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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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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034회 작성일 20-01-1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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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결말



다음 날. 아직 춥지만 조금씩 봄의 기운이 찾아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이 거실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일요일의 한가로운 오후…. 영호는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었다.

어제 일이 생각난다…. 자신의 친구들 밑에 깔려서 신음소리를 흘리던 누나…. 잠들지 않았었다. 잠은 들었었다. 하지만 중간에 깼다. 그리고 중간에 깼을 때 민수에게 영호 깨기 전에 빨리 끝내라는 누나의 말에 아찔할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중권은 신음소리를 흘리는 누나의 입에다 자지를 넣었고, 근태는 누나의 뽀얀 가슴을 마구 주물렀다. 그러나 누나는 반항 한 번 없이 그들의 모든 자지를 받아주었다. 영호는 그때 벌떡 일어나 친구들처럼 누나의 보지에다가 자지를 꽂고 싶은 욕구를 절제하느라 기절할 정도였다.

자신은 하지 못하는 일…. 늘 상상해왔으나 꿈속에서나 가능했던 일. 그러한 일들을 영호의 친구들은 너무나도 쉽게 행하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누나인 미희는 그들에게 반항 한번 없이 몸을 허락하였다.

근친상간. 금기시된 일이다. 가족 간의 관계는 현대사회에서 말 못할 터부인 것이다. 하지만 야한 소설이나 야한 동영상에서는 가장 인기가 있는 행위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면서도 이러한 행위에 대해 나름대로의 쾌락을 느낀다. 누구든지 쉽게 행하지 못하는 금기시된 일에 대한 대리만족인 것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 그리고 대부분의 근친상간을 다루는 야한 소설이나야한 동영상은 나름대로의 괜찮은 결론을 이끌어낸다. 상대가 쾌락에 못 이겨 그 행위에 동조한다는…. 영호는 그러한 야한 소설을 수도 없이 봐왔다. 그러나 야한 소설이나 야한 동영상을 현실과 구분 못하는 바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궁금하다. 현실에서는 어떻게 될까….

영호는 소파에서 일어나 미희의 방문 앞으로 갔다. 미희는 아직도 안 일어나고 있었다. 일요일엔 항상 늦잠을 자는 누나…. 영호는 그런 미희를 생각하자 웃음이 나왔다. 모든 일에 완벽한 누나였지만 일요일 만큼은 항상 늦게까지 잠을 자던 누나…. 그런 생각을 하며 주머니에서 버스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방문 손잡이를 잡고 문틈으로 카드를 밀어 넣었다. 몇 번 움직이자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조용히 열리는 방문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미희. 미희는 새하얀 침대시트 위에 이불을 덮고 새근거리며 잠들어 있었다. 너무나도 조용하고 단아한 모습…. 그런 모습을 보면, 영호는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 이 누나가 어제 친구들 밑에서 신음소리를 흘리던 누나가 맞는지….

영호는 그런 누나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모든 옷을 벗었다. 위, 아래옷을 벗고 남은 팬티를 벗자 이미 커질 대로 커져서 솟구쳐 있는 자지가 드러났다. 영호는 미희가 덮고 있는 이불을 걷어냈다. 그러자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움직이는 미희…. 영호는 그런 미희의 허리 부근에 올라타 앉았다.



“응…?”



미희는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자 졸린 눈을 슬쩍 떴다. 그러자 영호가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알몸으로!



“유, 유영호!”



미희는 잠이 확 달아나며 두 눈을 크게 떴다. 원래 컸던 미희의 눈은 정말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치켜떠졌다.



“너, 너 뭐하는 거야!”



미희는 손을 뻗어 영호를 밀어내려 했다. 그러나 영호는 재빨리 미희의 양 팔을 한 손으로 잡아채며 머리 위로 눌렀다.



“윽…!”



미희는 영호의 강한 힘에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가녀린 미희가 힘에서 어떻게 당할 수 있을까. 미희는 자신의 팔을 잡아챈 영호를 불안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여, 영호야….”



