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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를 꿈꾸며(개정)2 - 19부

작성일 20-01-1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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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익명 조회 46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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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정욱이가 그렇게 얘기를 했다 그말이지."

"그러게 말이야. 정말로 새파란 녀석이 눈에 뵈는 게 없는지...... 속상해서 원......"



어머니 제사가 끝나고 나자 간만에 모인 식구들끼리 이런 저런 얘기가 나왔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때쯤 윤혜가 얼마전에 정욱과 만난 일을 거론하며 험담을 하기 시작하였다.간략히 요약을 하면은 자신들이 남편을 소몰 듯이 이리 저리 끌고 다니면서 괴롭힌다는 정욱의 발언을 놓고 그들은 분을 삭히지 못한 듯 하였다. 하지만은 여기 모인 사람들 전부다 이들 자매와 같지만은 않아 보였다.



"너희들, 한번쯤 깊히 생각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데......."

"뭔 소리야 큰 오빠?"

"나쁜 감정이라던가 자존심같은 것은 접어두고 한번 정욱이가 한 말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 그말이야."



다들 어리둥절해 하며 뭐가 뭔지 몰라 갈피를 못잡을 때 서진이 나섰다. 아무래도 이 참에 자신도 한마디 뭐라고 해야 하겠기에........



"이를 테면은 정욱이 한 말에 대해서 너희 서방님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먼저 확인을 해본다던가...... 어이!! 뭐라고 말들좀 해봐. 매제들....."

"................."



서진이 자신들을 지명을 하자 양선기, 김선중, 원정수 이들 3사람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지 못하였다. 그런 남편들의 모습에 윤혜, 윤채, 윤미 3자매들은 다급해 하며 그들을 재촉했다.



"뭐라고 말을 해봐요?. 어서..... 왜 그렇게 꿀먹은 벙어리처럼 있어요?."

"당신..... 표정이 왜 그래요? 예?"

"어서요!!"

"너희들 나서지 말고 그냥 지켜봐. 이보게들..... 이 참에 하고 싶은 말 있으면은 해봐. 그렇게 겁먹지 말고....... 아!! 우리들 자네들 보고 비웃거나 손가락질 같은 거 않할테니까 안심하고......"



서진은 그들을 부드러운 어조로 달래면서 대화를 계속 진행 시켜나갔다. 서서히 효력이 발생하였는지 먼저 맏사위인 김선중이 입을 열었다.



"솔찍히 말씀 드려서 장인 어른 돌아가실 때 유언장 발표났을 때 너무나도 의외였긴 하였지만은 저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않떨어진다고 해도..... 아니 두 처남들처럼 회사에서 쫒겨난다고해도 상관없었어요."

"여보?"



너무나도 의외인 남편의 대답에 윤혜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떨리는 어조로 외친다.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김선중의 대답을 간략히 요약을 하면은 이러하였다. 처음 자신이 회사에 입사를 하고 난 이후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서부터 자신의 적성이 맞지 않는 다는 것을 느끼고 그만둘까 생각까지 하였다.

그런데 그때에 자신이 회장의 눈에 들어서 윤혜랑 선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결혼으로 일사천리 진행되기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회사내의 최고직에 있는 상관이 자신을 사위로 삼기까지 하고 신뢰를 하는데 그것을 뿌리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결혼한 부인에게 못난 남편의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 같아서 두려웠다고 하였다.

회장의 사위라는 주변의 경의로운 시선과 기대 때문에 생각과 행동이 일치될 수가 없었다



"회사 그만두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어디 대학가 근처에 조그만한 등산 용품 매장 하나 차려서 등반 회원 모집을 하고 내가 그들을 인솔을 하면서 산 사나이가 되는 것 이것뿐이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그렇게 내 뱉고 난후 김선중을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남편을 바라보면서 윤혜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하였다.한동안 집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가 서윤이 원정수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다음이 자신의 차례인 것을 직감한 원정수는 잠시 윤채를 물그러미 바라보더니 이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건설 현장 소장으로 지내는 것이 제 체질입니다. 사무실에서 펜대 굴리고 탁상 공론이나 하는 거 정말로 고문입니다. 경영권이니 뭐니하는 건 내겐 돼지목에 진주 목걸이야."



