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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친야설

수레바퀴 -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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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1,259회 작성일 20-01-1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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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자신이 엄마의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듯, 나도 누나가 그걸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듯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술을 또 마시지는 않았지만, 마치 집에 붙어있지 않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듯, 누나는 아침에 집을 나서면 저녁 열 시가 넘어서야 돌아왔고, 그런 누나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밤에 누나가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무척이나 마음이 편안했다. 최소한 집을 나가지는 않은 것이다. 그렇게 밖으로만 나돌던 누나도 아빠와 선미 누나가 휴가를 맞춰 모든 식구가 제주도에 있는 콘도로 여행을 가는 때 만큼은 따라왔다. 그 해 여름에는 선미 누나의 그 분, 아부쟁이 광식 군도 함께였다.



따라 오긴 했어도, 그 전 해,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렵게 시간을 빼내 휴가를 같던 때하고는 달리, 유미 누나의 표정은 출발할 때부터 굳어 있었다. 비행기에서 다른 식구들의 눈을 피해, 내가 누나의 손을 잡아주자 그래도 그것만은 뿌리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파도가 넘실거리는 해변에 도착하자 나는 기분이 상당히 들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하기가 무섭게 광식 군과 선미 누나는 해변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고, 아빠는 콘도를 예약해 준 무슨 사장인가 하는 사람을 만나러 갔다. 예년 같으면 나도 그 때쯤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겠지만, 그 날만은 엄마와 유미 누나가 짐을 풀고 식사 준비를 하는 걸 도와주었다. 속 모르는 엄마는 아들이 대학교 가더니 철이 들었다고 좋아라 하셨다.



친딸이 아닌 유미 누나를 그냥 딸인 척 하고 있는 엄마, 그 엄마가 진짜 엄마가 아니라는 걸 알고도 모른 척하는 유미 누나, 그리고 그 모든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는 나, 이렇게 셋이서 한 방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우스웠다. 오랜 세월 동안 손발을 맞춰 온 유미 누나와 엄마는 별 말을 하지 않고도, 서로 역할을 나눠 짐을 정리하고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선미 누나하고 광식 군은 딱 밥 먹을 때 맞춰서 콘도에 돌아왔다.



“누나하고 광식이 형 휴가 오는데 우리는 꼭 하인으로 따라온 것 같아.”



뼈 있는 내 농담에 선미 누나는 눈을 흘기고, 광식 군은 사람 좋은 웃음만 지었다. 차라리 선미 누나가 유미 누나의 입장이었다면, 조금은 고소해 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엄마의 유전자를 물려 받았지만, 어찌나 얄미운지... 그리고 역시 저녁을 먹자마자, 밀린 데이트를 해야 한다는 듯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나도 누나를 데리고 나갔다.



“엄마, 누나랑 나갔다 올께, 모처럼 아빠랑 좋은 시간 보내세요.”

“효자 티는 다 내고 가는 구만.”



저녁바람이 시원했다. 우리 가족은 제주도에 가면, 여기저기 복잡하게 돌아다니는 걸 싫어했다. 그저 콘도 앞에 있는 해변에서 잠깐 놀고, 남은 시간은 방에서 낮잠을 자거나 부대시설에서 꼬무락거리는 정도였다. 그래서 선미 누나와 광식 씨 커플도 그 근처에 있어야 맞는데, 해변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유미 누나의 손을 덥석 쥐자 누나가 재빨리 손을 빼고 주변을 살폈다.



“미쳤어, 얘.”

“남매끼리 손도 못 잡아?”



“이렇게 걸으면서 손 잡으면 이상해 보이잖아.”

“췌~~!”



얼핏 잠깐 누나의 미소를 본 것 같았다. 누나가 파도를 향해 뛰어 갔다. 수영복이라도 입고 나올 것이지, 그저 팔부 반바지에 하늘거리는 면 티를 입은 수수한 차림인 게 아쉬웠다. 어둑어둑한 수평선을 바라보고 서 있는 누나의 곁에 나도 서서 그녀의 시선과 방향을 맞췄다. 누나는 아무 말도 없었다.



“누나!”

“.....”



“유미야!”

“콱! 죽어.”



“행복해?”

“응?”



“행복하냐고.”

“.....”



“말을 해, 말을...!”

“너는?”



“나?”

