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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의 찌질 고교생 - 1부 5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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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525회 작성일 20-01-1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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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몸짱쌔끈녀입니다~!

제 두통은 잠을 자면 낫는답니당~! 그러다... 금요일을 넘겨버렸네영...OTL 하여간 열심히 썼으니 잘 봐주세영~!

이번 편으로 강우석의 작전은 완료되었습니당~!

그럼 이제 남은 것은 뭐~? 리플과 추천과 쪽지 팍팍~!!









[지난 줄거리]



강우석의 작전은 수많은 사람들과 상황들 속에서 긴박하게 펼쳐지고,

마침내 한진고 일진과 성낙고 일진은 경찰에 일망타진되는데...





=====================================================================================================





누군가는 나에게 물을지도 모른다. 왜 마지막에 패싸움에 끼어들어 경찰에 붙들렸냐고.

글쎄… 왜일까? 답은 굉장히 간단하다. ‘그래야 뒤끝이 없으니까’. 이 최종 결전 한 번으로 용석이 놈을 비롯한 우리 학교 일진들 모두가 사형이라도 당해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면, 나는 얼마든지 패싸움을 구경만 하거나, 한 술 더 떠서 안면몰수하고 경찰 쪽에 붙어 증언을 할 수도 있다. …근데,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

너희들에게 한 번 물어보지. 너희들은 당장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을래, 당장의 불이익을 피하고 평생 불안에 떨면서 살아갈래? 난 솔직히 경찰보다 개막장 일진새끼들이 더 무섭다구. 그 인생 포기한 잉여인간 새끼들은 내가 이 모든 수작들을 꾸몄다는 것만 알아채도 내 등에다 칼을 쑤실 놈들이거든. 난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연기했지. 이 몸은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잠시 희생할 줄 아는 대인배 강우석이거든. 크크크…….

그런 면에서, 나는 겉치레 하나는 정말 제대로 한 셈이다. 약속대로 싸움에 합류하기도 했고, 예의상 주먹도 한 방 날려줬으니까. 이제 일진 놈들 그 어느 누구도 감히 나를 의심할 수는 없을 게다. 찬란한 나의 미래를 위해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나와 함께 유치장에 들어와 있는 새끼들을 보면서 말이지. 낄낄…….



“…….”



“…하아…….”



나와 함께 유치장 안에 처넣어진 우리 학교 일진들과 성낙고 일진들은 저마다 발기부전 걸린 새신랑마냥 넋 나간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놈들, 그저 한숨만 내쉬고 있는 놈들……. 학교에서는 저마다 일진이니 한 가닥 한다느니 설치고 다녔겠지만, 지금 유치장 안에 처넣어진 놈들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는 나이 어린 좆병신 고등학생으로 하향평준화되어 있었다.



“…야.”



나는 저 편에 앉아있는 사각 뿔테안경 새끼에게 슬쩍 다가가 말을 걸었다. 멍하니 천장만 올려보고 있던 사각 뿔테안경 새끼는 고개를 낮춰 나를 바라보았다.



“너, 씨발, 일진 아니지?”



나의 그 같은 물음에 사각 뿔테안경 새끼는 아무런 대답 없이 나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나도 너랑 같은 처지야.”



나는 씨익 웃어 보이며 내뱉었다. 나는 사과의 의미로 사각 뿔테안경 새끼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나중에 합의할 때를 고려한 가증스러운 짓거리였지만, 사각 뿔테안경 새끼는 내 악수를 무시하고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 찌질찌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헐…….



나와 사각 뿔테안경 새끼를 비롯한 몇몇은 그날 바로 풀려날 수 있었다. 경찰들이 말하길, 구속 사유가 안 된단다. 그럼 나머지 새끼들은 구속될 수도 있다는 건가? 재미있게 돌아가는군. 후후…….





나는 다음날 정상적으로 등교했지만, 학교는 전혀 정상적이지 못했다. 교문 앞에는 몇몇 신문사와 방송사의 취재진이 모여 있었고, 학생주임선생과 선도부 애들이 그들을 열심히 저지하고 있었다.