원정수의 경우는 아주 간략하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였다. 그리고는 더는 할말 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천정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음은 양선기...... 양선기는 그저 평범한 화이트 칼라이고 싶다고.....

때되면은 승진하고 월급 더 받고 능력에 따라 대우를 받으면은 그뿐일뿐 그 이상을 원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고 하였다. 누구누구처럼 전무 이사, 회장이라는 자리는 너무나도 어울리지도 않고 과분하다는 말도 덧붙여서.......

한동안 집안에는 적막감만 맴돌았다. 어처구니 없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충격을 받아서 어찌할지 몰라하는 3자매들...... 그런 아내들의 눈치를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는 남편들......

그러다가 그런 침묵을 먼저 깨뜨린 것은 서윤이었다.



"이만..... 너희들 돌아가보는 거 어때. 돌아가서.... 못다한 얘기...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하면서 서로에 대해서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거야. 어떤가."

"그, 그게.... 좋겠네요. 오빠...."



먼저 윤혜가 대답하였다. 그래도 이들 자매들 중에서 윤혜가 가장 이성적인거 같았다. 아직도 충격에 가시지 않은 듯 하면서도 그래도 침착하게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은 말이다. 윤혜가 그렇게 말하자 동생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거 괜찮을까. 부부싸움 나는 거 아냐?"



동생 내외들이 탄 차가 줄줄이 집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서진은 걱정스럽다는 듯 한마디 하였다.



"언젠가는 부딫혔어야 할 일이야. 오히려 잘된거지 뭐. 이 참에 치맛바람에 놀아나지 않게끔 각성하였으면 좋겠어."



서윤의 말에 서진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은.......



"그 말, 매제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닌거 같은데........"



치맛바람이 저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상기하면서 서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매제들 그냥 평범한 집안 여자랑 결혼하고 지냈다면은..... 오늘 같은 일은 없었을텐데...."

"윤혜, 윤채, 윤미 걔들이 결혼할때쯤에 우리집안 그렇게 특별하지 않았어. 자수성가한 사업체 굴리고 있는 약간 있어 보이는 집안일뿐이었어."

"듣고보니 그렇네."



일명 사위 자식 패밀리라고 하는 양선기, 김선중, 원정수 이들 3명은 자신들 아버지 생존시 그렇게까지 의식할만한 존재들이 아니었다. 서진이나 서윤도 이들이 그렇게 야심이 없는 그저 평범한 인물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은 아버지 생존시 이들을 어느정도 경계했던 것은 여동생들의 입김때문이었다. 윤혜, 윤채, 윤미 이들 3자매가 수시로 아버지 곁에서 아양떨면서 사위들에게 후한 점수 주게끔 공작?을 폈고 그로 인해서 향후 경영권, 유산 상속에서 어떤 돌발 변수로 작용할지 장담할수 없었기에 경쟁관계로 탈바꿈한 것이다. 즉 주변의 상황이나 이해관계로 인해서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종의 희생양이랄수 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형이랑 툭 터 놓고 얘기한게 참 오랜만이네"

"술 한잔 할래요."

"그거 좋지."



서진의 제안에 서윤이 흔쾌히 응하며 둘은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가.....



"말도 않돼요!!"



안으로 들어가던 중에 갑자기 집안에서 들려오는 쩌렁 쩌렁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서진과 서윤은 의아해하였다.



"??"

"뭐, 뭐야?."

"이 목소리.... 제수씨? 같은데......"



서윤이 그렇게 지적하자 서진은 형의 말이 맞다고 여기고 아무래도 뭔가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왜들 그래....요?"



서윤과 서진이 안으로 들어와보니 부엌에서 김미혜와 정유민이 서로 마주한채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이 과관인 것이 서진의 부인인 정유민의 모습이 예전엔 볼수 없었던 뭔 일에 화가 잔뜩 났는지 눈에 불을 켜고 김미혜를 노려보고 있었고 김미혜는 그런 동서의 시선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안절 부절 하면서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런 두사람의 모습에 한동안 할말을 잃던 서윤과 서진, 그러다가 제일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서진이었다.



