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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 25부

작성일 20-01-1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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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익명 조회 29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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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부-



소장회의가 있은 다음 날, 김과장은 수원영업소로 가라는 지시가 있었으나 이틀 동안이나 내려오질 않고 본사에 출근도 하지 않아 모두가 그렇게 그만두는 것으로 알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조직의 생리가 그렇게 냉정한 것이라는 점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으니 다만 각자가 조심해서 운신해야 할 따름이다.

주차장에서는 공사로 인해서 차량출입이 통제되고 있었으나 다행히 부녀회총무의 도움으로 아파트 주차장 한쪽을 할애 받아 차를 우회시켜 드나드는 모습이다.

인부와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강주 뒤로 삼십대의 여자가 천천히 다가선다.



“저...... 소장님 되시나요?”



“네,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로......”



“네, 안녕하세요? 저...... 서울 김과장 집에서 왔습니다.”



“아! 네...... 그럼 사모님 되시나요? 처음 뵙겠습니다.”



여자는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올리며 강주에게 인사를 하고 눈이 부시는지 손으로 햇빛을 막아 그늘을 드리운다. 다소 차가운 듯 보이지만 제법 예쁜 얼굴에 적절한 화장으로 강주의 시선을 잡는다.



“여기는 어떻게......”



인부들의 용접하는 소리와 쇠를 두드리는 망치질 소리에, 난감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별실 창고로 안내한다. 얼굴값을 하는 건지...... 김과장과의 잠자리를 기피한다는 말이 떠올라 앞장 서 걷고 있는 강주의 입가에 웃음기가 번지고 하릴없이 뒤를 돌아보게 한다.



“자, 앉으시죠.”



음료수를 꺼내 내미는 강주 건너편에 다소곳이, 그러나 종아리를 드러내며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로 보아 상당한 자신감의 소유자로 보인다.



“네...... 잘 마시겠습니다.”



“그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네, 남편에게 모두 얘길 들었습니다.”



조용히 말을 잇는 여자의 모습에서 나이트클럽에서 있었던 김과장과 혜숙의 모습이 겹쳐 떠오르며 괜한 보상심리가 작용해 강주의 정복 욕구를 자극하고 무슨 일로 왔는지 짐작하고 있으니 내심 한판승을 기대해 본다.



“아, 네...... 그럼 그냥 퇴직한다고 하시던가요? 이미 며칠 전부터 여기로 출근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던데요?”



“네, 저도 오늘 그 얘기를 듣고 오는 길이에요. 도무지 말을 안 하고 그냥 그만 뒀다고만 해서 본사로 전화를 해보니까 옛날 부하직원이 자세한 얘기를 해 주더군요.”



“네...... 그러셨군요.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지......”



“네...... 그래서 부탁을 좀 드리려고 왔습니다. 그이가 그런 일을 벌일 위인도 못되는 건 제가 잘 알고 있는데...... 아무도 믿어주질 않으니까 하도 기가 막혀서 자포자기를 하고 낙담만 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네...... 그러시군요. 그런데 제가 무슨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요?”



“언젠가 들으니까 수원에서 최소장님하고 기분 좋게 한 잔 했다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걸 들었는데...... 혹시 소장님이 새로 추진하신다는 그쪽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뭐...... 없을까요? 막상 소장님 찾아뵙고 부탁을 드리자니까 그런 일로 그만 둔 사람을 쓰겠느냐며 저렇게 면구스럽다고 안 온다는 거예요.”



“허허허...... 이거 참...... 그것도 비밀인데 사모님께는 얘기를 한 모양이군요.”



“어머! 아유...... 죄송해요. 호호호...... 그렇지만 다른 데에선 아직 한 번도 말 한 적 없어요. 안심하세요.”