나는 미진이 년과 희정이 년의 걱정스런 시선 속에서 담임에게 귀를 붙잡혀 곧장 상담실로 끌려갔다. 그 곳에서 나는 담임과 학생주임선생에게 졸라게 두들겨 맞았고, 거의 감금되다시피 한 채로 있어야만 했다. 나와 함께 어제 풀려난 우리 학교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였다. …등교조차 안 한 녀석들만 빼고.

상담실에 처박혀있던 와중에 누군가가 상담실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들어섰다. 무릎 위로 올라간 청치마, 쇠붙이가 박힌 검은색 가죽 허리띠, 표범무늬 끈나시, 그 위에 청재킷을 걸친 세팅퍼머 머리의 날라리 년. 창백하게 번뜩이는 국어선생 년의 얼굴은 평소의 귀찮음 가득하던 그 얼굴이 아니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킨 나는 잠시 주저하다 국어선생 년에게로 입을 열었다.



“선생…”



‘짜악-!!’



국어선생 년은 부릅뜬 눈으로 나에게 다짜고짜 따귀를 날렸다. 국어선생 년에게 뺨을 맞은 것은 처음이었다. …조금 슬프기는 했다.

형사들까지도 학교를 들락거리며 애새끼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나를 비롯한 관련자들을 수시로 불러냈다. 학교 수업은 사실상 전부 중단되어버린 모양이었다. 형사들의 뒤를 따라 복도를 걸어가던 내가 창문 너머의 한 교실 안을 바라보았을 때, 칠판에 쓰여 있는 글자는 ‘자습’ 두 글자뿐이었다.



*



한진고는 말 그대로 난장판이 되었다. 한진고 일진들이 성낙고 일진들과 패싸움을 벌인 데에다, 그 내용이 너무나 빠르게 각 신문과 방송에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학생의 가면을 쓴 조폭, ‘일진’. 학교 안팎으로 무법천지. -좃선일보 사회부 김경락 기자]

[수원 H·S고등학교 ‘일진’, 조폭 못지않은 패싸움 벌여. -동방일보 사회부 전수진 기자]

[학교폭력, 이대로 좋은가? 패싸움 ‘즐기는’ 고등학생들. -중심일보 엄기류 칼럼]



보통의 경우였다면 한진고도 학교의 명예와 체면을 위해 사건을 무마하려 애쓰거나 쉬쉬하며 넘기려고 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속마음이야 어땠건 간에,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나 커져버린 사건이었다.

한진고는 좋든 싫든 정면 돌파를 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수업이 자습으로 변경되어버린 학교 안에서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백지가 돌려졌다. 모두가 교내 학교폭력과 관련해 익명의 진술을 요구하는 것들이었다.



“누가 우리 용석이 씹었어?!!”



쉬는 시간, 강우석의 반 교실 앞문이 와락 열리며 찢어질 듯한 외침이 들려왔다. 교실 앞으로 거칠게 들어선 지은이는 부릅뜬 눈으로 반 학생들을 둘러보며 미친 듯이 소리쳐댔다.



“누구야!!! 누가 씹었냐구-!!!!”



그런 지은이에게로 달려 나간 미진이가 지은이를 감싸 안으며 행동을 만류했다. 지은이의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는 반 학생들 속에서 일어선 경아가 무테안경 속의 눈매를 매섭게 하며 내뱉었다.



“정지은. 미안하지만, 시끄럽게 굴지 말고 나가줄래?”



미진이의 만류를 밀쳐내며 악을 쓰고 있던 지은이는 순간 눈을 희번덕거리며 경아를 향해 소리쳤다.



“뭐야, 이 씨발년아?! 니가 썼지?! 니가 용석이 어쩌구저쩌구 썼지, 이 개년아!!”



지은이는 당장에라도 경아를 찢어죽일 듯 팔을 뻗쳐댔지만, 경아는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며 내뱉을 뿐이었다.



“지금 패싸움 때문에 학교에서도 눈에 불을 켜고 있고, 경찰들까지도 왔다갔다 하고 있어. 너, 지금 니 행동이 어떤 일을 초래할지는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지 않아? 이건 뭐 협박하는 것도 아니고…….”