"당신..... 아니, 형수님 이 사람 왜그러는 거예요? 예?"



집사람에게 물어보려다가 차마 그럴수 없어서 형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만큼 정유민의 모습은 서진 자신에게 너무나도 의외의 모습이었고 다가가기 겁이 났었다.



"당신.... 뭔 일 있었어? 왜들 그래."

"저, 저..... 그게..... 동서..... 왜 그러는 거야? 갑자기..."



김미혜는 남편의 물음에 답하려다가 다시 정유민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말하였다.

하지만은 곧 들려오는 정유민의 대답은 그의 심기가 어떠한지 알수 있을 정도로 살기가 잔뜩 배여 있었다.



"아까 한 말 다시 해봐요!! 뭐가 어쩌고 어째요!!"

"여보? 왜 그러는 거야. 진정하고 차근 차근 이유를 말해봐. 아니..... 형수님 뭣 때문에 이 사람 이러는 거예요. 말씀해보세요. 예?"

"그, 그게..... 저어...."



동서랑 남편 시동생을 번갈아 보며 눈치를 보며 김미혜는 말을 꺼냈다.



"그, 그럴수가!!! 그게 사실이야? 정말로...."

"내 눈으로 분명히 봤어요. 진짜에요."



아내의 말에 형수의 말에 서윤과 서진은 경악을 감출지 못하였다. 김미혜가 한 말은 정욱에 관한 것이었다. 정욱이 아버지의 애인이었던 윤비서랑 놀아난게 분명하다고..... 그리고 얼마전에 자신이 외출했다가 윤비서랑 마주쳤는데 그때 산부인과에서 그녀가 나오던 중이었다고... 남산만하게 배가 불러 오른 상태였다고 하였다.



"그 병원에 가서 알아보니까 거의 5개월 다돼간다고 그러데요. 세상에....... 하여간에 이젠 눈에 뵈는 것이 없는지 아버지 애인까지...... 나참....."



상황 설명을 하면서 김미혜는 정욱에 대한 자신의 않좋은 감정까지 덧붙여 가면서 그렇게 씹어댔다.

김미혜의 말은 서윤과 서진에게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아버지 애인이었던 윤비서가 지금 임신중이라는 것과 정욱이 한 짓이 분명한 것 같다는 그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억지 부리지 말아요"



듣다 못한 정유민이 나섰다. 그런 동서의 모습에 김미혜는 더는 뭐라 말 못하고 남편과 시동생에게로 향하였다.



"설겆이 하다가 그 얘기를 하니까 동서가 저러는 거 있죠? 동서..... 왜 그러는 거야."

"형수님은 가만 계세요. 여보, 흥분하지 말고 마음 가라 앉히고..... 예기를 해봐. 자, 진정하고......"



일단은 형수인 김미혜의 말이 너무나도 뜻밖이고 충격적이긴 하지만은 아내의 반응 역시 심상치가 않기에 서진은 우선 그녀를 달랬다. 한참 동안 흥분해 있는 아내를 달랜후 서진은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물었고 정유민은 설명을 하였다. 얼마전에 자신이 정욱의 집에 찾아가서 알게 된 것을 그리고 진희와 나눴던 얘기들이랑 김미혜의 말처럼 정욱이 진희랑 놀아나서 그런 것이 아닌 돌아가신 시아버지의 유복자라고 못박으며.......



"절대로..... 절대로.... 아니에요. 도련님이 그런 짓을 할거라고 생각하다니..... 형님. 미쳤어요. 어떻게 된거 아니에요"

"아니.... 동서.... 듣자 듣자 하니까 못하는 말이 없네. 미쳤냐니..... 그리고 그 윤비서가 밴 자식이 돌아가신 아버님 자식이라고 어떻게 확신을 해. 아!! 가만.... 그러고 보니?"



말하던 중 김미혜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무릅을 탁 치며 외쳤다.



"그렇군. 그 윤비서 그년이 나한테 애 밴 사실을 들키니까 연막 작전을 쓴거야. 그래."

"연막작전이라니....."