그러나 영호는 미희의 말에 아랑 곳 없이 왼손으로 미희의 바지를 잡아서 끌어내렸다. 허리부근이 고무줄로 된 바지는 팬티와 딸려 쉽사리 끌어 내려졌다. 미희의 하얀 아랫배와 대비되는 검은 보지털이 드러나며 가느다란 허벅지까지 쉽게 드러났다.



“야-!”



미희는 놀라 소리를 지르며 바동거렸다. 미쳤다. 미쳤어…. 왜 이러지…. 미희는 가슴이 쿵쾅거리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꿈인 줄 알았는데 서서히 상황파악이 되면서 점차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자신의 바지를 무릎까지 내리고 그 허벅지 사이에 앉는 영호의 모습…. 자신의 보지에 삽입하려는 자세다. 다른 사람도 아닌 누나의 보지에….



“아, 안 돼….”



미희는 필사적으로 허벅지를 오므리려고 했지만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영호를 밀어낼 순 없었다. 그리고 미희는 자신의 보지 입구에 영호의 굵직한 자지가 살짝 닿는 느낌이 들었다.



“안 돼! 넣지마! 넣지마! 영호야-! 넣지…! 아윽-!”



미희는 자신의 보지 입구를 가르며 들어오는 영호의 굵은 자지에 눈을 꽉 감았다. 자고 일어난지라 이미 보지는 살짝 촉촉이 젖어있는 상태…. 영호의 자지는 너무나도 쉽게 미희의 보지를 뚫고 들어갔다.

영호는 미희의 보지 안에 뿌리까지 깊숙이 들어가 있는 자신의 자지를 내려다보며 희열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드, 들어갔어…. 누나….”



“빼. 빠, 빨리 빼….”



미희는 눈을 꼭 감은 채로 영호에게 말한다. 쳐다보기도 싫다.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러나 미희의 바람과 달리 영호의 허리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흑! 빼! 빼라고! 아윽!”



이제 영호는 미희의 가느다란 양팔을 좌우로 벌려서 잡은 뒤 거친 숨소리와 함께 허리를 움직이고 있다. 미희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영호를 노려보며 계속 외쳤지만 영호는 그저 허리를 움직이는데 집중할 뿐이었다. 미희는 보지에서 서서히 느껴지려는 쾌감을 억누르며 기어코 욕을 내뱉었다.



“이 개 같은 자식…. 빼! 빼라고! 아흑! 우, 움직이지마! 야이 개새꺄!”



영호는 미희의 욕에 놀라 허리 움직임을 멈추고 누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자 미희도 화난 표정으로 큰 눈을 치켜뜨고 영호를 올려봤다. 동생에게 보지를 내주고 깔려있는 누나…. 미희는 현실이 아니길 바랐다….

영호는 미희의 아름다운 입술에서 저런 쌍욕이 나올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 태어나서 누나에게 처음 듣는 욕…. 근데…. 근데 왜 하필 그 대상이 자신이란 말인가…. 자신의 친구들에게는 가만히 보지를 내주던 누나가 왜 하필 자신에게는 이런 욕을 한단 말인가…. 그런 생각에 영호는 섭섭한 마음과 함께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씨발년아-!”



“…!”



갑작스런 영호의 욕에 미희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살짝 입을 벌렸다. 말이 나오질 않았다. 영호가 자신한테 이런 욕을 하다니…!

영호는 욕과 함께 허리를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개 같은 년! 너 내숭 떨지마! 왜 친구들이랑 할 때는 가만히 있고 나한테는 왜 이래! 어?”



미희는 영호의 거친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봤다…. 자신이 영호의 친구들과 하는 것을 봤다. 미희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래도 이러면 안 된다.



“비, 비켜. 영호야. 아흑! 그, 그만 움직여! 아, 안 돼! 응윽…! 그래도 누, 누나한테 이러는 것 아니야!”



그러나 영호의 허리는 멈출 줄을 몰랐다. 그리고 입에서도 쉴 새 없이 거친 말을 쏟아냈다.



“너 내 방에서 야동 보고 보지물이나 흘리고, 밖에서 남자들이랑 뒹굴고 오는거 내가 모를 것 같아? 남자이름 부르면서 지 보지 막 쑤시는 년이. 어따 대고 욕이야! 이 걸레 같은 년아!”



“….”