“네, 네...... 그렇군요. 마치 앞으로는 얘기 할 수도 있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요. 하하하...... 그럼 김과장님이 제 수하로 들어와서 일을 하실 의향은 있으신가요? 글쎄요...... 쉽지 않으실 텐데요. 저야 뭐...... 자기 할 일만 알아서 하면 잔소리 안하는 편이라 상관없지만, 김과장님이야 옛 후배직원 밑에서 일할 맛이 나겠습니까? 음...... 차라리 장사라도 해 보시지 그러세요?”



“그 생각도 안 해 본 건 아니지만, 그건 뭐 경험도 없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건가요?”



“음...... 그도 그렇죠. 하지만 저쪽은 현재 단일매장에다가...... 김과장님이 전담하시는 업무는 제가 모두 처리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없는 보직을 갑자기 만들어 낼 수도 없는 일이고...... 저도 좀 생각을 해 봐야겠습니다. 제가 나중에 다시 연락을 드리는 것으로 하시지요.”



“저...... 그러지 마시고 지금 달리 부탁드릴 곳도 마땅히 없는데......부탁 좀 들어주세요. 서로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허허...... 참......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제가 안 쓴다기보다 김과장이 제 밑에서는 일을 안 하려고 할 겁니다. 사모님은 김과장이 왜 제게 오기 민망해 하는지 전혀 모르십니까?”



강주는 이제 아예 존칭을 생략한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은근히 의왕매장 건으로 공갈을 치는 듯 일자리를 두고 흥정을 벌이는 여자가 재미있기도 하며 일면 괘씸하여 망신을 줄 요량으로 평정을 깨뜨리려 하고 있다.

김과장을 채용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고 지금의 자기 처지도 모르고 그물 속에서 퍼덕이는 이 물고기를 어떤 요리로 즐겨야 맛있을 것인가에만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네?...... 그게 무슨 말씀...... 뭐, 그럼 다른 이유라도......”



“허허...... 아닙니다. 그럼 한 가지만 물어봅시다. 두 분이 금슬은 좋으십니까? 제가 들은 얘기가 있어서 그러는데...... 뭐...... 이런 거를 물어본다고 고깝게 생각하진 마시고, 워낙 회사에서는 가정관리도 중요한 항목으로 보기 때문에 물어보는 겁니다. 뭐...... 불편하시면 말씀 안 하셔도 좋습니다.”



강주는 고삐를 잡았다가 늦추듯이 질문을 해 놓고 대답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는 식으로 대화의 김을 빼 버린다.



“아...... 그런 것도 말씀을 드려야 하나요?”



“아니, 뭐...... 불편하면 안하셔도 좋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김과장 부인은 대놓고 이런 대접을 받으니 황당하기도 하고, 처지가 몰락하였다고 남편의 후배 직원에게 희롱을 당하는 것 같기도 해 몹시 불쾌했지만 그 이유라는 게 궁금해서 화를 눌러 참고 말을 하기로 한다.



“네...... 남편하곤 잠자리를 따로 한지 오래 됐습니다.”



고개를 똑바로 들고 강주를 바라보며 지지 않겠다는 듯 또박또박 말을 뱉는 모습에서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다.



“음...... 역시 그러시군요.”



“그런데...... 왜 그런 걸 물어 보시는 거죠? 가정관리가 중요한 항목이라고 하셨는데...... 제 남편이 무슨 얘기라도 하던가요? 그런 이유로 소장님하고 같이 일을 안 할 거라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이죠?”



적장이 심하게 칼을 휘두르면 우선 받아치기보다는 우회하여 힘을 소진시키는 것도 유능한 장수의 기본이다.



“하하하...... 아닙니다. 제가 괜히 두 분 싸움 시킬 소리를 한 것 같군요. 어쨌든 저는 김과장하고 같이 일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뭐...... 꼭 회사에서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의심을 해서가 아니니까 그 점은 오해하지 마시고, 차라리 사모님이 제 파트너가 돼서 장사를 해 보시겠다면 그건 도와 드리겠습니다.”



김과장 부인은 강주의 능글거리는 말투에 몹시 화가 난 듯, 얼굴이 붉어진 가운데서도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말을 받는다.