서윤이 의아해하며 아내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도련님이랑 윤비서가 작당을 해서 동서 불러다 놓고 돌아가신 아버님 자식으로 오인하게끔 농간을 부린거 아니겠어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그럴리 없어요."



김미혜의 말을 듣던 정유민이 더는 격한 감정을 참기 어려웠는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정유민의 외침, 정욱이 일 벌린것이고 사고 친거 맞다는 김미혜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그날 자신들의 시어머니 제삿날의 뒤끝이 껄끄럽게 매듭지어졌다. 더 나아가서 김미혜는 어쩌면은 현재 한집에서 동거중인 아버지 후처인 이준기 딸이랑 정욱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일 수도 있다는 추측까지 내놓자 정유민은 끝내 이성을 잃고 김미혜에게 달려들었다. 한동안 머리 끄뎅이 붙잡고 격한 싸움을 하는 두 여자를 말리느라고 서윤과 서진은 크게 곤욕을 치뤘다..



"제수씨는 어때 괜찮아?"

"응, 이제 진정했어."

"제수씨 저렇게 흥분한거 나도 처음봐."



그 말에 서진도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방금전에 자신이 목격한 아내의 흥분된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저기, 형"

"응?"

"어떻게 생각해. 형수님 얘기랑 저사람 얘기..... 어느쪽이 맞을까?"

"그게........"



서진의 물음에 서윤은 선뜻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의 얘기를 종합해봤을땐 아버지 애인이었던 윤비서가 현재 임신중이라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하지만은 문제는 그 뱃속의 아이가 누구 자식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형수님이 말한 것은 이렇다 할 근거 없는 추측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봐야 하겠지."



서진과 서윤은 애써 좋은 방향으로 정유민의 말대로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의 유복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우선하였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윤비서를 아주 가까이 하였다는 사실을 이들은 잘 안다. 재혼을 하고 난 이후에도 후처랑 같이 한 이불속에서 뒹굴었던 만큼 그런 추측은 당연하며 자연스럽지 않은가. 하지만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왜 여태까지 그 사실을 정욱이나 윤비서는 전혀 자신들에게 알리지 않았을까.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상의할 일은 아니라고 해도 애써 숨겨둘 필요까진 없는 일일텐데...... 김미혜의 말대로 정욱이 윤비서랑 일을 벌려서 생긴 씨앗이라고 가정한다면은.....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진 않았지만은 아주 가능성이 없는 추측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윤비서는 얼마후 회사를 그만 둔 상태이고 계속 정욱이랑 한집에서 지내는 것을 이들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계모도 같이......

윤비서는 정욱보다 한 살 아래, 계모는 정욱보다 3살위...... 그런 그들끼리 한집에서 같이 지낸다면은.....



"아휴, 그만두자. 우선은...... 그 얘기는 일간 정욱이 만나서 얘기 해보자."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지요.그나저나 이거 도데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정말....."



서진은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듯 하였다. 일단은 윤비서의 뱃속의 아이가 돌아가신 아버지 자식이라고 가정한다면은 자신에게는........



"연달아서 20년 간격으로 동생이라니......."



이제 자신의 나이는 40대 중반으로 접어든다. 그런 자신에게 또 다시 동생이 생긴다니 생각만 해도 기가 찰뿐이다.

하지만은 그 반대인...... 형수의 말대로 그렇게 정욱이 일을 벌려서 생긴거라면은.....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생각하면은 할수록 미묘한 문제가 아닐수 없었다.



"너, 그만 가봐라. 제수씨도 저런데 언제까지 여기 있을거야."



서윤은 우거지 상을 하는 동생이 안스러운지 그렇게 권하였다.



"그래. 나 이만 가볼게. 형. 아!! 그리고....."

"뭔데?"



서진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나직한 어조로 서윤에게 말하였다.



"일단 그 문제는 내가 정욱이랑 얘기를 해서 알아보도록 할게."

"니가 하겠다고?"



갑자기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는 말에 서윤은 잠시 의아해 하였지만은 아무래도 형제들 중에서 자신은 정욱에게 다가가긴 좀 뭣한 위치요 관계가 아닌가. 그런만큼 상대적으로 얼굴 붉힐 만한 일이 덜한 서진이 나서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지. 알았어."

