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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 4부

작성일 20-01-1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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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익명 조회 36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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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저, 소장님. 시간 있으세요?”



“아! 네, 안녕하십니까?”



일전에 시간을 내달라던 액세서리 가게를 하는 여자였다. 평소엔 청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대충 끌고 다니는데 오늘은 장사를 안 하는지 한창 바쁜 시간인데도 예쁘게 차려입고 나타났다.



“네, 무슨 일로...... 어디 다녀오시나 보죠?”



“저...... 제가 차나 한 잔 대접해 드릴까 하고...... 부탁을 드릴 것도 좀 있고...... 지금 잠깐 나가실 수 있으세요?”



“아, 지금 좀 바쁜데......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저기...... 부소장, 나 좀 나갔다 와도 되겠지? 어디 가지 말고 자리 잘 지켜.”



“네, 걱정 마시고 다녀오십시오.”



액세서리 가게 여자는 찻길을 건너 지하다방으로 들어서며 빨리 건너오라고 손짓을 한다. 바로 상가 건물이 마주 보이는 곳이라서 공연히 남들 눈에 띄면 오해를 일으킬 것 같기도 하여 강주는 먼저 들어가라고 손사래를 친다.

뒤따라 어두운 실내를 들어서니 한 쪽에 앉아있던 다방 아가씨가 아는 척을 해 온다.



“어머나! 이 오빠, 요 앞에 슈퍼 아저씨네?”



“아! 네...... 금방 들어오신 손님이 계실 건데요? 이거 어두워서......”



“음...... 이쪽으로 오세요. 여자 손님이죠?”



아가씨를 따라 들어가니 어항 뒤 하필이면 제일 구석 진 곳에 앉아있다. 다방 아가씨가 얼마나 수다스러운지 차 주문을 하고서야 겨우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래, 무슨 일이세요? 이렇게 아가씨처럼 예쁘게 차려 입으시고...... 어디 다녀오시는 거예요?”



“어머! 호호호......그렇게 보이세요? 사실은 저, 가게 내놓았어요. 번영회에서 돈을 올려 달라고 하는데, 차라리 그 돈이면 다른 상가에 정식으로 자리를 한 칸 구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만 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자리 알아보러 다녀오는 길인데...... 어휴...... 다들 턱도 없이 많이 부르더라고요.



상가 계단 밑 빈터는 보통 칸막이를 하여 청소도구 등 지저분한 물건들을 넣어두거나 하는 일이 보통인데 이 상가 번영회에서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여러 군데 계단 밑에 새시 시설을 해서 임대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그래서 못 구하셨어요? 그럼 어떻게 해요? 벌써 가게도 안 한다고 하셨다면서...... 에이 미리 좀 알아보고서 그러시지.”



“그래서 소장님께 부탁을 좀 드리려고 이렇게 뵙자고 한 거예요.”



“아니, 그거야 번영회에다가 그냥 미안하다고 하고 계속 하겠다고 하시면 될 일을...... 왜, 제가 대신 말씀 해 드릴까요?”



“아유...... 그런 거면 부탁도 안 드리죠. 사실은 돈도 부족하고......장사도 생각처럼 안 되고...... 그래서 그냥 남은 물건만 소장님 매장에 진열 해두고 그저 팔리는 대로 계산해 주시면 어떨까 싶어서...... 전부터 그런 생각은 있었거든요.”



“아! 네...... 그런데, 그건 좀 곤란한 문제가 있고...... 내가 매장 입구에 터를 좀 내어드릴 테니 직접 돈을 받고 판매를 하세요.

우리 고객수가 천명이 훨씬 넘으니까 어쩌면 2층 상가 계단 밑에 있는 것보다 장사가 더 잘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저...... 그러면 세는 얼마나 드려야 하죠?”



“우리 매장 입구 자리는 좀 비싼 편이에요. 하루에 삼만 원에서 오만 원까지 하는데, 감당하실 수 있겠어요? 그러지 마시고 지금은 재고만 파실 거니까 남은 물건 팔리는 동안 그냥 팔아보세요. 이거 뭐......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어머, 그래도 되겠어요? 감사합니다. 소장님.”