“응”



행복해. 무엇보다 누나가 옆에 있어서 정말 행복해.”

“.....”



누나를 돌아 보았다. 최근 들어 누나의 눈물을 꽤 자주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보!”

“몰라... 씨이...!”



불현듯 그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누나가 사랑한다던 그 사람... 이루어질 수 없다던 그 사람...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것은 간단한 테스트였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멀리서 우릴 보기에는 날이 너무 어두웠다. 한쪽 팔을 누나의 반대쪽 어깨 위에 올렸다. 그리고 힘에 끌려오지 않도록 천천히 팔을 구부렸다. 누나가 너무나 힘없이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내 심장이 쿵쿵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려왔다. 누나와 내가 마치 책이 닫히는 것처럼 서로 포개졌다. 그냥 꼭 껴안아 주었다. 누나의 심장도 내 심장 못지 않게 뛰고 있었다.



‘역시 나였을까? 누나가 사랑한다는 사람...’



마지막 테스트는 좀 더 어려웠다. 하지만, 자신 있었다. 그것만 합격하면 거의 굳히기....! 팔에 힘을 풀어 누나를 조금 떨어뜨린 뒤 영문을 몰라 내 얼굴을 쳐다보는 그녀의 얼굴에 입술을 천천히 들이 밀었다. 당연히 눈을 감고 턱을 앞으로 좀 내밀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시험에 합격하고, 누나의 그 사람이 나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어유, 못 됐어!”



누나의 헐렁한 면 티가 콘도 쪽을 향해 멀어져 갔다. 어안이 벙벙했다. 바다 쪽을 향해 몸을 돌리자,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뒤로 날렸다. 사랑하지 않더라도 응해 줬을 법한 분위기였는데...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아니었구나!



해변을 한 바퀴 돌고 콘도로 들어갈 셈으로 모래사장이 끝나고, 갯바위가 시작되는 곳까지 갔다. 돌아서서 콘도를 향하는데 파도 소리에 섞여 작은 신음 소리가 귓전을 파고 들었다. 누군가 이 좋은 자리에서 좋은 시간을 가지고 있구나.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광식 씨...! 아~~!”



저런... 어쩐지 해변에서 안 보인다 했더니...! 오후에 답사를 해 놓고 저녁을 먹자마자 부랴부랴 그 쪽으로 왔을 선미 누나 커플을 생각하자 웃음이 나왔다. 어디 한 번... 다행히 내가 입은 푸른 색 옷은 어둠 속에서는 잘 식별이 되지 않았다. 해변 쪽으로 가서 물 속에 발을 담그고 모퉁이를 돌았다. 분명 육지 쪽만 신경 쓰고 있을 테지?



바위 뒤 다섯 평도 되지 않는 길다란 모래톱에 선미 누나와 광식 군이 포개져 있었다. 옆에 곱게 접어진 건 선미 누나의 티셔츠와 반바지.. 그 위에 광식 군의 안경... 내가 있는 쪽에서는 나란히 겹쳐진 두 사람의 머리만 보였다. 광식 군은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는 중... 바위 뒤에 구부리고 서서, 눈만 내놓고 그들의 행위를 구경했다. 광식 군이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는 듯, 부산하게 몸을 움직이고, 누나는 그의 목을 팔로 휘감아 당기고 있었다.



“으음... 으음... 으음...”

“아아~~!”



두 사람의 움직임이 멈췄다. 격렬하지 않은 섹스... 최소한 선미 누나만큼은 난희 누나처럼 격렬한 섹스를 즐기지는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 그 날의 난희 누나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그렇게 처절하게 섹스하는 여자는 아마 세상에 그 여자 뿐일 거야. 섹스는 저렇게 간결해도 나쁘진 않아...!



광식 군이 몸을 일으키자 누나가 그의 앞에 다리를 활짝 펴고 앉아, 자신의 사타구니를 더듬고 있었다. 휴지까지 챙겨 가지고 온 저 준비성. 누나가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매력적인 몸매에 나는 반하고 말았다. 가늘게 좁아진 허리에서 확장되는 엉덩이... 큰 키에 어울리는 그 볼륨감... 그 아래로 다시 좁아져 길게 뻗어 내린 두 다리... 치렁치렁한 긴 머리를 누나가 머리띠로 묶었다. 유난히 더 길어 보이는 긴 목.