미희는 기절할 것 같았다. 차라리 꿈이길 바랐다. 동생이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여, 영호야! 그,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으흑! 제발 빼줘!”



“닥쳐!”



영호는 더욱더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미희의 꼭 감은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영호는 그런 누나의 눈물에 흠칫 놀랐지만 오히려 더욱더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처음 박아보는 여자의 보지였지만 별로 쾌감은 들지 않았다. 점점 화만 더 난다….



‘왜….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거야! 내 친구들이랑 할 때는 그렇게 다정하게 해줬잖아! 나도 끌어 안아주고, 나도 허리에다가 다리를 감아줘! 나도!’



영호의 거친 움직임이 계속 되자 점차 미희의 허리가 들썩이기 시작한다. 미희의 꽉 다문 입술에서는 억지로 신음소리를 참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영호는 그런 누나의 반응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씨발. 이 걸레 같은 년. 거봐 결국 이렇게 허리 움직이면서 신음소리 참을 거면서 그렇게 내숭을 떨어?”



그러나 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허리가 들썩이는 건 거의 본능적이었다. 지금은 입을 꽉 다물고 터져 나오려는 신음소리를 참는 것만도 벅차다.

이윽고 영호의 허리 움직임이 급박해지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영호의 숨소리도 점차 올라갔다. 미희는 그 행동이 사정하려는 행동임을 알고 동그랗게 눈을 뜨고 중얼거렸다.



“아, 안 돼….”



그러나 이미 늦었다. 영호는 미희의 보지에 깊이 자지를 박은 채 어깨를 들썩이며 잔뜩 사정을 하였다.



“아….”



미희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기어코 동생이 누나의 보지에다가 사정을 한 것이다. 위험한 날은 아니다. 지금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근친상간…. 미희도 야설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서 금기시된 짜릿한 쾌감도 느꼈다. 하지만…. 현실은 틀리다. 현실세계에서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다. 동생이랑 관계라니…. 상상해 본적조차 없다.

영호는 미희의 가느다란 두 팔을 풀며 보지에서 자지를 뺐다. 그러자 시커멓게 벌어진 보지 틈에서 허연 정액이 미끄덩하게 흘러나온다. 자신의 정액…. 드디어 누나의 보지 안에다가 사정을 했다. 영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헉, 헉…. 어, 어때. 누나도 좋았지?”



그러나 자신의 빨개진 손목을 주무르던 미희는 몸을 일으켜 앞에 앉아있는 영호의 뺨을 세차게 올려쳤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린 영호는 자신의 뺨을 만지며 놀란 얼굴로 미희를 바라보았다.

미희의 커다란 눈에서는 굵은 눈물방울이 쉼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흑, 흑…. 이 나쁜 새끼. 너 그러는 것 아냐…. 흑. 누나가 그런 짓 하는거 다 봤다고? 그래서? 흑…. 그래서 뭐! 그래서 누나 강간하는 거야? 그래서 그렇게 누나한테 별별 욕 다하면 되는 거야? 누나가 그러면 강간해도 되는 거야? 그럼 내가 기뻐할 줄 알았니? 내가 좋아할 줄 알았어? 흑, 흑…. 아무리 누나가 삐뚤어져도 동생까지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흑…. 너어….”



미희는 잠시 눈물을 닦고는 말을 이었다.



“너 나가! 나가라고!”



미희는 영호를 밀어내며 계속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나가! 이 나쁜 새꺄! 너 내가 다시는 안볼 거야. 흐윽…!”



영호는 얼떨결에 자신의 옷가지를 들고 방밖으로 쫓겨났다. 영호는 한 동안 미희의 방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이게 아닌데…. 자신이 원하던 결말은 이게 아니었다. 자신이 막연히 상상하던 결말과 너무나도 틀리자 영호는 정신이 확 들었다. 그리고 바보처럼 중얼거렸다.



“내, 내가 뭘 한 거야….”



*



미희는 그날 자신의 방 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질 않았다. 침대에 누워 그냥 멍하니 천장만을 바라보았다.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 아니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 잠깐 잠이 들면 악몽을 꾼다. 지독한 악몽….

그리고 날이 어둑어둑해졌을 때, 미희는 겨우 깊은 잠에 들 수 있었다.