덥석 손을 잡아오며 고맙다고 발을 동동 구르고 강주는 여자의 손을 장난스럽게 마구 주무르며 대답한다.



“하하하......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부탁을 하는데 어떻게 거절을 합니까? 어두운데 있으니까 가슴이 두근거려서 혼났는데...... 그러면 그렇게 아시고 내일이라도 준비해서 나오세요.”



“어머! 호호호...... 소장님도 참......”



매장 안에서 판매되어 계산대를 통과하는 상품은 모두 전산에 등록되어 있으니 임의로 아무 물건이나 매장 안에 진열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뜨내기로 돌아다니며 판매하는 장돌뱅이에게는 점두의 공간을 할애해줘 장사를 하게하고 텃세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고 그 자금은 소액에 불과하니 대부분 영업소 회식비로 쓰거나 소장의 비자금으로 사용되어왔다.

물론 이 경우도 본사의 간부에게 적발되면 치도곤을 맞는 게 당연한 일이다.



며칠 후......

입구에 자리를 마련하고 연일 수시로 안내방송을 통해 고객에게 홍보를 하여주니 예상외로 액세서리의 반응이 좋다.



“그래, 많이 파셨습니까?”



“네, 어머, 세상에...... 어제는 2층에서 열흘 치 판 것보다 더 많이 팔린 것 같아요.”



“그랬죠? 그랬을 거예요. 다행이네요.”



“저기...... 소장님, 얼마나 드려야 돼요? 삼만 원? 호호호...... 오만 원?”



“아니, 그냥 하시라니까요.”



“그럴 수 있나요. 이렇게 잘 되는데...... 그 대신 계속 할 수 있게 해주시면 안 되나요?”



“아...... 그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하는 건 제가 신경 쓰여서 좀 곤란한데...... 그냥 있는 것만 파시고 치우도록 하세요.”



강주는 관심 없이 지나치던 액세서리 가게 여자를 우연치 않은 이유로 요 며칠 자주 보니 공연히 음심이 생기고 제법 맹한 구석이 보여 한 번 건드려 보고 싶어졌다. 미인 중에도 백치 미인이 가장 으뜸이라지 않는가?

점두 공간을 할애해 주는 것이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따로 돈을 착복하지만 않는다면 일 년 열두 달을 내어 줘도 아무 문제없는 일인데도 공연히 애를 태우고, 액세서리 코너 여자는 강주의 팔에 매달리듯 아양을 떨며 사정을 한다.



“아유...... 소장니임...... 네? 좀 하게 해 주세요. 제가 오만 원씩 낼게요. 네?”



“정 그러시면 시간을 두고 좀 생각을 해 봅시다. 우선은 있는 물건만 파세요.”



“네, 알겠습니다. 꼭 좀 하게 해주셔야 돼요. 네? 저 잘 할게요. 소장님......”



“그래, 알았어요. 우선 생각 좀 해 본다니까요. 저기 손님 오셨나 본데......”



“어머! 어서 오세요. 예쁜 물건 많이 있으니까 천천히 보세요.”



“아니에요. 그냥 본 거예요. 물건이 많이 낡은 것 같다. 다음에 볼게요.”



구경하던 손님은 잠시 기웃거리다 액세서리 코너 여자가 바싹 접근하자 중얼거리며 자리를 떠 버린다.



“쳇, 낡기는...... ”



“그러게 구경하도록 내버려 두지. 너무 가까이 접근하니까 부담스러워서 가 버리잖아요.”



“어머! 아니에요. 저 여자 원래 유명해요. 참, 소장님은 오신지 얼마 안돼서 모르시겠구나......”



“왜요? 몇 번 보긴 한 것 같은데......”



“아유, 저 여자 얼마나 웃기는지...... 저 여자 원래 저래요. 자기가 뭐라더라...... 뭐, 전화 한통화면 슈퍼에 누가 모가지라는 둥 자기가 무슨...... 사장 딸이라도 되는 것처럼......”



“슈퍼? 우리 슈퍼요?”