“뭐, 이 썅년아?! 너, 내가 죽여 버릴 거야, 이 개년아!! 이거 놔-!!!”



지은이는 더욱 악에 받쳐 소리를 질러댔다. 지은이의 눈썹에 짙게 칠해져있던 마스카라가 그녀의 눈물에 번져 까맣게 흘러내렸다. 그런 지은이를 만류하면서 경아에게로 으득 이빨을 깨물어 보인 미진이는 이내 지은이를 돌아보며 낮은 목소리로 지은이를 설득했다.



“좆 같지만, 저년 말이 맞아. 너 지금 이러는 거, 용석이한테도 너한테도 전혀 도움 안돼. 그러니까 일단 나가.”



“놔-!!!!! 놓으란 말이야-!!!!!”



지은이는 하얀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려 탈진할 듯이 소리질러댔다. 경아를 비롯한 반 아이들은 지은이의 절규와 미진이의 뒷모습을 무던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나는 매일 학교와 경찰서를 오고가며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미진이 년과 희정이 년과의 섹스? 너 같으면 할 수 있겠냐?! 미진이 년과 희정이 년과의 섹스는 물론, 나의 좆물받이 만들기 계획 전체가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 그게 당장의 내 신상에 이로우니까. …아니, 이 난리통에 섹스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병신 짓 아냐?

경찰서에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니, ‘구속영장 청구’니 하는 소리들이 오고갔다. 나는 경찰 조사를 받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인 ‘손 비비기’와 ‘순순히 잘못 인정’, ‘적극 수사 협조’ 등의 스킬을 현란하게 펼쳐보였다. 조사 때마다 ‘비전투원인 것’과 ‘주먹 한 대 휘두른 것’을 강조하고 형사들에게 굽실대며 관대한 처벌을 부탁했다.



사건 수사는 흥미롭게 전개되었다. 가장 큰 쟁점이 된 것은 성낙고 일진의 여고생 성폭행이었다. 경찰에 처음 신고 된 내용도 여고생 성폭행에 대한 것이었고, 우리 학교 일진 전부가 성낙고 일진의 여고생 성폭행에 대항하여 싸웠다는 식의 주장을 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성낙고 일진은 ‘그런 일 없다’, ‘성폭행이 아니었다’라며 뻗대보았으나, 그건 정말 기막힌 대실수였다.



“저기… 여기 제가 찍은 게 있습니다만…….”



나는 형사에게 내 디카를 내밀며 중얼거렸다. 내 디카 속에는 패싸움이 시작되기 전까지 박기태가 미애 년을 짓주무르던 명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사진 속 인물들이 워낙 작고 흔들리게 찍혀 각각의 얼굴들을 알아볼 수는 없지만, 사건 당시의 옷차림과 정황 등에 의해 누가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성낙고 일진의 여고생 성폭행 장면이었다.

캐관광당한 성낙고 일진은 이번에는 사진이 너무 시기적절하게 찍혔다며 음모론을 폈다. 음모론의 내용은 우리 학교 일진이 여고생을 미리 미끼로 놔두고서 사진 촬영을 대기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사실 내가 계획한 작전의 진실이기도 했다. …그럼 뭐해? 낚인 니들이 병신이지. 크크크…….

그렇다고 우리 학교 일진의 입장이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이미 양쪽 학교에서의 조사를 통해 지난주부터 패싸움이 예정되어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경찰은, 성낙고 일진의 여고생 성폭행에 대항하여 싸우게 되었다는, 마치 사건이 우발적으로 일어났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우리 학교 일진들의 주장을 귓등으로도 들어주지 않았다.



뒤를 이어 가장 큰 쟁점이 된 것은 바로 성폭행당한 여고생의 존재였다. …미애 년 말이다.

