니까 그 대신에 다음에 한 번 혼자 오셔야 돼요. 저도 민희 얘기 들었거든요.”



“특별 서비스?...... 하하하...... 그래, 알았어.”



“그럼 전에 그 방으로 상 차려 드릴 테니까 안으로 들어가서 기다리세요.”



“거기 회장만 쓰는 방 아니야?”



“뭐, 어때요? 언니가 오늘 오실 것도 아닌데...... 그리고 저 일본여자도 제법 귀엽던데 이사님이 그냥 둘 것도 아니잖아요?...... 호호호......”



“나, 이런 참......”



“호호호...... 그 대신 다음에 모른 척 하기 없기. 내가 알아서 서비스해 줄게요.



정원을 가로질러 내실로 향하고 식사가 차려져 생각 외의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마리코는 자신을 배려하는 강주에게 감동하고 잠시 후 여주도 들어와 특별히 서빙을 해 준다. 들고 온 술을 잔에 따라 여주에게 내밀자 일본인 특유의 몸짓으로 연신 절을 하며 받아 마신다. 여행 중에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가끔 시간 강사 노릇을 한다니 좋아하는 음식을 배불리 먹을 기회도 흔치 않을 터에 마치 생일상을 받은 기분일 테지만 술을 몇 잔 받아 마시고는 이내 몸을 휘청거린다.



“어, 어...... 마리코 상...... 조심해요.”



“우웅...... 이상해...... 왜 이러지?......”



여주는 재빨리 마리코를 부축하고 옆으로 누이며 강주에게 윙크를 한다. 이것이 여주가 말하던 특별 서비스라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다.



“뭐, 뭐야? 일부러 그런 거야?”



“칫...... 내가 다 알아서 서비스 해준다고 그랬잖아요.”



“아니?...... 이럴 필요까지 없는 일인데......”



“에게? 기껏 도와주니까...... 언니는 남자들 데리고 오면 이렇게 자주 하는데......”



“야! 그거야 남자들이 달라붙으니까 떨어뜨리려고 하는 거겠지만 나야 이거......”



“어쨌든 무슨 거래든지 도장부터 찍어서 나쁠 거 없잖아요? 이 여자 얼굴도 예쁘장한데...... 그럼 한 두 시간 지나면 깰 테니까 알아서 하세요. 피...... 괜히 도와주고 좋은 소리도 못 듣고......”



“하...... 이거 참...... 에이, 그럴 리가 있나? 내가 놀라서 그랬지.”



강주는 일어서서 나가는 여주를 붙잡고 가볍게 끌어안아 준다. 어쨌든 원하진 않은 일이었으나 기왕 벌어진 일을 가지고 여주를 서운케 해서 좋을 일은 없을 것이다. 일이 끝날 때까진 매사를 조심할 일이다.



“피...... 진작 그럴 것이지. 흐으읍...... 으으읍...... 흐응......”



길게 입맞춤을 해주니 그제서 눈을 흘기며 방을 빠져 나간다. 저 여자도 이곳에서 닳고 닳은 여자일 테니 들고 남이 눈에 보일 정도로 깔끔하다.



“아...... 그나저나 이걸 어쩐다?......”



할 수 없이 마리코를 안아 이부자리에 뉘어 주고 옆에 눕는다. 약에 취해 정신을 잃고 있으니 마음먹기 따라 살맛을 볼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외국인이라는 것이 문제가 될지도 몰라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소개해 준 혜숙이 얼굴도 떠올라 그냥 참기로 하고 강주도 취기에 그대로 몸을 맡긴다.



“인호야. 어디 있니? 여기 내실로 좀 건너와야 되겠다.”



“네, 지금 가겠습니다.”



약에 취한 마리코를 들쳐 업고 차로 향하는 인호를 따라 차에 몸을 싣는다.

축 늘어진 마리코의 몸을 뒷좌석에 누이고 머리를 들어 무릎으로 베개를 해주곤 이내 차를 출발시킨다.



“아파트로 가시겠습니까?”



“그러자. 에이, 공연히 쓸 데 없는 짓을 해 가지고......”



낯 선 여자를 데리고 가면 미경이가 인상을 찌푸릴 것이 분명하지만 나중에라도 마리코가 깨어났을 때를 생각한다면 가정집이 훨씬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경이가 기다리는 아파트로 향한다.

인호는 가까운 여관에서 잠을 자기로 하고 강주는 마리코를 침대에 눕힌 후 거실로 나선다.



“어머! 이사님, 저 여자는 누구예요? 처음 보는데......”