“미희야! 미희야!”



겨우 잠이 들었던 미희는 다급하게 자신을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미희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자신을 바라보는 아버지와 어머니.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까지 맺혀있었다.



“영호가…. 영호가….”



울먹이는 어머니의 설명을 들은 미희는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풀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영호가 죽었다….

새벽 2시경. 경비 아저씨가 쿵하는 소리에 순찰을 돌자 한 학생이 주차장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9층 방에만 불이 켜져 있어서 연락을 했더니 그 집 학생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자동차 위에 떨어졌다면 살 수도 있었지만 운이 나빴던 건지 주차장 맨 바닥에 그대로 머리부터 떨어지며 즉사했다. 영호의 방에는 컴퓨터 메모장에 ‘엄마, 아빠 미안해요. 그리고 누나…. 미안해.’ 라고만 적혀 있었다. 경찰들이 가족들에게 영호에 대해 물었지만 별다른 말은 들을 수 없었다. 미희도 영호가 자신과 관계를 가졌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영호의 자살은 끝이 났다.



미희는 한동안 충격 속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그리고 따뜻한 5월경이 되어서야 겨우 충격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신이 흐트러지면 안 된다…. 동생이 소심한 성격인 것을 알고 있다. 그렇게 매몰차게 말하지 말걸 그랬나…. 영호의 죽음에 도의적 책임을 느꼈다. 게다가 자신이 그렇게 흐트러지고 삐뚤어진 모습을 영호에게 보여주어서 일이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자신이 전처럼 모범적으로 행동했으면 영호가 그런 일을 벌일 리는 없었다.

미희는 그날부터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고…. 학원도 다시 다녔다. 물론 세연, 채은과도 같이 놀았다. 그러나 전처럼 술을 마시거나 남자들과 어울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가 좋은 미희라도 한동안 놓았던 공부를 쉽게 따라잡을 정도의 천재는 아니었다. 그래도 미희는 열심히 했다. 죽은 영호에게 미안해서라도….

결국 미희는 수능이 끝나고 서울 소재 최하위권 대학들에 원서를 넣었다. 생각만큼 성적이 오르질 않았다…. 그러나 미희는 열심히 했기에 이 정도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해가 바뀌었다. 그리고 그 날은 원서를 넣은 세 대학 중에서도 가장 낮은 점수의 학교에 원서를 넣으러 가는 길이었다. 서울 구석에 위치한 조그만 4년제 대학교였다. 경제학과….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학과였다. 1학년 때만 해도 목표는 서울대 경제학과였었는데…. 미희는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추운 1월의 날씨였지만 하늘은 맑았다. 푸르른 하늘 속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눈부신 햇살은 차가운 겨울의 풍경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원서를 내고 학교를 내려오는 미희는 잠시 멈춰서, 눈부신 햇살을 올려다보며 살짝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다시 내려갈 때 학교를 올라오는 여학생이 눈에 띄었다. 종이봉투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원서를 넣으러 가는 모양이다. 눈부신 햇살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화사한 분홍색의 롱코트를 예쁘게 입은 여학생…. 어딘가 눈에 익다. 미희는 그 여학생을 보며 누구인지 떠올리려 했지만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여학생이 자신을 지나쳐 건물로 들어갔을 때 겨우 누구인지 떠오르게 되었다.



미희는 가끔씩 주머니에 있는 손을 빼 입김을 불며 추위를 이기려 애썼다. 그리고 잠시 후 집에 가지 않고 서있게 만든 그 여학생이 나왔다.



“저, 저기…”



미희가 부르자 분홍색의 롱코트를 입은 여학생이 살짝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여우같은 눈매를 가진 도도하고 섹시한 매력을 풍기는 여학생….

미희는 그 여학생의 매력적인 눈을 마주하게 되자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다. 전에 노원에서 한 번 본적이 있기에 괜히 아는 체를 해보려고 했다. 미희는 머뭇거리다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너…. 효린이지? 김효린….”



“응? 나 알아?”



미희의 말에 효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가리켰다. 효린으로서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러자 미희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으응…. 아니 그냥. 너 노원 살지? 너 노원에서 그 저 뭐냐…. 음…. 유…명해서 괜히 아는 척 해봤어….”