성낙고 일진은 그 여고생이 우리 학교 일진이 미리 놓아둔 미끼라고 주장하기는 했으나, 혹시라도 미끼가 아니었을 경우에 성폭행 크리티컬까지 맞을 것이 두려운 듯 대체적으로 말을 아끼는 편이었다. 설사 미끼가 맞다고 밝혀지더라도, 성낙고 일진의 죄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우리 학교 일진도 열불이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성폭행은 피해자가 직접 신고를 해야만 하는 죄다. 때문에 성낙고 일진에게 성폭행 크리티컬을 먹이려면 피해자인 여고생이 나서주어야 하는데,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 여고생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 일진이나 성낙고 일진이 머리가 잘 돌아가는 인간들이었다면, 이 사건의 전체적인 진실까지는 모르더라도, 그 여고생의 존재에 대해서는 크게 의심해봐야만 했다. 그 여고생은 우리 학교 일진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학교 일진의 이름으로 성낙고 일진에게 선전포고를 했고, 성낙고 일진을 꼬드겨 성폭행까지 유도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우리 학교 일진과 성낙고 일진은 사실 피해자에 지나지 않았고, 그들을 가지고 논 그 여학생과 그 여학생의 배후에 있는 나 강우석이 진정한 가해자요 범인이었던 것이다. 완전 제대로 스릴러 아닌가?! 크크크크!!!

그러나 멍청한 성낙고 일진과 우리 학교 일진은 한진고가 먼저 싸우자고 했네, 니들이 헛소문 낸 거 다 아네, 뻥 까는 거네, 니들이나 구라치지 말게 하면서 소모적인 말싸움만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경찰들도 결국 정확한 사건의 내막을 알기 위해서는 그 여학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표면적으로는 엄연히 성폭행 피해자인 그 여학생을 몽타주라도 만들어 공개수배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방법은 경찰들이 직접 우리 학교를 누비며 그 여학생을 찾아내는 길 뿐인데… 알지? …그 여학생은 우리 학교에 존재하지조차 않아. 백날 조사하고 찾아다녀봐라. 크크크크큭!!!



‘…계획대로.’



나는 홀로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경찰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초특급 사건이 아니고서야 간단히 끝낼 수 있는 사건을 질질 끌 리 없었다.

경찰은 결국 성폭행 피해자 여고생이 나타나지 않는 이 사건을 일반적인 패싸움 사건으로 분류하여 처리하기 시작했다. 구용석과 조명길, 박기태와 이대현이 구속되어 구치소로 옮겨졌고, 그 외의 일진들은 모두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았다. 나는 다른 새끼들과 마찬가지로 담당검사를 만나 조사를 받게 되었다.



“…넌 그 일진인가 뭔가도 아니잖아? 대체 뭐야, 너?”



훤칠하게 생긴 담당검사가 내 머리통을 파일철로 두들기며 물었다. 나는 힘이 없어 일진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었던 좆병신의 전형적인 비굴하고 참담한 표정을 구사해보이며 힘없이 내뱉었다.



“…정보원입니다.”



“…아놔, 이 꼴통 새끼~.”



담당검사는 다시 한 번 내 머리통을 파일철로 후려쳤다.

나는 검찰의 조사를 받으며 계속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고, 나의 힘없음을 강조했다. 담당검사에게 열심히 손 비비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사이 반장 년과 담임, 국어선생 년이 참고인으로서 검찰에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학교 일진과 성낙고 일진이 합의를 보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그 병신들은 사건의 내막이 어떻든 간에 일단 살고 봐야 했을 테니까. 하지만 법이라는 것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았고, 결국 구용석, 조명길, 박기태, 이대현 등 주동자 급들은 전부 담당검사에 의해 정식 기소되었다. 특히 용석이 놈은 비일진 날라리들을 강제적으로 동원한 것이, 명길이 새끼는 체포 과정에서 경찰에게 무력 저항한 것이 추가타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머지 일진들, 나와 사각 뿔테안경 새끼를 비롯한 부스러기들은 약식 기소되었다. 대부분이 벌금형에 처해졌지만, 나와 사각 뿔테안경 새끼는 기소유예라는 것을 받는 것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왜냐고? 우리 둘은 ‘연장’을 안 썼거든~! 푸하하하!!! …헐!! 내가 지금 좆병신 사각 뿔테안경 새끼와 나를 묶어서 ‘우리’라고 했나? 지쟈스…….