생각해보니 철들고 난 이후에는 선미 누나의 몸매를 본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저렇게 훌륭한 몸매로 변했을 줄은... 가슴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누나의 쇼는 거기에서 끝났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 광식 군이 누나의 허리를 팔로 끼고 둘은 콘도를 향해 모래톱을 빠져 나갔다.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볼록하게 부풀어 오른 사타구니를 내려다 보았다. 성욕은 참 단순하다. 그 사람과 나의 관계가 어떤 관계라는 걸 전혀 고려해 주지 않는다. 항상 정직하게 매력적인 것에 반하면, 고개를 쳐들 뿐...



콘도에 도착해 보니, 조금 전의 여세를 몰아 광식 군이 아빠에게 선미 누나를 달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선미가 아직은 조금 어린데...”

“괜히 시간만 끌어 뭐하겠습니까? 제일 결혼하고 싶을 때 해야죠. 그러니 허락해 주십시요, 장인어른.”



아빠는 미적미적하시면서도,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허허, 이 사람. 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따라온 건가?”

“죄송합니다, 장인 어른. 더 이상 이 사람 방치해 두고 싶지 않습니다.”



광식 군에게 저런 당찬 면이 있을 줄이야. 항상 샌님같이 밋밋한 표정만 짓고 있더니...



“선미 네 생각은 어떠냐?”

“저도 더 늦출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그냥 할게요.”



“허허, 이놈들 참. 그래, 내 올라가서 자네 부모님 한 번 뵙지.”

“감사합니다, 장인 어른. 제가 부모님께 말씀드려 날짜를 잡겠습니다.”



“아빠, 고마워요.”

“어이, 수호 엄마. 술상 좀 봐. 좋은 날인데...”



아빠는 기분이 좋은 듯 했다. 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사실 집에 선미 누나가 없다는 건,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비록 맥주지만 저녁 식사 때는 엄마의 만류로 못 드신 술을 드실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아빠는 흡족하실 터였다. 평소 간이 좋지 않으신 아버지였지만, 그 날만은 간을 술 속에 담그겠다는 듯 술잔이 입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수호 너도 매형한테 한 잔 권해 드려라.”

“축하드려요, 광식이 형.”



“매형이라니까, 어유, 얘 좀 봐 엄마. 끝내 광식이 형이래!”

“괜찮아, 선미 씨. 식 올리고 나면 그때 듣지 뭐. 고마워. 매제.”



맥주 한 잔을 쪽 뽑아 올렸다. 저렇게 마시면 힘들 텐데... 전에 광식 군의 주량을 한 번 확인했던 나는 예비 장인어른 앞에서의 그의 활약에 슬며시 약이 올랐다. 몹쓸 짓을 하고 싶었다.



“싱거운데 소금 좀 넣으면 안 될까, 아빠?”

“싱겁다니? 술이 원래 싱겁지.”



“소금 좀 넣자. 내가 사올게. 좋죠, 아빠.”

“우리 수호가 술 좀 먹나 보구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식료품 가게에 가서 큰 놈으로 양주를 골라 이십 만원이 넘는 거금을 치루고 다시 올라갔다. 그걸 보더니 아빠가 껄껄 웃으셨다.



“수호 엄마, 얘 용돈 너무 많이 주는 거 아냐?”

“어유, 수호야. 그 많은 걸 언제 다 마시려고 그래?”



“매형이 생기는 건데 내가 한 턱 내야지. 안 그래, 누나?”

“우리 광식 씨 술 잘 못해.”



하지만 장인 어른이 잘 하시는데 어쩌랴! 폭탄주는 시계 방향 또는 고도리 순으로 돌아야 맛이지만, 어른이 계신 자리라 그럴 수가 없어, 그냥 대량 생산을 하고 엄마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한 잔 씩을 배당했다. 그리고 거창하게...



“잔을 비우지 않으시는 분은 두 분 결혼에 하자 있다고 생각하시는 걸로 판단하겠습니다.”



쨍하고 부딪치고 나서, 그 혼합액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곁눈질로 주변을 살폈다. 아빠는 역시 웃으시며 원샷! 맘껏 술을 드시게 해드렸으니, 분명 날 효자라고 생각하고 계실 거고... 광식 군은 여전히 그런대로 마시고, 선미 누나는 역시 강적이었다. 얼굴을 찌푸린 유미 누나... 억지로 술을 넘기는 누나가 사약을 마시는 왕비 같았다.