"고마워. 형, 그리고 진상이 밝혀질때까지 어느 누구한테도 이 일이 발설되지 않아야 해. 알겠지."

"음........ 그러는 것이 좋겠지"



어느쪽이 맞는지 틀렸는지 간에 소문나서는 별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엔 서윤도 동의하였다. 그렇기에 동생의 말에 수긍하였다.

그렇게 서진은 형에게 몇가지 당부를 하고 난후 서윤의 집을 나섰다. 집으로 가는 동안 서진은 한동안 아내와 얘기를 하지 않았다. 조금전에 극도로 흥분하며 고래 고래 소리치며 형수랑 머리끄뎅이를 붙잡고 싸우기까지 하던 아내의 모습을 떠올리자니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집에 도착을 한후 서진은 딸 하영이 잠든 것을 확인을 한후 아내를 서재로 불러들였다. 생각같아서는 밤도 늦었으니까 내일 얘기하는 것이 좋겠지만은 급한 마음에 그렇게 여유를 갖지 못하였다. 그쯤해서 정유민은 상당히 안정을 되찾은 상태이다. 하지만은 얘기중에도 항상 김미혜가 한 말에 대해서 분을 삭히지 못하였다.



"그러니까... 정욱이 집에 찾아갔었고 그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윤비서에게 직접 자초지종을 들었던 거고......"

"예. 당신 복직 시켜준것에 대해서 인사라도 드릴려고요."

"윤비서 임신한 것은 확실한거야?"



남편의 물음에 정유민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서진은 답답한 심기를 반영하 듯 언성을 높였다.



"그럼!! 왜, 얘기를 하지 않은 거야. 당신 말대로 윤비서가 아버지 자식을 가진게 맞다면은 당신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은 나한테는 얘기를 했어야지 않그래."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요. 왠지...."

"왠지? 뭣 때문에........"

"그 일을 당신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아니, 아주버님이나 아가씨들도 그렇고..... 그 일로 인해서 도련님이랑 다시 않좋은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그만......"



아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서 현상 유지를 위해서 쉬쉬하였다? 그런거야. 엉!!"



그렇게 격한 어조로 한마디 하고는 서진은 서재를 뛰쳐나왔다. 한동안 정유민은 서재에 홀로 지내면서 착잡한 심정을 가라앉히느라 애를 썼다. 잠시후 정유민은 서재를 나왔다. 나와보니 거실에는 서진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술잔만 연신 기울이고 있었다. 정유민은 다가가서 그만 마시고들어가 보라고 말하려다가 남편이 표정을 보고는 차마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하고 혼자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서진은 밤새도록 잠 않자고 술을 들이키면서 홀로 지샜다. 세벽이 될 무렵 아침을 짓기 위해서 일어난 정유민이 아직도 거실에 홀로 우두커니 앉아 있는 남편을 보고 놀라며 들어가보라고 하였지만은 서진은 전혀 듣지 않았다. 그렇게 남편의 눈치를 보면서 정유민은 아침을 지으면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할 준비를 하였다. 얼마후 딸 하영이 일어날때쯤 되자 서진은 그제서야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침 식사 시간에 태연한 표정으로 식사에 임하였다. 정유민은 밤새 한잠도 않잔 남편이 걱정이 되었지만은 차마 입밖에 말을 내뱉진 못하였다. 딸아이의 시선이 의식되는 터라 표정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귀울였다. 그렇게 아침 식사를 다 마찬후 서진은 출근 준비를 하였다.



"오늘은 회사 쉬시는 것이 어때요?"

"..........."



아내의 권유에 서진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정유민은 그런 남편의 태도에 불안해 하며 미안한 마음에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을 하며 문밖까지 나선 정유민, 그러다가 그제서야 서진은 한동안 닫혔던 말문을 열었다.



"어제 내가 경솔한거 같았어. 미안해."

"미, 미안하긴요. 제가.... "

"아니, 생각해보니까 어쩌면은 당신 말대로 일지 몰라. 당신이 제대로 본거야."