“정말 처지가 바뀌었다고 사람 이렇게 희롱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 이렇게 하고 그 매장 제대로 오픈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또, 당신은 내가 고발하면 회사에서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겠어요? 내 남편이 당신한테 무슨 말을 하던가요? 뭐라고 했는데...... 사람 이렇게 우습게 보는 거예요?”



적장이 휘두르던 칼에 자신이 상처를 입은 모양이다. 상처를 입어 평정심을 잃었을 때야말로 공격의 호기란 것을 강주는 잘 알고 있다.



“역시...... 부창부수...... 낄 때, 안 낄 때 모르고 헤매는 것도 똑같군...... 이보세요. 당신 아니라 당신 남편이 고발을 해도 똑같아. 이미 업자들과도 다 약속이 돼 있는데...... 어느 골 빈 업자가 돈 줄 사람 말을 안 듣고 당신 말을 들어주겠어? 게다가 설계며 건축이며 내 이름으로 계약한 것은 하나도 없고 앞으로 사업자등록도 마찬가지인데...... 뭐, 증거가 있어야 들이댈 거 아냐?



김과장 부인이 노골적으로 공갈을 치기 시작하자 강주는 더욱 약을 올리려는 듯 아예 말을 놓아 버린다.



“이 사람,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 새카맣게 젊은 사람이 어디서 반말을...... 당신......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모가지를 잘라 버리고 말겠어.”



적장이 두고 보자면 일단 후퇴하겠다는 선언이다. 다 이긴 싸움이지만 그냥 보내 줄만큼 강주가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다. 후퇴하는 말 엉덩이에 화살을 날려 박아 버린다.



“이것 봐...... 당신하고 나하고 기껏해야 대여섯 살 차이밖에 안 될 텐데 뭘 그렇게 어른 행세를 하시나? 그리고 당신 남편이 뭐라고 했는지 궁금해? 당신 바람피우는 것 같다더군...... 당신도 남편 말고 다른 놈한테 가랑이 벌릴 때는 기를 쓰고 당신보다 어린 놈 찾아가서 벌릴 거 아냐? 그러면서 무슨 나이 타령이야...... 나이 타령은......”



“이이이......”



“흥분하지 말고 더 들어. 내 목을 치려면 우리 회사 아주 높으신 분들한테 찾아가서 가랑이 벌려야 할 테니까 까불지 말고 사타구니나 깨끗이 씻고 찾아가 봐. 오늘은 번지수를 잘못 찾았어.



“이이이......”



김과장 부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면서 강주의 뺨을 후려친다. 강주는 소파 뒤로 몸을 기대어 피하고 곧 따라 일어서서 김과장 부인의 팔을 제압하면서 뒤로 끌어안는다. 은은한 체향이 코를 자극하고 몸 관리를 하긴 하는지 제법 단단한 엉덩이의 굴곡이 하체로 느껴진다.



“이이이...... 이것 못 놔. 너...... 내가 성희롱으로 고소할 거야. 이 새끼......”



“남편 뚱뚱해서 싫다고 바람피우고 다니는 년이 무슨 성희롱을 들먹거리나? 내가 너 성희롱했다는 증거 있어? 회사에 고발할 증거도 없을 테고......”



“이것 놔. 이 새끼야. 그래...... 내가 바람피우는 게 너하고 무슨 상관있다고 지랄이야. 지랄이...... 개새끼야...... 내가 너...... 가만 놔둘 줄 알아?”



김과장 부인의 몸부림에 강주의 좆은 자연스레 발기되어 어느새 엉덩이 굴곡을 꽉 메우고도 남는다. 강주는 엉덩이에 좆을 더욱 밀착시키며 귓가에 속삭인다.



“으흠...... 엉덩이가 아주 좋은데......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나 보지?...... 어때?...... 그러지 말고...... 내 제안을 잘 생각해 보라니까? 나하고 파트너십을 이루면 밥은 먹을 거 아니야?”