“예! 그게 뭐라더라...... 하여튼 뭐, 자기가 전문가라나? 머리핀 하나 고르면서 싸네, 비싸네...... 진열은 이렇게 해야 된다는 둥 먼지가 있다는 둥 온갖 트집에...... 얼마나 깎아달라고 하던지......아유...... 저 여자 정말 재수 없어요. 어머! 내가 무슨 말을...... 아유, 죄송해요. 소장님. 호호......”



“아! 그래요? 그거 참......혹시 모니터라고 안 하던가요?”



“모니...... 터요? 글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왜요? 소장님, 뭐 그런 게 있긴 있는 거예요?”



“아, 아 예...... 아닙니다. 그럼 많이 파세요.”



강주가 이 매장에 몇 년이나 더 있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있는 동안이라도 편안히 지내려면, 아니 자칫 잘못하면 좌천을 당하는 수도 있으니 모니터요원만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사람을 만들어 놓아야 했다.

그렇게만 되면 앞으로 점두도 활성화 시켜 점두에서 생기는 수입도 일, 이백만 원 정도는 유용이 가능한 일일 것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모니터요원으로 짐작되는 사람이라도 알아낼 수 있었으니 그나마 강주는 운이 좋은 셈이다.

대부분의 모니터 주부들은 대학출신 이상 학력에 나름대로 자부심도 강하고 시간 많은 주부들이니, 소일거리 삼아 매장 이 구석 저 구석 찾아다니며 시빗거리를 발견하곤 직원들과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여, 골머리를 앓기 일쑤지만 도대체 모니터 요원인지 아닌지를 알아낼 수가 없으니 영업소장들의 대단한 골칫거리였다.

이 여자는 전혀 상관도 없는 상가에서 잘난 척을 하고 다닐 정도니 허영심이 대단한 모양이어서 자칫 마음이라도 상하게 한다면 매우 곤란한 일을 당하게 될 터, 혹시라도 모르는 일, 많이 주의를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어쩌면 전임 소장 역시 모니터 요원의 희생물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시 매장을 돌아보는데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인다. 여직원들도 제 위치에 없고 뭔가 한 눈에 어수선함이 느껴진다.



“부소장, 뭐야? 애들 다 어디 갔어? 진열도 엉망이고......”



“저...... 그게,”



“그게, 뭐?”



“미쓰정이 지금 창고에서 울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애들이 달래러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뭐야? 왜?”



“지점 담당이 왔었는데, 아마 매출 문제로 욕을 먹은 것 같았습니다.”



제조업체에서는 판매장에 관리인원을 지원하면서 진열상품 관리나 판매에 있어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쓰는데, 매출 향상이 없다면 손익관리 차원에서 담당자가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매출이 늘어나면 거래처로부터 없던 사원도 지원 받을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직원을 회수해 갈 수도 있는 것이다.



“모두 정위치 하라고 하고, 미쓰정 좀 사무실로 오라고 하지.”



“예, 알았습니다.”



부소장이 마이크를 잡고 지시하자 창고에서 여직원 몇이 우르르 나와 제자리로 간다.



“부르셨어요?”



“응, 그래. 저기...... 도대체 무슨일이야?”



자초지종을 들었으나 경쟁업체에서도 파견사원이 나와 있어 진열비율을 일방적으로 잘 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업체 지명도 자체가 상대 업체에 비해 떨어지니 특별히 손 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미쓰김, 상품장 좀 내놔 봐.”



“네, 여기 있습니다.”



리스트를 보고 특별히 할인을 붙일 만 한 것이 있나 검토하던 중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미쓰정, 전화해서 지점담당 좀 들어오라고 해.”



“네.”



-



“아유, 소장님 부르셨습니까?”



“아니, 이 사람은 점포에 와서 소장에게 인사도 없이 애만 울리고 가면 어떻게 해?”



“아, 예. 아까 보니 바쁘신 것 같아서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거래처 지점 담당은 뒷머리를 만지며 멋쩍어하고,

사무실 문이 열리며 미쓰정이 들어와 강주와 담당자에게 드링크제를 한 병씩 올려놓고 나간다.



“자네, 우리 매장 한 달 매출을 보니 한 사,오백만 원정도 나오던데 얼마나 나오면 만족하겠나?”



“아유, 뭐 특별히 불만은 없습니다. 그냥 여직원하고 말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래, 그렇다 치고 우리 행사 한 번 해보자고.”