“어디 내가 한 번 조제해 보자. 이리 줘 봐. 아들이 사 온 술이라 그런지 쩍쩍 달라 붙네.”



아빠가 광식 군의 주량을 알 리 없었다. 선미 누나는 그런 아빠와, 뺨이 불그레하게 물든 광식 군을 번갈아 쳐다 보더니, 결국 못 참고 말을 하고 말았다.



“아빠, 광식 씨 술 많이 못 마셔요. 지금도 좀 넘었어.”

“괜찮습니다. 한 잔 더 하겠습니다, 장인 어른.”



역시 기개다. 원흉인 나를 보는 선미 누나의 표정이 곱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 누나의 표정을 외면했다. 술로 사람을 골탕 먹이는 게 내가 제일 경멸하는 짓이었는데, 그걸 내가 하고 있으니... 어쨌든 술자리를 일찍 끝내고 싶지 않은 아빠의 주도로 한 잔 씩을 더 마셨고, 광식 군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한 잔, 아니면 두 잔 쯤이겠지? 다시 한 잔씩을 만들어 돌리고, 이번에는 두 사람의 영원한 행복을 기원한다고 잔을 부딪치는 데, 역시 선미 누나의 잔머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잠깐, 나 광식 씨 흑장미 할래. 광식 씨 내가 마실게.”



어이가 없었다.



“누나, 그런 거 하나도 고마운 거 아냐. 나중에 그런 걸로 부부싸움 하고 그런다?”

“우리는 그런 거 없어. 어유, 못 됐어, 진짜. 저런 것도 동생이라고... 너 내가 나중에 너네 각시한테도 똑 같이 한다?”



내 각시라... 나도 술에 어느 정도는 취해 있었다. 안 그랬다면 그 말을 듣고 유미 누나를 보지는 않았을 텐데... 누나는 받은 술잔에 마치 끔찍한 구렁이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멀찍이 들고 노려보고 있었다. 아빠 유전자는 받은 게 확실한데 왜 술을 못 마실까?



“좋아 그럼, 누나 흑장미 해. 나도 흑기사 할께.”



여자랑 경쟁하는 게 치사했지만, 이미 맛이 가버린 광식 군과 유미 누나는 젖혀 두고, 선미 누나와 내가 경쟁을 하고 있었다. 한 번에 폭탄주 두 잔씩, 광식 군은 이미 눈을 게슴츠레하고 뜨고 앉아 흔들거리고, 유미 누나는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최소한 나는 응원군이 한 명 있어.



“수호 아버지, 들어가 자요.”

“그럴까? 아이고, 역시 젊음이 좋다. 내 새끼들 잘 키운 거 확실하다.”



이틀 동안 밤낮으로 마실 생각으로 과도하게 준비해 온 맥주도 다 떨어지고, 내가 사온 술도 바닥이 나 있었다. 마지막 잔을 마시고, 선미 누나는 광식 군을 부축해 방으로 옮겼다. 나는 그때까지 옆에 앉아 있던 유미 누나를 챙겼다.



“누나도 가서 자.”

“응. 너도 일찍 자. 그래야 내일 잘 놀지.”



방이 세 개니, 아빠 엄마 하나, 자매 하나, 그리고 광식 군과 내가 하나였다. 큰 누나가 광식 군을 눕히고 나오더니 나를 쏘아 보았다.



“너 왜 그래? 나한테 무슨 못마땅한 거 있니?”

“내가 어떻게 누나한테 그런 게 있겠어. 그냥 매형이 생겨 기분이 좋은 거지. 헤헤헤.”



“수호야.”

“응?”



“솔직히 말해 봐. 누나 눈치 빠른 거 알지?”

“누나 술 한 잔 더 할래?”



“어디서?”

“가게에서 사서 해변 가서 마시지 뭐.”



“그래. 조금만 더 마시자.”

“누나가 사.”



해변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안보였다. 콘도의 객실에서 나오는 흐릿한 조명으로 주변을 겨우 분간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이미 상당히 마셨기 때문에 소주를 몇 잔 먹자, 내가 취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선미 누나도 간혹 고개가 흔들거리고 있었다. 아마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조금 나눴던 것 같다.