김과장 부인은 이제 힘을 써 봐야 강주의 힘을 당할 수 없으니 소용없는 것을 깨닫고 얌전히 서서 거칠어진 숨만 고르고 있다. 강주는 그제서 팔을 풀어주고 자리에 앉는다.

한참동안이나 등을 돌린 채 숨을 고르며 서있던 김과장 부인도 다시 자리로 돌아와 힘없이 소파에 앉아 강주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두 사람 사이엔 잠시 정적이 흐른다.

한껏 우아한 자태로 도도하게 찾아와 히든카드를 날린 후 한번만 봐달라고 사정을 하면 한 없이 자애로운 미소로 응답하고 휘파람을 불면서 유유히 사라지려고 했건만 강주에게 휘말려 끝내는 체면 못 차리고 육두문자까지 동원하고야 코피 터지는 싸움을 멈추었다.



“우리 그이가 그렇게 얘길 해요?”



“그럽디다. 전혀 없는 얘기는 아닌 것 같던데......”



두 사람은 흥분이 가라앉은 듯 다시 자연스레 존대를 하고 있다.



“......”



“차라리 두 사람 이혼을...... 하지 그래요?”



“......”



“......”



“애들이 불쌍하잖아요...... 애들이 무슨 죄가 있어요.”



“지금 만나는 놈은 누구요? 혹시...... 제비족은 아니고?......”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어쩌다 친구 남편하고......”



이제 이런 대화가 오고가면 상황은 완전히 정리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김과장 부인은 이미 강주에게 마음으로 굴복하고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린 백지 상태로 돌아가 버렸다. 강주의 전화벨이 울린다.



“음...... 희숙이니? 왜?”



“여기로 점심 식사하러 오시라고 전화 드렸어요.”



“야...... 얼마나 맛있는 게 있다고 거기까지 사람을 불러?”



“여기 점장님 사모님이 삼겹살 구워서 상추 쌈 싸 먹자고 하시네요.”



“그래, 그것도 좋지...... 곧 가마......”



강주가 일어서도 김과장 부인은 움직일 생각이 없는지 꼼짝 않고 앞만 바라보고 앉아 있다. 강주는 김과장 부인 옆에 다시 앉으며 어깨에 손을 얹는다. 얇은 천 밑의 피부가 느껴져 팔을 몇 번 세게 주물러 주며 묻는다.



“남편이 알고 있다니까 기가 막혀서 그래요? 아니면 앞일이 걱정스러워서 그래요?”



“......”



“뭐, 피차 의무감으로 체면 때문에, 애들 때문에 사는 거라면 자유롭게 살아요. 김과장도 편하게 살고...... 당신도 편하게 살고...... 그러면 되는 거지. 인생 뭐 있어요?”



“휴우...... 그러게요. 이제 집에 가서 얼굴 볼 생각을 하니까 기가 막히기도 하네요......”



강주는 물끄러미 김과장 부인을 바라보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휴대폰을 꺼내 저장된 사진을 여러 번 넘겨 사진화면 하나를 보여준다.



“자, 이것 봐요...... 내가 끝내 안 보여주려고 했었는데...... 자, 당신 남편이고 이 여자는 내 애인이요. 당신 남편을 매장시키려고 했으면 나는 벌써 할 수도 있었다는 말이지. 무슨 말인지 알아요? 그런데 당신까지 와서 오늘 나한테 말 같지 않은 공갈협박을 늘어놓은 거야.”



“어머머......”



“이 사진을 보여주는 건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니까 그냥 편히 마음먹고 애들 잘 키우고 살라는 뜻이요. 또 당신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패가망신 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리고 아까 내가 한 말은 지금도 유효하니까 퇴직금 잘 정리해서 장사해 볼 생각 있으면 연락해요. 뭐...... 또 그러다 보면 김과장이 할 만한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거고...... 잘 생각해 봐요.”