그렇게 말하고는 서진은 자신의 차에 탄후 서둘러 회사로 향하였다. 어젯밤 서진은 깊히 생각을 하였다. 처음에는 아내가 자신에게 비밀로 붙이고 쉬쉬했던 일에 대해서 배신감까지 들었지만은 그것도 잠시... 시간이지나고 나자 이성과 냉정을 되찾으면서 아내가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고 다방면으로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어느정도 답이 나올수 있었다. 이날 이때까지 배다른 동생 정욱에 대한 자신과 형들 여동생들의 않좋은 감정과 태도를 떠올렸고 그것을 하나도 빼 놓지 않고 아내는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런 그녀인데...... 또다른 배다른 동생의 출현에 대해서 남편인 자신과 다른 형제들은 어떻게 생각을 하고 어떻게 받아들일까.

형제간의 사소로운 일로 인해 주먹 다짐에서부터 법정에서 소송까지 가고 별이 별 추태를 다 부렸던 것을 떠올린다면은 그런 불편한 관계가 다시 순환 반복된다고 여기지 않았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서진은 아내가 윤비서의 임신 사실을 비밀로 붙인 것에 대해서 어느정도 납득을 할 수가 있었다.



"그나저나 정욱한테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까"



윤비서와 정욱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고 어떻게 그 일을 거론하며 꺼내야 할지 암담하기만 하였다. 강제적으로 하기에도 뭣하고 그렇다고 서로간에 대화 및 협상이란 것으로 해결해 나가기도 뭣하니까 말이다.

아니, 정작 자신들 스스로가 마땅한 해결책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



"으이그..... 정말로 답답하다. 답답해. 아버지 왜 벌써 돌아가셨어요!!"



머릿속이 복잡해진 서진은 참다 못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외쳤다. 물론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그런건 아니다. 사실 이런 일이라면은 아버지가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정욱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지 실력 행사는 물론 권위와 위엄, 그리고 자상함을 다 갖춘 분이니까.

그리고 아내 말대로 윤비서의 아이가 아버지 자식이라면은 그 또한 아버지 선에서 해결할 일이 아닌가. 그런데 그분은 지금 세상에 없고...... 자신들이 그 일들을 다 떠짊어져야 한다니. 속으로 답답해 하지 않을수 없었다.



-제1 단계 순조롭게 진행중, 제 2단계 오늘부로 시행할 것-



인터넷으로 온 메일의 내용을 바라보며 정욱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제빨리 삭제를 하고는 창을 닫았다. 그리고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게끔 일련의 작업들을 병행하면서.....



"아직까지 저들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거 같고..... 순조롭긴 하지만은 이게 언제까지 갈까."



항상 그게 걱정이었다. 자신이 보기에도 저들은 그렇게 바보가 아니니까 말이다. 언제쯤 자신의 정체가 발각되고 그에 걸맞게 조직적으로 대항을 한다면은....... 물론 그에 따른 준비는 되어 있지만은 자신이 유리하게 전개된다는 보장은 할수 없다. 그야말로 외로운 싸움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걸려 있는 생에 한판 승부이기도 하고....

그러다가 정욱의 시선이 벽에 걸린 시계로 향하였다.



"이런 시간이 이렇게 됐나?"



그제서야 뭔가 생각이 났는지 정욱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 진희씨. 미안한데..... 나, 오늘 늦을거 같아요. 예.... 예.... 기다리지 말고 그냥 자도록 해요. 알았어요. 알았어. 너무 늦지 않을테니까 안심해요. 몸조리 잘하고......"



마지막 말을 하면서 정욱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 순간 진희 외에 다른 누군가를 떠올렸으니까. 아직 본적도 없는 그 누군가를.......

그 생각만 하면은 항상 마음이 즐거워지고 따뜻해지는 것이다. 왜 그런지 정욱 자신도 잘 모르지만은......



"회장님 벌써 퇴근하십니까?"



나서던 도중 정욱은 이준기 부회장과 마주쳤다. 벌써 퇴근하느냐고 묻는 그의 표정은 왠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예. 따로 약속도 있고...... 오늘은 일찍 들어가 볼려고요."

"그러세요."

"그럼 이만......."