5월 27일 월요일. 교복 춘추복과 하복의 혼용이 시작되는 날…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학교 일진과 성낙고 일진의 패싸움에 대한 우리 학교의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크고 웅장한 회의실 안에는 무거운 공기만이 가득했다. 실물은 처음 보는 듯이 생소한 교장 할배와 교감 할매, 교감 아저씨 등등 수많은 높고 낮은 선생들이 양쪽의 긴 책상에 줄지어 앉아있었다. 자리에 없는 이는 오직 전설 속에만 존재한다는 이사장뿐이다. 정말 숨이 다 막혀오는군. 이런 고압적이고 딱딱하고 답답한 분위기는 쿨한 이 몸에게 전혀 맞지 않는데 말이지. 다른 관련자들과 함께 기다란 책상 앞에 앉아있던 나는 조그마한 한숨을 내쉬었다.



길고 지루한 징계위원회가 끝나고, 나는 방청석에 앉아계시던 아버지와 마주했다. 그저께 밤에야 겨우 제주도에서 이 곳으로 올라오신 아버지. 나는 아버지께 다시 한 번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죄송해요, 아부지.”



비록 모든 것이 내가 의도한 대로 벌어진 일이었지만, 막상 징계위원회라는 걸 겪고서 아버지를 마주하니 면목이 없어졌다. 아이러니하군. 의도는 했지만, 부끄러우니…….



‘빠악!’



아버지께서는 말없이 내 뒤통수를 후려치셨다. …졸라게 아프다. 뒤통수를 감싸 쥐고 고통에 겨워하는 나를 향해 아버지께서는 무뚝뚝하게 말씀하셨다.



“점심 먹자.”



나는 그제서야 머쓱하게 고개를 들어올렸다. 내가 아버지와 함께 막 발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 내 앞으로 반장 년이 갈색 댕기머리를 살랑거리며 다가섰다.



“안녕하세요? 우석이네 반 반장, 홍경아라고 합니다.”



반장 년은 내 아버지께 살며시 미소를 지어보이며 인사를 올렸다. 예의가 바른 년이군. 이걸로 며느리감 소개를 삼으면 되겠는데~? 크크…….



“그래. 우석이 애비다.”



아버지께서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셨다. 그제서야 반장 년은 나를 돌아보았다.



“수고 많았어, 강우석.”



평소와 다름없이 무미건조하게 내뱉는 반장.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그런 반장 년에게로 말했다.



“경아띠야말로 도와줘서 고마워~.”



이번 사건에 있어서, 반장 년이 우리 반 반장으로서 나를 도와주게 되리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다. 실제로 반장 년은 경찰과 검찰에 내가 일진들과 큰 관련이 없으며 오히려 일진들에게 시달리고 동원되고 있었다는 정황을 진술해주었다.



“고맙기는~. 지난번에 얘기 했었잖아. 어려운 일 생기면 도와주겠다고.”



반장 년은 무테안경을 살짝 들썩이며 은은한 미소로 말한다. 그래. 지난번에 은주와 아리 년을 도와준 일로 그 소리를 듣기는 했었지.



“…아부지. 이런 신붓감 어때요?”



나의 뜬금없는 물음에 아버지께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반장 년을 살펴보며 턱을 쓰다듬으셨다. 반장 년은 얼굴이 새빨개져 소리쳤다.



“강우석!”



반장 년은 그대로 내 정강이를 가볍게 걷어찼다. 정강이를 움켜쥐고 쓰러지는 나를 향해, 아버지께서는 무뚝뚝하게 말씀하셨다.



“맞고 살겠다.”





아버지와 함께 학교 밖의 어느 식당을 찾아간 나는 아버지와 마주앉아 점심을 먹게 되었다. 나는 한참 숟가락질을 하다 묵묵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혼자 살기 안 힘드냐.”



아버지께서는 그때까지의 침묵을 깨고 무뚝뚝하게 말씀하셨다. 안 힘드냐고?! 당연히 힘들지!! …하지만, 나에게는 혼자 살면서 즐길 수 있는 하악하악한 일들이 있으니까. 미진이 년과 희정이 년과… 흐흐흐…….