“......”



“자, 나갑시다. 내가 약속이 있어서......”



“네...... 오늘...... 죄송했어요. 그럼......”



강주는 김과장 부인의 엉덩이를 툭툭 건드리며 나란히 걸어 나간다.



“뭘 그리 의기소침해서 그래요. 잘 하면 우리...... 애인 될 수도 있겠는데...... 하하하......”



“......”



-



“아이고...... 냄새 좋다.”



“어머! 어서 오세요. 아직 식사 안하셨죠?”



앙코르 상가 사장 딸이 냉큼 다가앉으며 밥공기를 내밀고 희숙이는 같잖다는 듯이 눈초리가 올라간다. 강주는 희숙이를 약 올릴 셈으로 한 마디 던진다.



“야, 너는 여기서만 눌러 있으면 저쪽 인원은 언제 채울래? 날짜도 많지 않은데......”



“흥...... 안 그래도 오늘로 사무실 자료는 다 정리했어요. 내일부터는 안 올 테니까 알아서 하세요. 뻿......”



희숙이는 혀를 길게 내밀며 강주에게 앙탈을 부린다.



“하하하...... 너 왜?...... 뭐, 화 나는 일 있니?”



“몰라요.”



“그래 거래처 리스트 좀 가져와 봐.”



“네.”



잠시 후 희숙이가 전해 주는 서류를 넘겨보던 강주가 한마디 지시를 한다.



“여기에 디스카운트나 리베이트 비율을 메모해서 다시 갖다 줘.”



“아! 그거는 따로 정리해 뒀어요.”



“오! 역시...... 우리 희숙이라니까......”



다른 서류를 전해주며 강주의 칭찬에 금방 얼굴이 환해지고, 이번에는 사장 딸의 얼굴이 괜히 일그러진다.



“점장님 좀 오시라고 하지.”



점장이 들어오자 서류를 짚어가며 훈수를 한다.



“자...... 여기 목록을 보면 업체별로 할인율이 기록되어 있는데...... 대부분 약해요. 이렇게 높은 가격에 들어오는데 우리보다 더 싸게 판매를 했으니 회계장부 안 봐도 알 것 같네요.”



강주의 핀잔에 점장의 손은 벌써 뒤통수로 올라가 있다.



“그리고 입점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업체가 몇 군데 보이는데 이거는 잘못하면 오히려 손해 보는 수가 있어요. 영업사원들 닳고 닳은 사람들입니다. 결코 점장님보다 수가 낮은 사람들이 아니에요.”



“......”



“가령 일 년에 천만 원어치 매상이 있는 물건에, 일상적인 디스카운트나 리베이트가 십 퍼센트라고 가정합시다. 그러면 백만 원 아닙니까? 뭐, 부가가치세 포함이냐, 아니냐는 따지지 맙시다.”



“네......”



“그런데 그런 물건을 입점비 백만 원 준다고 할인율을 끌어내지 못하고 덥석 받아 챙기면 그 후로도, 또 그 다음으로 계속 발생하는 예상이익을 그냥 허공에 날려 버리는 결과를 불러 오는 겁니다.”



“아, 네......”



“여기...... 대부분의 낙농제품 관련 업체들이 입점가격에 비해서 다 할인율이 적어요. 지금보다 최소한 십 퍼센트 이상은 더 받아내시고, 거기에 불응하면 냉장고 돌려주고 거래처 교체해 버리세요. 아마 그러면 응해 올 겁니다. 음...... 희숙이는 여기에다 참고할 수 있도록 모든 업체의 통상적인 할인율을 적어서 드려라.”



“네.”



“그리고 굳이 입점비로 해결하려는 업체가 있으면 계약을 하세요. 일 년이면 일 년, 이 년이면 이 년...... 그리고 다시 재계약하면서 매출액을 기준 삼아서 또 입점비를 받아 챙기시고...... 소규모로 하거나 영세하게 하는 분들은 구매력이 떨어져서 그렇다 치더라도 이만한 규모의 매장에서 이건 너무 잘못된 겁니다. 이런 것들만 바로 잡아도 운영하기가 한결 부드러울 겁니다.”