“으응, 에이...... 여주가 오버하는 바람에 저렇게 됐잖아.”



“사쿠라에 갔었어요?”



“응, 내가 저 여자를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걸로 착각했는가 봐. 네가 들어가서 잠자리나 좀 편하게 봐 줘.”



“나도 잠시 후에 나가봐야 하는데......”



“어딜?...... 너 아직 수술한 것도 아물지 않았을 거면서......”



“어머! 난 뭐 매일 그 짓만 하고 다니는 줄 알아요? 그리고 이젠 이사님 아니면 아무하고도 안 할 거라니까......”



“쿡...... 그래, 그래...... 알았다.”



“밑에 애들 몸도 조금 회복되고 해서 회식 시켜주기로 했어요.”



“정필이도 오는가?”



“아니요. 정필씨는 없고 다른 총각들은 몇 명 있을 거예요.”



“그래, 그럼...... 다녀 와.”



미경이는 마리코의 옷가지를 정리해 주고 바로 집을 나서고 강주도 거실 소파에서 다리를 팔걸이에 올린 채 잠을 청한다. 그러나 잠시 후 마리코가 정신을 차린 듯 방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고 방문이 열린다.



“아! 마리코 상...... 일어났어요? 괜찮아요?”



“네에...... 제가 그만......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더...... 그 식당에 가끔 가는데 매니저가 뭔가 오해를 했던 모양이에요......”



강주는 처한 상황을 솔직히 얘기해 주고 이해를 구한다. 앞으로 더 도움을 받아야 할 터 구차하게 돌려서 말을 하다 보면 점점 더 어려운 국면으로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깔끔하게 사과를 한다.



“어머! 그랬군요. 정말 놀랍습니다.”



“허허...... 사업을 하다 보면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서로 속을 털어놓고 지내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쉽지 않아요.”



“그렇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사실 저는 이미 결혼을 한 사람이에요. 호호호...... 저를 취하셨다면 실망하실 뻔 했으니 제가 오히려 감사를 드려야 하겠습니다.”



마리코는 오히려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어 버리고 곤란해 하는 강주에게 농담까지 건넨다.



“아! 이런 별말씀을...... 그러신데 어떻게 혼자서 외국여행을 다 하십니까?”



“호호...... 그렇지 않아요. 남편도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어요. 저도 사실은 한국인인데 어려서 입양되어 갔었어요. 그래서 남편이 업무 차 들어올 때마다 따라와서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다니는 거지요.”



“아! 그러셨군요. 그래...... 가족은 찾으셨나요?”



“아니요.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진작 포기했는데도...... 그래도 뭔지 미련이 남아서 한국에 들어오면 그냥 이렇게 수원에 머물게 되더라고요.”



“그럼 귀국은 언제쯤......”



“아직 일주일 정도 남았어요. 제가 남은 일은 더 도와드릴 수 있을 거예요.”



“그럼 지금이라도 수원으로 가셔야 되는 거 아닌가요? 여긴 인천인데......”



“아니에요. 내일 가도 괜찮아요. 어차피 남편은 서울에 있으니까......”



“자, 그럼 편히 주무세요. 저는 여기서 잘 테니까......”



“그런데 사모님은......”



“아하! 전 아직 결혼 안 했어요. 여긴 그저 여기저기 있는 그런 거처일 뿐입니다.”



“으흠...... 알겠어요. 저희 남편도 곳곳에 여자들이 있거든요. 호호...... 그런데 지금은 안 계신 모양이에요?”



“아, 아...... 네......”



“그럼 저...... 부탁을 하나만 들어 주시겠어요.”



마리코는 무슨 생각에선지 한참동안이나 강주를 응시한다. 이내 예의 일본여자처럼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강주에게 절을 하며 부탁을 해 온다. 강주는 화들짝 놀라 소파에서 내려앉으며 마리코를 만류한다.



“아, 아...... 부탁이라니 무슨 부탁이요.”



“전 그동안 한국에 드나들면서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지만 이사님처럼 좋은 분은 처음이에요. 그런 기회가 있었음에도 저를 취하지 않으셨으니 부디 제 친정오빠가 되어 주세요. 전 가족이 없어서 그런 정이 그리워요.”



“아,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이러지 않아도......”



“아! 고마워요. 그럼 이제 저도 친정 식구가 생긴 거네요. 나중에 저희 남편도 소개해 드릴게요. 이젠 더 자주 한국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어요.”



고향의 정이 그리웠던 터에 한국에 자주 드나들 기회도 얻게 되고 더욱이 난처한 지경에 처할 뻔 했던 일이 오히려 강주에게 마음을 열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이 듬뿍 실린 눈길로 강주를 바라본다.



