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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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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304회 작성일 20-01-17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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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혜지는 오늘 조금 일찍 끝났다. 학원의 행사 문제로 오늘은 일찍 학생들을 돌려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은 그 행사의 정체가 무엇인지 몰라 궁금해 했지만 어쨌든 일찍 끝난다는 것 하나만으로 모든 의문을 덮어버렸다. 일찍 끝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이던가? 그 이유가 알 수 없는 행사든, 선생들의 회식이든 간에 좋은 건 좋은거다.



그 행복감은 혜지에게도 찾아왔다. 혜지에게 있어 조금 더 일찍 집에 갈 수 있다는 것은, 조금 더 빨리 괴로움에 몸부림 치고 있는 인생 하나를 구제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에 갈 때 마다 느껴지는 그 측은지심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였다. 하다 못해 둘 중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 비슷한 거라도 가지고 있다면 그냥 두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천연악녀와 샌드백의 관계일뿐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남들에게 밝히기 힘든 이유도 따로 가지고 있음이니…….



"하아 하아……."



뭐가 그리 부끄러워서 혼자 뛰었는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생각보다 집에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평소보다 2시간 정도 빨리 도착한 것이다.



"하아, 오늘은 오빠가 좀 괜찮으려나?"



혜지는 지금쯤 레스링 기술에 폭격을 당하고 있을 옆집 오빠를 걱정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1층 점검. 아무도 없음. 하지만 TV는 그냥 켜져 있고 식탁에는 라면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한 가지 추리가 가능했다. 분명 라면으로 허기를 채운 뒤 평소처럼 TV를 보다가 너무도 진하고 격한 (격투)장면에 갑자기 (파괴)욕망이 치솟아 흥분한 언니가 그 뜨거워진 몸을 달래고자 오빠를 2층 자기방으로 끌고가서 처참하게 유린하고 있을 것이다.



"하아……."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오죽하면 이런 추리가 저절로 될까?



혜지는 조심스럽게 2층으로 올라갔다. 들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올라가서 현장을 잡아야한다. 안 그러면 언니는 분명 전혀 그런 적이 없었다는 듯이 딴청을 피울테니까.



2층 언니방 문가로 다가가자 조금이지만 덜컥이는 침대 매트리스 소리와 끼익 거리는 침대 프레임 소리가 들려온다. 이번 무대는 치대를 이용한 스플랙스 쇼인듯 하다. 더불어 들려오는 흐억 헉 헉 후우 후우 등의 거친 숨소리를 볼 때 지금 상황이 꽤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크윽! 하는 신음소리는 오빠의 고통을 그대로 전해주는 듯 했다.



삐이이



조심스럽게 연다고 열었는데 그래도 약간의 소음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 없다. 분명 격한 운동을 하는 두 사람은 듣지 못 했을테니까. 그래 격한 운동… 격한 운동…… 격한 운………….



"?!!!"



혜지는 문을 채 열지도 못하고 굳어버렸다. 조금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것은 분명 격한 몸놀림이되 운동은 아니었다. 보다 근본적으로 본능과 욕망에 기대있는 행위였다.



"크윽!"



엎드려있는 언니와 뒤로부터 행위에 전념하는 오빠. 마치 평소의 관계를 거짓으로 돌리는 듯한 짐승과도 같은 행위였다.



텅 빈 머릿속으로 갖가지 감정이 들끓는다.



부끄러움, 불결함, 수치심, 배신감, 슬픔, 호기심, 죄책감 등 알 수 없는 감정의 덩어리가 뭉쳐져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때 오빠가 엎드려있는 언니에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좋아? 좋지? 더 좋게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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