“네, 알았습니다. 그런데...... 정...... 말을 안 듣는 거래처는 어떻게 할까요?”



“따로 메모해 두세요. 다음에 제가 와서 거래처 교체 시켜 드릴 테니까...... 잘 알아들어야 합니다. 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거래처에서는 할인율을 적용해 주는데, 거래 전에 미리 주는 것이 입점비고...... 거래 하면서 주는 것이 디스카운트고...... 거래 종료 후에 주는 것이 리베이트라고 이해하시면 가장 쉽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여기야 물론 다 식구들끼리 운영하니까 그런 일이 없겠지만 일부 개인매장에는 영업사원들이 담당직원들을 꾀어서 할인율을 안 주고 개인통장으로 정해진 매출에 얼마씩 입금시켜주는 예도 있어요. 그러다가 그 담당직원이 그만두면 그 다음부터는 다 그 영업사원이 착복하는 거지요.”



“네......”



“그래서 우리 희숙이가 제일 먼저 정리해 놓은 게 업체별 공급가격표라는 겁니다. 저걸 확보하고 있어야 백 원짜리를 정말 백 원에 집어넣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전산처리 돼서 오는 공급표도 잘못 찍히는 게 허다해요. 저녁마다 마감하면서 한 번씩은 체크해야 합니다. 이건 따님이 하셔야 될 일입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선생님...... 호호호......”



“자, 점심 잘 먹고 갑니다. 희숙이는 수고 좀 더 하고......”



“네.”



주차장은 어느새 철골 작업이 마무리 되고 그 사이 미리 준비하고 있었는지 대형천막을 크레인으로 끌어올려 펼치고 있다. 분홍빛 천막이라 천막 밑 그늘까지 분홍빛이 비추어 화사한 느낌이다. 한참을 목이 아프도록 구경하다가 사무실로 들어간다.



“하루 종일 어디 갔다 오세요?”



“왜?...... 누가 찾았니?”



“아니요.”



“그런데 왜?”



“그냥이요......”



“미쓰김, 너?...... 나 보고 싶었구나?”



“피......”



“하하하......”



“소장님, 매장 비워놓고 다니시면 불안하지 않으세요?”



“뭐가 불안해? 나보다 더 훌륭한 선수들이 이렇게 지키고 있는데...... 하하하......”



미쓰김과 농담을 주고받는데 사무실 전화가 울린다.



“네, 잠시만이요. 소장님 전화요. 김과장님 댁이랍니다.”



“네, 최소장입니다.”



“네, 저...... 저예요.”



“아, 네...... 잘 들어가셨습니까?”



“네, 저......”



“어서 말씀하세요. 듣고 있습니다.”



“네, 아까 해주신 말씀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요. 시간 되시면 한 번 오셔서 애들 아빠하고 상의도 좀 드리고 싶고...... 지금은 시간 안 되시죠? 흑......”



“응? 뭐야?...... 우십니까? 왜 무슨 일 있어요?”



“아니요...... 집에 오니까 애들 아빠가 벌써 술이 취해서 쓰러져 자고 있는데...... 어떻게 얘기를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음...... 그래요? 거 참...... 그 양반 그렇게 심약해 가지고...... 어찌 믿고 살겠나?...... 당신 책임도 큰 거 알아요?”



“네......”



“집 주소는 내가 알고 있으니까...... 지금 출발하면 한...... 한 시간 반은 걸릴 겁니다.”



“네...... 고맙습니다.”



-



“누구세요?”



“네, 저 최소장입니다.”



김과장 부인이 문을 열어주는데 많이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 있다. 콧대 높은 여자가 강주에게 무참히 무너져서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처해 있는 현실과 앞으로 풀어 헤쳐가야 할 당면한 문제들이 만만찮은 무게로 그녀를 짓눌렀을 것이다.