“이제 말해 봐, 도대체 왜 그러니?”

“.....”



“광식 씨가 싫은 거니, 아니면 나한테 기분이 나쁜 거니?”

“누나는... 많이 가졌어. 그렇지?”



“가지다니...?”

“좋은 직장도 있고, 성실한 신랑도 생길 거고... 엄마랑 아빠 사랑도 듬뿍 받고...”



“그래.. 그렇다고 치자. 너는 안 가졌니?”

“나도 많이 가졌지. 과분할 만큼...헤헤헤.”



“근데 왜 자꾸 심통을 부리는 거야..! 이 누나.. 슬프게..”

“슬프다고? 누나도 그런 거 알아?”



“말꼬리 잡지 말고 대답해라.. 너! 나는 꼭 네가 내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 같이 느껴져.”

“누나.”



“말해!”

“유미 누나 요즘 이상한 거 못 느껴?”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눈치가 빠르다더니, 관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눈여결 볼 시간이 없는 건지...



“유미 누나한테 좀 잘 해라.”

“갑자기 그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유미 누나는 가진 게 없잖아.”

“얘가 참... 우스운 소리 하네? 번듯한 대학교 다니고, 부모님 다 있고... 게다가 너처럼 끔찍이 위해주는 동생도 있는데 뭘 안 가졌다는 거야?”



사실을 털어놔 버리고 싶었다. 그 사실을 알면 선미 누나가 유미 누나에게 좀 더 관심을 가져 줄까? 그렇지 않을 거라는 것이 결론이었다. 저 마술 같은 세치 혀로 자신을 정당화시킬 게 분명했다.



“그렇네. 누나 말이 맞네.”

“너 또 앞으로 광식 씨한테 함부로 하면 정말 가만 두지 않을 거야!”



그래, 그냥 선미 누나는 모르는 게 나았다. 어차피 날짜 잡고 결혼하면, 우리 집에 있을 날도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콘도로 돌아갈 때 쯤에는 선미 누나는 완전히 취해 비틀거리고 있었다. 나보다는 조금 약한 편이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어지간한 남자들은 당하지 못할 정도의 주량이었다. 먼저 들어간 그녀가 유미 누나의 방으로 가는 대신 광식 군이 자고 있는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저런....! 거기가 아니지, 김선미 씨... 부모님이 바로 옆방에서 주무시고 계시는데... 아무리 도장을 찍었다고 해도 그러면 안 되지. 나도 비틀거리며 선미 누나를 따라 들어갔다. 광식 군이 누워 자는 바로 옆에 큰 누나가 쓰러져 있었다.



“누나.... 누나....!”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해서,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이며 몸을 흔들어 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도 눈 앞이 빙빙 돌았다. 할 수 없이 자고 있는 광식 군을 흔들어 깨웠다. 둘이서 누나를 들어서라도 옮길 생각이었다.



“광식이 형, 광식이 형!”



광식 군도 술을 많이 마셔서인지 좀체로 눈을 뜨지 않았다. 어차피 둘이 결혼할 거, 그냥 내버려 둬버릴까? 하지만 새벽 같이 일어나시는 엄마가 두 사람이 한 방에서 자고 있는 꼴을 보면, 쌍심지를 켜실 게 분명했다. 그리고 하루 종일 그것 때문에 온 가족의 휴가를 망칠 게 뻔했다.



“에이 씨!”



누나를 반듯이 눕혔다. 유미 누나처럼 체구가 좀 더 작았으면 좋았을 텐데, 워낙 위 아래로 긴데다가, 나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어서 안아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누나 옆에 쭈그리고 앉아 한 손은 목 뒤에, 다른 손은 허벅지 뒤에 찔러 넣고, 마치 올림픽에 나선 역도 선수가 된 것처럼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몸에 남은 힘을 다해 끌어 올렸다.



“끄응~~!”



하지만 웬걸, 누나의 엉덩이가 땅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힘이 바닥난 나는 오히려 누나의 몸 위에 쓰러지고 말았다. 브래져의 견고함이 내 가슴 아래에서 느껴졌지만, 그것 때문에 흥분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성욕은 상대를 가리지는 않지만, 음주량에는 영향을 많이 받는구나. 가서 샤워라도 한 다음에 다시 시도해볼 생각으로 몸을 일으키는 데... 갑자기 큰 누나가 두 팔을 감더니 내게 매달려 왔다. 그 바람에 다시 누나의 몸 위에 내 몸이 포개졌다.