“예? 어떤......”



“자네 회사 물건 중에 캔 음료수가 있던데, 그거 시중에서 잘 안 팔리잖아? 난 솔직히 오늘 상품장 보고서야 그런 물건 있는 줄 처음 알았는데......”



“예, 그저 구색으로만 판매하는데, 잘 팔리진 않습니다.”



“그걸 한 차 보내 봐.”



“예? 한 차씩이나요?”



“그 대신 조건이 있어. 개당 판매가가 350원 잡히던데, 200원에 팔 수 있게 할인 기획을 올려서 갖고 오고, 우리 창고가 좁으니까 세 번 정도에 나눠서 입고시켜. 가능할 거야. 진행해 보고 성과가 좋으면 조미료도 팔아줄 테니까...... 이 매출이면 전월 대비 몇 배 신장인 줄 알아?”



“아! 네...... 들어가서 품의 올려보고 가능하도록 한 번 밀어 보겠습니다. 와~ 그렇게만 되면 정말 좋겠는데...... 소장님, 많이 좀 밀어 주십시오.”



“이 사람이? 우리 미쓰정 울리지 말라고 그러는 거야. 씨바...... 월급은 거기서 줘도 내 새낀데...... 앞으론 울리지 마.”



“하하하...... 넵, 알겠습니다. 헤헤...... 소장님 괜찮으시면 나가셔서 소주라도 한 잔......참, 점심식사는 하셨습니까?”



“뭐야? 허 참...... 이 사람이 또 잠자는 사자를 건드리네. 하하...... 그럼 한 잔만 해 볼까? 자, 나가지.”



직원 중 절반 이상이 거래처에서 파견되어 나온 여사원인데 가능하면 많은 인원을 데리고 있는 것이 매장관리에 유용하니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매장에서 필요한 생식품 진열이라든지 계산대 뒤에서 포장을 돕는 일,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바구니를 권장하며 고객을 안내하는 따위의 일들에 정규 직원을 배치해서는 인건비도 감당하기 어려운 때문이다.



차를 얻어 타고 거래처 담당에게 안내되어 간 곳은 보신탕집이었고 아직 계절이 이른데도 군데군데 손님이 많다.



“뭐 이집은 때도 없나? 점심시간 벌써 지났는데 손님이 제법 있네?”



“아유, 소장님. 여기가 수원에서 제일 유명한 집입니다. 오늘 한 번 드셔보세요. 뭐, 수육으로 하시겠습니까?”



“그러지. 뭐, 밥도 먹고 배부른데......”



거래처 담당과 판매기획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테이블 옆에는 소주병이 그득하다.



“와...... 소장님 술 무척 세시네요. 저도 한 술 한다는 편인데......”



“그렇지? 그럼 그만 할까? 자네 운전도 해야 할 텐데...... 잠깐 전화 온 모양이다. 여보세요......어...... 미쓰김? 왜?...... 바꿔줘 봐.”



사무실 미쓰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일전에 물건을 빼내다 적발된 업체 담당이 와서 찾는다니 필시 돈 문제일 것이다.



“네, 최소장입니다.”



“네, 소장님. 저기...... 지금 다 준비해서 왔는데, 자리에 안 계시네요?”



“내가 지금 손님하고 외부에 있는데, 그거...... 미쓰김한테 맡기기도 그렇고...... 금방 못가니까 나중에 다시 오지? 아니...... 그러지 말고 자네 가게가 어디지? 내가 나중에 들릴 테니까.”



“네, 그러시면 인계동 사거리 아시죠? 매장에서 출발하시면 오시던 방향에서 직진으로 들어오자마자 바로 간판 보입니다.”



“그래. 그럼 내가 나중에 갈 테니까 자네는 볼 일 보소.”



돈이 마련됐다니 바로 앞에 있는 수육이 눈에 안 들어온다. 게다가 가게도 알아두었으니 혹시라도 마누라가 혼자 있다면 간을 볼 수도 있는 좋은 기회다. 돈도 돈이지만 이런 생각이 앞서는 것은 테이블 옆에 늘어서 있는 소주병 수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강주는 더 이상 술 생각이 사라진다.