“아! 그렇지. 그게 당연하지. 이제 나에겐 매부가 될 테니까......”



“호호...... 가요. 오빠...... 그럼 우리 같이 목욕해요.”



“어, 어...... 무슨 동생하고 목욕을 같이 해.”



“우리는 가족끼리 같이 하기도 해요. 어서 오세요.”



“아, 그래도 마리코하고 나하곤...... 친 남매도 아닌데......”



“그러면 오빠는 내가 맘에 안 들어요? 그건 마음으로만 의지하는 거고 나...... 사실은 오빠가 남자로도 좋아요. 멋있어요. 남편에게는 친 오빠라고 하면 되고 우리끼리 있을 때는 오빠...... 내 남자 할 거예요. 우리 남편도 지금 다른 여자하고 있으니까 그런 거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오빠가 다른 남자였다면 이미 일식집에서 제 몸을 가져갔을 거 아니에요? 이젠 제가 상으로 드리고 싶어요.”



내심 마리코도 강주가 마음에 있었는지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온다.



“허허허...... 참 나...... 그래, 마리코 남편은 무슨 일을 하는데?......”



“유이치 의원 비서관이에요. 한일 의원총회 사전상담 때문에 건너와 있거든요.”



“아! 그래?......”



전무로부터 들은 얘기가 다시 떠오른다. 기업과 정치의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 할 수 없는 상황에 어쩌면 강주에게는 다시없을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국내에서의 여야 간 영향력을 가늠할 필요도 없이 국제적인 교류를 이용할 수만 있다면 더욱 손쉬운 일이니 마리코의 남편을 만날 기대가 싹터 오른다.

예로부터 남방계의 여자들은, 더욱이 섬이라는 특수성이 여자들을 사회적으로 강하게 내몰아 적극적으로 만든다고 한다. 농경보다는 수렵에 적응하는 것이 생존하기 좋은 조건이니 그럴 것이고 물일을 하다보면 남자들이 쉬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 그렇기도 할 것이다. 시대가 변해 예전 같진 않겠지만 제주도 해녀들만 보아도 그 강인한 생존력을 엿볼 수 있는 일이다.

스스럼없이 옷을 벗어 개방하고 야윈 몸매지만 도독한 아랫배는 강주를 몸에 싣기에 충분하다는 듯 도드라져 있어 눈길을 잡아끈다.



“그런데 마리코는 영락없이 일본 여자 같아.”



“호호호...... 그렇죠? 제가 보기에도 일본사람보다 더 일본사람같이 보여요.”



샤워기를 틀어 몸에 물을 뿌리는 마리코를 끌어안아 입을 맞춘다. 가녀린 몸이 한 순간에 끌려와 강주의 품에 안긴다.



“허억, 흐릅...... 쭈우웁......”



샤워기는 바닥에 떨어져 분수를 이루고 그 옆에 강주와 마리코는 물줄기를 맞으며 서로를 탐닉한다.



“아학, 하으윽.......”



젖꼭지를 깨무는 아픔에 강주의 머리칼을 쥐어뜯는다.

손을 뻗어 마리코의 사타구니를 문지르고 강주의 손길에 마리코는 한 쪽 다리를 욕조 위로 올려 강주에게 개방한다.



“하악....... 으흑......”



이윽고 주저앉아 강주의 좆을 물어간다. 두 손으로 어루만지며 불알을 쓰다듬고 입안에 넣어 굴려준다.



“하아아악....... 살살......”



“으흠....... 후루룹........ 턱, 턱.......”



한참을 입에 넣고 목구멍까지 물어가던 좆을 뱉어내고 욕조를 잡고 돌아선다. 마리코의 엉덩이를 붙잡아 발기한 좆을 들이미니 음순에 걸쳐 저절로 길이 난다.



“자, 마리코....... 후욱, 쑤우우욱.......”



“아흑...... 좋아......”



불편한 자세에서도 적극적인 마리코의 요분질이 얼마나 이어졌는지 강주는 선 채로 절정을 맞아간다. 아직도 쏟아지는 분수 물줄기는 두 사람의 몸 위로 쏟아진다.



“아흐으윽....... 울컥......”



“으흑.......”



침대에 나란히 누운 마리코는 강주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눈을 말똥거린다.



“그럼...... 그 여자도 조금 있으면 들어오겠네요?”



“응, 그럴걸...... 모른 척 하고 자자. 먼저 잠들면 그만이지.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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