“광식 씨이~~!”



내 머리와 누나의 머리가 교차하고, 내 볼에는 뜨거운 누나의 볼이 닿았다. 야릇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러고 있다가 광식 군이 눈이라도 뜨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몸을 일으키며, 어떻게든 누나의 팔을 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소리를 낼 수가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그런데 선미 누나는 떼어내려 하면 할수록 더 찰거머리 같이 달라붙는 것이었다. 어찌나 힘이 센지...나중에는 내 뺨에 대고 자신의 입술을 비비기까지 했다. 광식 군을 좋아하긴 하나 보구나. 이렇게 술 취해 곯아 떨어져서도 찾는 걸 보면... 땀을 뻘뻘 흘리며,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묘안을 생각하려 애썼다. 그 사이에 자극 받은 고추가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었다.



힘으로 하려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말에게 물을 먹이려면,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손을 내려 선미 누나의 옆구리 쯤을 더듬어 셔츠를 걷어 올렸다. 그리고 탄탄한 탄력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살덩어리를 지그시 움켜 쥐었다. 점점 더 세게... 그 정도 통증이면 기절한 사람도 벌떡 일어날 법 한데, 선미 누나는 그저 얼굴만 찡그리더니 옆구리를 비틀며 버둥거릴 뿐, 내 목을 감은 팔을 풀 생각 같은 건 아예 하지 않았다.



더 강한 자극이 필요했다. 생각나는 한 군데... 그곳 밖에 없었다. 손을 셔츠 속으로 밀어 올리자, 브래져의 감촉이 손 끝에 만져졌다. 그걸 손등으로 밀어 올리며 유방의 융기를 타고 올라갔다. 물컹물컹하고 부드러운 감촉... 얼마나 큰 지 손바닥을 쫙 펴도 그걸 다 덮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곧바로 꼭지를 찾았다. 야들야들한 느낌의 꼭지... ‘누나... 미안해....!’



엄지와 검지 사이에 꼭지를 끼우고 강하게 비틀었다.



“으응~~”



그것만은 참기 힘들었는지 누나가 팔을 풀어 주더니 내 손을 붙잡고 유방에서 떼어내려 했다. 후유~! 손을 빼주자 누나는 광식 군의 쪽으로 모로 누워, 다리를 구부렸다. 에잇!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지각이 있으면, 새벽에라도 눈을 뜨고 자리를 옮기겠지! 방에서 나오기 위해 일어서서 몸을 돌린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절반쯤 열린 문 옆에 서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의 윤곽은 유미 누나였다. 마치 내 딸딸이를 처음 목격한 그 날처럼 그 자리에 못 박혀 있었다. 휴우~! 엄마가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안 잤어, 누나?”

“응... 들어오는 소리 듣고 일어났어.”



“가서 자. 나는 씻고 거실에서 잘게.”

“언니... 더듬었어?”



이게 무슨 소리? 맙소사! 내가 선미 누나의 옷 속에 손을 집어 넣은 걸 본 것이다. 당연히 내가 술 취한 선미 누나를 추행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녀 위에 엎드려 가슴을 매만지고 있었으니...



“아니.. 그게 아니고...”

“나... 나쁜 놈.”



누나가 몸을 홱 돌리더니 방으로 향했다. 순간 당황했다.



“누나....!”



급하게 따라간 내 눈 앞에서 문이 닫히더니, 딸깍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못 살아. 이게 무슨 꼴이람? 대답 없는 방문 앞에 대고 나는 소리를 죽여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억울했다.



“그게 아니라... 큰 누나가 나를 광식이 형인 줄 알고... 매달린 거야. 그래서 누나를 떼내려고 했는데... 잘 안되잖아. 그래서 할 수 없이 큰 누나 가슴...!”



참 내. 더 이상은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 걸 주저리주저리 해명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전후 사정 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고, 술 취한 여자를 추행이나 하는 파렴치범으로 나를 간주해 버린 유미 누나의 처사에 화도 나고... 그래도 취하지만 않았다면 그 다음 말까지는 안했을 것이다.



“그래! 더듬었어. 조~~옿더라. 누나 꺼보다 훠얼~~씬 좋더라. 어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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