“마침, 술도 취하는데 그럼...... 그만 할까? 이번 거래 잘 되면 다음엔 내가 한 잔 사 줄 테니 오늘은 여기까지 합시다.”



“네, 그럼 차를 불러 드릴까요? 저도 지금 차를 두고 가야 할 것 같은데......”



“아, 좀 그래 줄래요?”



택시를 타고 인계 사거리에서 내려 둘러보니 한 눈에 찾기 좋은 위치에 가게가 보인다. 술도 거나하게 오르고 대안이 서 있으니 거칠 것도 없었다. 사내 녀석이 있으면 돈만 받아 나오고...... 사내놈이 없으면 계획대로 하고...... 성큼성큼 가게 안으로 들어서며 문을 닫는다.

문소리를 들은 지연이 밖으로 나오다 강주를 보고 깜짝 놀란다.



“누구세...... 어머! 소...... 소장님.”



“요즘 통 안 보이더니 이젠 배송 안 따라 다니는가? 담당은?”



“아까...... 돈 준비 돼서 소장님 뵈러 간다고 했는데요. 못...... 만나셨어요?”



“응. 전화 통화 했어. 여기서 만나기로 했지.”



“아, 네...... 아유, 어디 앉으실 데도 마땅치 않은데...... 제가 커피라도 끓여 올게요. 잠시만......”



“아니. 뭐 일부러...... 여기 인스턴트 많이 있네...... 어디 가게 구경 좀 할까?”



강주는 물건을 보관하는 냉장고도 여러 곳 열어보고 한 군데에서 치즈를 꺼내 뜯어먹어 가며 대리점 곳곳을 돌아본다. 홀을 돌아 방 뒤로 가니 부엌인지 세면장인지 수도꼭지가 달려 있고 세숫대야며 칫솔 따위가 벽에 걸려 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살림집을 옮기느라 많이 궁색한 모양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바라본다. 한 쪽으로 난 조그만 창문으로 보니 건물 뒤 주차장이 보인다.



“지연아...... 지연아”



지연은 아무리 한 번 살을 섞은 사이라지만 남의 마누라 이름을 그것도 사는 집에 찾아 와 아무렇지도 않게 부르는 강주가 기가 막혀 선뜻 대답을 못한다.



“아, 아...... 네. 네, 부르셨어요?”



“이리 좀 와 봐.”



“네, 왜요?”



“담당이 이 뒤에다 차 주차 시키니?”



“네, 가게 앞에는 사거리라서 금방 스티커 붙여서 차 못 대요.”



“마침 잘 됐다. 너, 방에 가서 치마로 갈아입고 나와라.”



“네? 왜...... 왜요?”



“이런...... 씨바...... 바로바로 말 안 들을 거야? 너 자꾸 토 달래?”



“아니요. 왜 그러시는데요? 그이 금방 올지도 모르는데......”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얼른 방으로 들어가. 말 안 들으면 너 여기서 그냥 확 벗겨 버린다.”



“아, 아...... 알았어요. 아유...... 소장님 어떻게 하시려고...... 아유...... 어떻게 해.”



강주는 지연이 방에 들어간 사이 정수기에서 더운 물을 빼 커피를 타서 정수기 위에 올려둔다. 곧 지연이 어두운 표정으로 방에서 나오고 강주는 태연히 지연의 팔을 잡아끌고 세면장으로 간다.



“어머! 소장님...... 아유...... 어쩌시려고요. 아유...... 그이 오면 어떻게 해요? 아항~ 나 몰라......”



“괜찮아. 여기서 보면 차 들어오는 거 저 창문으로 다 보여. 너는 치마 들고 있다가 네 남편 들어오면 치마만 내리고 나가면 되잖아. 나도 바지 안 벗을 테니까 걱정 말고. 자, 어서 치마 잡아봐. 엉덩이 이리 내고...... 빨리 끝내자.”



“잘 잡아. 저 창틀을 잡고 밖을 내다보면 자세가 딱 잡히겠네. 자, 이렇게...... 그렇지.”



“아유...... 소장님...... 히잉...... 정말 너무하세요. 어떻게 해. 하윽. 윽. 아윽.”