“네, 어서 들어오세요.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해요.”



“음...... 아닙니다. 와...... 잘 해놓고 사시네요? 나는 언제나 이렇게 오순도순 살아보나? 하하하......”



“저...... 이리 앉으세요. 차는 어느 것으로 드릴까요?”



한풀 숨이 죽어 방석을 내밀며 자리를 권하는 그녀에게 오전과는 달리 안 된 마음도 들어 싱거운 농담을 던진다.



“에...... 또, 차는 경차로 합시다. 기름 값도 적게 들고......”



“네, 네?......”



“하하하...... 아무거나 주세요. 김과장님은 어디 있습니까?”



“훗...... 네...... 지금 방에 있는데, 아직 자고 있을 거예요.”



“그래요? 조금 더 자게 놔둡시다. 애들은?......”



“애들은 한밤중에나 들어와요. 그래서 애들 아빠는 얼굴도 잘 못 보죠.”



“음...... 그렇죠. 캬...... 이거 우리나라 교육현실이...... 이거 문제야, 문제...... 내가 하루빨리 청와대로 들어가야 되는데...... 하하하......”



“호호호...... 네, 맞아요......”



강주의 어이없는 농담에 우울했던 그녀도 작게 웃는다. 커다란 강주의 웃음소리에 잠을 깼는지 김과장이 방문을 열고 눈을 비비며 나온다.



“아...... 일어나셨습니까? 저, 최소장입니다.”



“아! 최소장님, 저희 집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일은 무슨 일이요. 출근을 안 하시니까 모시러 왔지요.”



“에휴...... 다 끝난 일이데요. 뭐...... 저보고 수원으로 가라는 얘기는 그만두라는 말 아닙니까? 제가 죽자고 버텨봐야 저는 저대로 바보 되고, 최소장님께는 짐만 된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닌데......”



“그래요. 그래서 온 건 맞습니다. 좀 앉아서 얘기 좀 해 봅시다. 이젠 다 끝난 얘기니까...... 앞으로 살 궁리는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자, 사모님도 이리 좀 오시고......”



김과장 부인은 커피를 준비해 내려놓으며 한쪽에 다소곳이 앉는다.



“자,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아까 오전에 사모님이 저를 찾아오셔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제가 오픈하는 매장에 코너를 운영해 보라고 권해 드렸습니다. 그 자리는 김과장님도 아시다시피 대박 터지는 자리 아닙니까?”



“아, 네......”



“뭐...... 경험이 일천하셔서 하시겠냐고 걱정은 하시지만 서로서로 도와가며 하다보면 결국 그것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못할 것도 없습니다. 저도 옆에서 많이 도와 드릴 것이고......”



“네......”



“그리고 그러다 보면...... 물론 영업실적을 봐가며 결정할 일이지만, 김과장님이 전공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일단 퇴직금 정리하시고 업종에 대해서도 생각 좀 해 보시고 두 분 뜻이 모아지는 대로 제가 적극 도와 드릴 테니까...... 너무 술만 드시고 괴로워하지 말고 밖으로 운동도 다니시고...... 그렇게 하세요.”



“네......”



“혹시 자금이 부족하더라도 어떻게든 오픈을 지원해 드릴 테니까 한 번 연구해 보세요.”



“네...... 최소장님.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소장님...... 흑......”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두 분이 지켜줘야 할 선행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줘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김과장과 부인은 눈을 껌뻑이며 강주의 입만 바라보고 있고 강주는 바지 주머니에서 보라의 팬티를 꺼내 펼쳐 둔다. 두 사람은 민망한 상황에 경악을 하지만 강주는 태연히 말을 잇는다.



“자, 이거는 제가 김과장님께 드리기 위해서 가지고 온 선물입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거...... 여자 속옷입니다. 사모님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과장님은 사모님이 홀대하신 후에 페티시즘에 빠져 있습니다. 뭐...... 질환은 아니고 그저 취향일 뿐이니까 문제 될 것은 아닙니다.”