미희는 유명하다는 말을 꺼내놓고는 아차 싶었다. 당연히 좋지 않은 쪽으로 유명하다는 뜻 아닌가? 그러나 효린은 미희의 말을 듣고는 씨익 웃었다.



“히히. 내가 유명하긴 했지. 너도 노원 사니? 반가워.”



미희의 걱정과 다르게 효린은 밝게 인사하며 손을 내밀었다. 미희도 얼떨결에 웃으며 효린과 악수를 나누었다.

같이 노원에 살기에 둘은 집으로 함께 돌아갔다. 효린은 성격이 무척이나 활발했다. 오늘 처음 보는 미희임에도 불구하고 연신 예쁘다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미희는 효린이 더 예쁘다고 느꼈기에 그저 얼굴을 붉히며 고맙다는 말을 하였다.

효린은 이 학교 미용학과에 지원을 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점수를 낮춰서 지원했기에 꼭 붙을 것 같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미희가 왜 점수를 낮춰서 이 학교에 지원했냐고 묻자 효린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응. 사실 이 학교에 좋아하는 오빠가 다니거든….”



그리고 효린은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성격이 활달한 효린은 오늘 처음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숨기는 말이 없었다.



“나 말야…. 고등학교 때 사귀는 오빠가 있었어. 근데 오빠를 좋아하는 한 언니가 같은 과에 있었어. 오빠도 그 언니를 마음에 두는 것 같았고…. 그래서 오빠가 나랑 사귀면서 무척이나 힘들어 했어…. 나도 내 옆에서 힘들어하는 오빠 모습 보면서 무척이나 힘들었지. 그래서 할 수 없이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했어. 난 오빠를 좋아했지만 오빠가 힘들어하는 건 볼 수 없었거든….”



효린은 잠시 말을 멈추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그때 오빠한테 약속했어. 열심히 공부해서 오빠 다니는 학교 갈 거라고…. 그래서 나중에 더 이뻐져서 오빠 만날 거라고…. 히히…. 나 사실 반에서 거의 꼴찌였어….”



효린의 말에 미희는 놀랐다. 자신은 1등이었는데…. 그리고 효린은 계속해서 말을 했다. 이번엔 그 오빠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효린은 연신 그 오빠라는 남자에 대한 칭찬만을 했다. 너무나도 착하고 순수하고 자신에게 잘해주고…. 미희는 효린의 말을 듣고 난 뒤 자신이 사귀었던 지훈이란 남자친구를 떠올려보았다. 최악이다…. 미희는 자신이 얼마나 남자를 잘못 골랐었는지 깨달았다. 갑자기 후회가 밀려온다….

효린의 말을 듣고 난 미희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한 후에 물었다.



“그럼 말야…. 그 오빠 놓친 것 후회 안 해…?”



미희의 질문에 효린은 잠시간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효린의 입가에는 밝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후회 안 해…. 내가 선택한 일에는 후회 하지 않아. 지난날을 후회만 하고 있으면 미래가 없잖아?”



“아….”



미희는 효린의 미소와 말에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졌다.



*



노원역에서 효린은 둘 다 꼭 붙어서 같이 학교에 다니자며 웃었다. 그리고 전화번호를 주고받고는 헤어졌다. 미희는 효린과 헤어지고난 뒤 버스에 몸을 실으며 아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후회 안 해…. 내가 선택한 일에는 후회 하지 않아. 지난날을 후회만 하고 있으면 미래가 없잖아?]



맞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 미희에게 있어 가장 필요했던 말이기도 하다.

얼마나 후회 했었나….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훈을 만난 일부터, 자신의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저질렀던 여러 가지 일들…. 그리고 결국 동생을 자살로 몰고간 일들…. 모든 일을 후회했었다.

그러나 항상 세연도 자신에게 그랬고, 지금 효린도 말했다. 후회하지 말라고…. 자신이 선택한 일은 후회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그래…. 맞는 말이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다. 모두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 같지만, 돌이켜보면 모두 자신이 선택한 일들이었다.