“훅, 훅, 훅, 훅, 훅, 아...... 씨바...... 좋다. 야...... 지연아...... 훅,훅.훅......”



“아흥...... 하악...... 응...... 네?...... 으응......”



“신랑이 잘 해...... 우욱...... 주냐?...... 훅, 훅......”



“안...... 아웅...... 안 해...... 요...... 흑...... 우욱......”아유...... 밖에 소리...... 들리......“



“안들려...... 훅, 훅, 훅, 걱정 말고...... 차나......잘......”



살끼리 치는 소리가 요란하지만 지금 그런 것에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남편이 오기 전에 일을 마쳐야 하니 두 사람 다 예전에 없는 흥분을 경험하고 있다. 지연은 아이 걱정으로 남편도 조심스러워 받아들이지 않는 터에 무법자가 들이닥치니 사타구니에서 퍼지는 흥분이 미칠 지경으로 몰려와 고개를 쳐 박고 강주의 좆질에 열심히 마주치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훅, 훅, 훅...... 뿌적뿌적...... 아이...... 씨바 바...... 깥 좀.....훅, 훅, 보라니까.”



지연은 강주의 말에 고개를 들어서 내다보다가 힘이 드는지 다시 쳐 박는다.



“아유...... 몰라...... 모...올....라...... 헉, 될..대로...... 되라지...... 아흑......”



“뿌적뿌적...... 아이...... 씨바...... 흐윽, 보지 죽이네......”



강주는 자꾸만 밀려 감기는 지연의 팬티를 한 손으로 크게 늘려 옆으로 완전히 재낀다.



“하악, 찌...... 찢어져...... 몰라...... 흐응...... 모...올....라...... 하악, 하악.”



“훅, 훅, 훅, 훅. 아이 씨바...... 죽인다...... 엇! 차, 차...... 차 온다..... 에이...... 씨바. 빨리 나가. 빨리......”



강주는 얼른 지연의 허리를 세워 주지만 지연은 아직도 혼미한 모양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치마를 단속한 뒤 우왕좌왕 홀로 나선다. 강주는 잔뜩 발기된 물건을 애써 정리하고 지퍼를 올리며 정수기 위의 커피를 지연에게 주고 자신도 새로 커피를 탄다. 홀에는 약하나마 커피향이 퍼져 조금 전의 일들을 가려주는 듯하다. 강주는 근무복을 팔에 걸쳐 씹물에 젖은 자신의 바지 앞을 가리고 있다.



“아유...... 와 계셨네요?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전화를 주셨으면 금방 왔을 텐데요.”



“아니야. 바쁜 사람을...... 나도 금방 왔어. 이제 막...... 커피 한 잔 하는 거야. 그래...... 돈은?”



“네, 여기 있습니다. 천만 원...... 확인 해 보십시오.”



거래처 담당은 지갑을 꺼내 수표를 한 장 내민다.



“에이...... 이거 장사 한,두 번 하나...... 수표를 가져오면 어떻게 해. 현금으로 가져와야지. 뭐야? 같이 죽어보자 이거야?”



“아, 아니요. 저는 일부러...... 소장님 쓰시기 편하시라고......”



“씨바...... 아직 은행 시간 있으니까 얼른 가서 바꿔 와. 은행 어디 있지?”



“네, 요 근처 있긴 있는데...... 지금 거의 마감시간이라 시간이 좀 걸릴지도......”



“내, 여기서 커피나 마시고 있을 테니까 얼른 갔다 와. 어서.”



“아, 네. 그럼 조금만 더 기다리십시오. 저기...... 내 얼른 갔다 올게.”



“으응...... 갔다 와요.”



지연은 남편이 나가는 뒷모습을 문을 열고 한참 내다보더니 강주를 돌아보곤 냉장고 뒤로 들어가며 강주를 부른다.



“소장님, 한 십분은 걸릴 거예요.”



지연은 남편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환경에서 다른 남자에게 엉덩이를 내밀고 함께 사타구니를 마주 쳐가는 상황에서 대단한 흥분을 느낀 모양이다. 게다가 남편이 들어와서 강주와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는 그 조마조마함이 극에 달해 흥분의 여운을 더욱 부채질 했는지도 모른다. 그 여운에 달뜬 표정으로 이젠 오히려 앞서서 강주를 선동하고 있다.