“살만 해요. 아버지는요? 오렌지 농사 잘 돼요?”



“잘 된다.”



나의 물음에 아버지께서는 짧게 답하셨다. 나는 다시 아버지께 물었다.



“진희 누나는요? 작업 잘 돼가요?”



진희 누나는 아버지의 농장에서 일하는 연구원이다. 연구원이라는 말이 꽤나 그럴듯해 보이지만, 일개 직원 정도라고 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아버지의 애첩이라는 거지. 낄낄…….



“이 아비의 사생활을 그렇게 표현하지 마라.”



아버지께서는 평소의 모습답지 않게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씀하셨다. 나는 일부러 눈을 껌뻑거리며 말했다.



“…품종 개량 작업 말한 건데요?”



그런 나를 묵묵히 바라보시던 아버지께서는 결국 내 머리통을 후려치셨다.





“가시게요?”



일찌감치 등을 돌리신 아버지께서는 그런 나의 물음에 무뚝뚝하게 답하셨다.



“내가 계속 여기 있어봤자 뭐 하겠냐. 필요하면 불러라.”



헐……. 이 아들의 좆물받이인 미진이 년과 희정이 년도 보고 가셔야……. 아버지께서는 요즘 날라리 년들을 안 좋아하시려나? …아니지. 그 아들에 그 아버지인데, 분명 미진이 년과 희정이 년의 먹음직스러움을 알아보실 게야. 흐흐흐…….



“그럼 학교 끝나고 보자.”



아버지께서는 짧은 말만 남기시고서 택시를 타고 떠나버리셨다. 나는 교문 앞에 서서 아버지가 탄 택시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강우석.”



순간, 나는 내 귀에 꽂혀드는 그 섬뜩한 목소리에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내 뒤에는 국어선생 년이 팔짱을 끼고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언제……?!



“…고생 많았네.”



내 귀에 들려오는 국어선생 년의 목소리. …생각보다 온화하다. 거기에 용기를 얻은 나는 능청스럽게 머리를 긁적이며 지껄였다.



“당연하죠……! 아직도 볼따구가 얼얼한데요~!”



그 순간, 국어선생 년은 나를 때릴 듯 손을 높게 치켜들었다. 흠칫한 나는 얼른 양 팔을 들어 가드를 했지만, 국어선생 년은 단지 위협만으로 행동을 그치며 껄렁껄렁하게 내뱉었다.



“잘못했으니까 맞는 게 당연하지, 짜식아.”



쓰읍 주의를 준 국어선생 년은 손을 거두어들이고 말했다.



“아직 널 용서한 건 아니야. 동성이 녀석이 바른대로 불어서 조금 봐주는 거지.”



…바른대로 불어? …동성이 놈을 싸움에서 빼내주기로 한 것 말인가. 동성이 놈, 별 쓸데없는 짓을 다 하는군. 고맙기는 하지만, 이걸 일진 새끼들이 알게 되면……. 아니다. 친구 위한답시고 싸움에서 빼내준 것 정도는 내가 여태껏 꾸며온 다른 수작들에 비하면 약과지. 흐흐흐…….



“다음부터 이런 일 있으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 나, 다른 선생들하고 다른 거 알잖아.”



국어선생 년은 가느다란 눈매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음……. 그래도 여태껏 국어선생 년이 한 말들 중에서는 왠지 모르게 신뢰가 가는 말이로군. 하기야, 날라리 출신인 국어선생 년이라면 통하는 게 있을지도 모르지. 후훗.





나의 최종 결전은 다음날 학교 게시판에 게시된 한 장의 커다란 안내문으로서 그 끝을 맺게 되었다.



[-5월 20일 타 학교와의 집단 폭력행위 관련 징계위원회 징계 결과-

2-4 구용석 → 퇴학(기소)

2-7 조명길 → 퇴학(기소)

2-6 박항덕 → 전학(벌금형)

……

2-2 강우석 → 교내봉사 10일(기소유예)

2-10 강동성 → 교내봉사 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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