지훈을 만났던 일은 이제 앞으로 그런 남자를 안 만나면 되는 것이다.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자신을 잘 조절하면 되는 것이다. 지난번에 잘못한 일이 있으니 앞으로는 그런 실수를 안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 후회하지 말고 살아가자. 어떻게 보면 후회 없이 잘 사는 것이 지훈에게 복수하는 것이고, 동생 영호를 위하는 일일 수도 있다.



‘지난날에 후회하고 힘들어하기엔 아직 살아온 시간이 너무나도 짧고, 살아갈 시간이 너무나도 길다.’



미희는 그렇게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그래야 미래가 있으니까….”



#Epilogue



“응. 효린아. 재밌게 놀아. 이따가 집에 갈 때 같이 가자. 응. 안녕.”



미희는 전화를 끊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효린은 자신이 원하던 이 학교 미용학과에 합격했다. 그래서 지금 신입생 환영회에서 놀고 있단다. 그리고 자신도 이 학교 경제학과에 합격했다. 그리고 지금 자신도 신입생 환영회에 가는 길이다.



‘푸훗. 효린이 좋겠네. 그럼 그 오빠 만나려나? 근데 그 오빠라는 사람 무슨 과인지는 안 물어봤네….’



미희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신입생 환영회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미희가 들어오자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엄청나게 예쁜 여학생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한 남자 선배가 재빨리 나오며 미희에게 물었다.



“경제과 신입생이니?”



“예…. 안녕하세요. 유미희입니다.”



선배는 꾸벅 인사를 하는 미희를 빈자리로 안내하였다. 미희는 선배가 안내해준 빈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앞에 어떤 여자와 다정하게 앉아있는 머리가 짧은 남자가 앉아있었다. 미희는 우선 여자에게로 눈길이 갔다. 검은 아이라인을 섹시하게 그린 고양이 같은 눈매의 여자…. 엄청 예쁘다. 어딘지 모르게 효린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 여자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남자…. 그 남자가 미희를 보며 웃으며 인사를 하였다.



“안녕? 난 02학번 김철하야. 지금은 군인인데 휴가 나온 거야.”



김철하…. 처음 듣는 이름인데 미희는 이 사람의 얼굴이 왠지 낯이 익었다. 이 사람…. 어디서 봤더라.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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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연재가 끝났습니다. 그동안 재미없는, 이 글 같지도 않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추천수는 많이 안나왔지만 그래도 조회수가 계속 다섯자리 찍는거보면 많은 분들이 꾸준히 읽어주셨다는 걸 알기에 다시 한번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꾸준히 완결까지 읽어주셨으면 추천이라도 팍팍 넣어주시지 ^^; 어쨌든 "그의 대학생활"이라는 작품의 후광을 너무 많이 입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전 작품이 너무나도 많은 인기를 얻자 좋은 점도 있었고 나쁜 점도 있었습니다. 좋은 점은 우선 인지도가 있어서인지 제 작품에 기대를 해주시며 많이 읽어주셨다는 점. 나쁜 점은 전 작품에 지나치게 목을 매시는 분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끄적=그의 대학생활... 이런 공식이었죠; 흑 ^^; 끝난 작품은 끝난 작품입니다. 그냥 그렇게 하나의 글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이 작품도 이제 끝이 났네요. 미희에 대해 많이 욕먹으면서 추천수는 안달리고;; 하면서 꽤 많이 힘들어했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처음에 각오했던 일이고 결국 생각대로 결말을 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이 글을 쓰기전에 성장소설 하나 써보자는 어줍잖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쓰다보니 "아 내가 여자가 아니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남자면 남자의 성장소설을 써야지 여자의 성장소설을 쓰려니 죽겠는겁니다;; 결국 말도 안되는 저질야설만 나와버렸습니다;; 뭐 성장소설이란 자체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전 남자를 쓰든 여자를 쓰든 형편없는 글이 나왔을겁니다.;;

에고 글이 너무 길어지네요. 여기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다음 작품은 언제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그냥 맘 편하게 흥행의 공식인 남자주인공+다수의 여자주인공을 쓰는게 좋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읽어주시고, 추천해주시고, 댓글달아주시고, 쪽지보내주신 수 많은 분들...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럼 행복한 하루 되세요^^/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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