“이...... 씨바...... 너도 아직 꼴리나 보지? 야. 빨리 하자.”



지연의 치마를 걷어 올리니 사타구니 사이로 찐득한 물기가 종아리까지 흘러 번득이고 강주의 손길이 스치자 혼자 느끼는지 허벅지 안쪽 피부가 약하게 경련을 일으킨다. 다시 좆을 문질러 음순 사이로 길을 내니 금방 쑥 하고 미끄러져 들어간다.



“으흥...... 아학, 아유...... 응으응...... 아하학...... 소장니......임......”



“훅, 훅, 훅, 훅, 그......그래......왜?”



“뿌적뿌적...... 아흐응...... 너무......흐으윽, 좋......아요......아흐흑.”



“그...... 그래......”



강주는 상의 밑으로 손을 넣어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유방을 마구 주무르고 지연은 그 위에 손을 얹어 강주의 손에 더욱 힘을 싣는다.



“아...... 학, 으으으윽, 하...... 악.”



“ 이......이제...... 나올.....거야.”



“아학, 으으윽. 으으으......”



“하......악, 하......악, 하......악, 나...... 죽을...... 거 같아......”



“움직...... 이지 마...... 이대로 좀...... 있어. 울컥 울컥...... 헉, 헉......”



“하......악, 하......악, 하......악, 소장니......임, 우리...... 씻으러 가요.”



“그래......헉, 헉, 헉...... 아......씨바...... 숨차 죽겠다. 지연아...... 괜찮아?”



“네. 괜찮아요...... 하......악, 하......”



지연은 강주를 수돗가로 데리고 가 정성스럽게 좆을 잡고 물수건으로 씻어주고 강주를 올려보더니 좆을 입으로 살짝 머금어 몇 번 빨아준다. 이내 주저앉아 사타구니에 호스를 들이대고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튼다. 강주는 퍼질러 앉은 지연의 엉덩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신을 닦아주던 물수건으로 바지 앞섶을 문지르곤 밖으로 나와 담배를 꺼내 문다. 잠시 후 물기를 모두 제거한 후 지연이 나와 강주에게 배운 대로 커피를 한 잔 더 뽑아주고는 안으로 손을 잡아끈다.



“소장님, 키스 해 주세요.”



“지금? 올 시간 안 됐을까?”



“왜요? 이젠 겁나세요? 쿡쿡......”



제대로 흥분을 느꼈는지 이젠 제법 요염을 떤다. 지연이 밖을 한 번 더 내다보고 다시 온다.



“지금 저만치 횡단보도 멀리서 오고 있네요. 횡단보도 두 개나 건너야 돼요. 자, 얼른요. 오기 전에......”



“흐읍......후룩...... 쭙, 쭙, 흐응...... 아~~~~”



“좋았어? 지연이?”



“몰라요. 후훗. 저 방에 들어가 있을게요. 소장님.”



“그래, 지연아 다음에 보자.”



지연이 방으로 들어가고 얼마 후 남편이 들어왔다. 바삐 다녀왔는지 호흡도 바쁘고 이마엔 땀이 번지르르하다.



“아휴~ 소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자요. 이거 모두 묶음이라 확인 하실 필요 없을 겁니다.”



강주는 금방 씻은 지연이 물기를 모두 말리도록 시간을 벌어주려고 수작을 부린다.



“그래, 수고했어. 자, 앞으론 잘 해 보자고...... 언제 우리 술이나 한 잔 진하게 하고...... 시간 내서 한 번 연락해. 아! 그나저나 이거 부피가 있어서 들고 가기가 영 그러네......”



“소장님. 저기...... 차는 안 가지고 오셨습니까?”



“응, 술을 한 잔 먹을 일이 있어서...... 좀 태워줄 수 있어?”



“아이구...... 그럼요. 자, 앞서 나가시죠. 저기...... 나, 소장님 좀 모셔다 드리고 올게.”



“네, 다녀오세요. 저...... 소장님, 안녕히 가세요.”



강주는 웃으며 손을 높이 흔들어 지연의 인사에 화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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