“......”



“......”



“그리고 과장님은 사모님이 부정하다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서로 예감하고 짐작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의무감으로 혹은 자식들 때문에 불편한 심사 달래가며 살고 있는 겁니다.”



“......”



“......”



“그렇지만 저와 손잡고 일 하시려면 두 분이 정말 친구처럼 앞날을 함께 맞을 동반자처럼 지내셔야 합니다. 물론 그래야 자녀들도 훌륭하게 키우실 거 아닙니까? 부부가 부부관계 없이도 잘 사는 사람들 얼마든지 있지 않습니까? 서로가 다 알고 있는 거, 그저 모른 척하고 그저 아닌 척하고 지내기엔 앞으로 할 일이 결코 그 정도 파트너십으로는 쉽지 않다고 보이기 때문이에요.”



“......”



“......”



“두 분 서로 인정해 주시고, 또 지난날은 서로 사과하시고, 앞으로는 차라리 편하게 자유연애하시면서 취향대로 편안하게 친구처럼 지내세요. 그렇게 못할 바엔 차라리 지금 헤어지는 것이 서로에게 축복입니다. 제가 옆에서 보다가 답답해서 이 얘기를 끌어냈으니까 두 분이 어떤 결정을 하시든지 앞으로의 사업은 함께든 각각이든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이제...... 말씀들 나누세요.”



“......”



“......”



“여보...... 죄송해요. 흑......”



“아니야...... 나도 잘못이 많아......”



“자, 자...... 어려운 결정 잘 하셨습니다. 한결 개운하잖아요. 자, 이건 과장님이 얼른 집어넣으세요. 이거...... 우리 회사에서 제일 예쁜 여직원 겁니다. 하하하......”



“허허허...... 거 참...... 쑥스러워서......”



“......”



“자, 이제 아름다운 화해도 이루어졌는데...... 사모님, 술이 한 잔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아! 내 정신 좀 봐...... 금방 준비할게요.”



김과장은 잠을 자고 난 뒤라 한결 개운한지 제법 술을 많이 마시고서야 떨어지고 강주도 얼큰하게 달아올랐다.

방문을 열어보니 김과장은 팬티로 얼굴을 덥고 코를 골며 잠에 빠져 있다.

이미 술을 마시며 두 사람이 서로 동서라는 둥 짙은 농담이 오고간 뒤라 김과장 부인도 나름의 기대로 가슴을 쌔근거리고 있다.



“자...... 사모님. 나도 좀 누웠으면 좋겠는데...... 애들 올 시간 멀었지요?”



“네...... 애들 방에라도 잠시 누우시겠어요?”



“아직은 불편하실 텐데...... 나가십시다.”



“네?......”



“뭘 놀래요? 하하하...... 내가 지금 사모님한테 청혼하는 겁니다. 앞으로 양아치 같은 놈들 만나지 말고 나하고 연애합시다.”



“......”



“뭐 해요? 어차피 애들 오려면 멀었으니까 나갔다 옵시다.”



“네...... 준비하고 올게요. 잠시만......”



-



“김과장도 참 이상하지...... 마누라 팬티도 이렇게 예쁜데...... 하하하......”



“아이...... 팬티가지고 뭐 하시는 거예요? 차암......”



강주는 김과장 부인이 샤워를 하고 나오자 그녀의 팬티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그녀의 긴장을 풀어준다. 강주의 좆은 이미 발기해 그녀의 시선을 어지럽힌다.



“허헛...... 이건 내 거야. 나도 하나 줬으니까 하나 챙겨가야지......”



“어머머! 나를 준 것도 아니면서 왜 내 거를 가져가요?”



“하하하...... 당신은 다른 거를 주려고 그러지......”

“어어...... 어머머......”



강주는 그녀를 안고 침대로 넘어지며 젖가슴을 베어 문다.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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