그렇게 짤막한 인사를 건내며 정욱은 발길을 돌렸다. 그런 정욱의 뒤통수를 바라보면서 이준기는 속에서 열불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너, 이럴려고 나 이 자리에 앉힌거지!!"



저 새파란 놈은 근래에 들어 퇴근 시간을 칼같이 지켰다. 이전처럼 날밤 새어가면서 강행군하던 때와는 달리 요즘들어선 저녁 6시 퇴근 시간을 꼭 맞춘다. 물론 일찍 퇴근하는 만큼 회장이 처리해야 할 업무상의 공백을 부회장인 이준기가 그만큼 전부다 떠맡게 되었다.



"그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 하지만은 이거 너무 하잖아."



과거 야근에 철야 근무를 밥먹듯이 하던 그 새파란 녀석을 떠올리며 준기는 씁쓸히 입맛을 다셨다. 그 철부지 어린 놈이 늦은 시간까지 일하던 통에 자신들 역시 형식적으로 눈치 보여서 퇴근 못하고 야근에 철야 근무를 덩달아서 따라 해야 하던 그 시절을 회상하니 자못 대조를 이루었다.



"그래. 참자. 참아.... 어린 놈이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그럴려고 부회장 된거잖아. 않그래."



스스로 그렇게 위안을 하면서 준기는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였다. 그러다가 주머니에서 휴대폰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던 이준기의 표정이 순간 흠칫하며 굳었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면서 상대방과 대화를하였다.



"응. 확실해. 알았어. 일단은 한번 추적할수 있는데까지 해보도록...... 그래도 않된다면은.... 할수 없지. 수고해. 그럼....."



그렇게 대화를 끝내고 준기는 자신의 사무실로 황급히 달려왔다. 그리고 문을 잠그고는 자신의 책상에 다가가서 주먹을 쥐면서 힘껏 내리쳤다. 쾅.......하는 소리가 사무실에 울려퍼졌다.



"도데체 어떤 녀석이야. 어떤 놈이 이 짓거리를 하는 거야!!"



이걸로 해서 10개째, 스위스 은행에 개설해 놓은 비밀 계좌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없어진 돈만도 달러로 8200만 달러에 이른다. 비자금들을 해외로 빼돌려서 예치 시켜 놓은 것이니 만큼 상당 기간 동안 찾아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사이에 누군가에 의해서 감쪽같이 그들 계좌들이 해지 된 것이다.

처음 한번 두 번은 몇몇 은행들간의 합병 및 전산망 통합 작업으로 인해서 장기간 찾아가지 않은 휴먼 계좌들이 소실 되어서 그렇다고 여겼지만은 그게 아니었다. 누군가에 의해서 조직적으로 그들 비자금들이 빼돌려지는 것이다.



"이 참에 주변을 한번 점검해봐야 겠어.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자신이 해외에 개설해 놓은 자금 현황에 대해서 어느정도 파악을 하고 있는 몇몇 인물들을 떠올리면서 준기는 이를 갈았다. 만일에 자신의 혹시나 하는 짐작이 맞다면은 결단코 그들을 가만 두지 않겠노라고 다짐의 다짐을 하면서......



퇴근후 정욱이 들른 곳은 한영혜의 집이었다. 간만에 다시 찾아온 귀한 손님을 한영혜는 열과 성의를 다해서 정성껏 모셨다. 전번 방문때에는 하마터면은 자신을 덮칠뻔 했었지만은 지금은 이제 당당한 정식으로 연인으로 확정된 미래를 만들어가는 연인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런 두 연인이 지금 도란 도란 다정하게 속삭이고 있었다.

처음 얘기는 자신들이 첫 성인물을 접하던 때가 언제였는가 하는 것에서부터 그것을 보던 느낌이나 감상 소감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첫사랑이나 첫경험에 대한 고백을 주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한영혜는 첫사랑의 경험을 털어 놓았다. 물론 그런적은 없지만은 이런 경우 만들어서라도 얘기를 해야 하는 만큼 그럴싸하게 꾸며대느라 여간 고생한게 아니었다. 차라리 첫경험을 한적이 언제였는지를 말한다면은 어려울거 없지만은 그런 말을 함부로 생각없이 주절거릴정도로 한영혜는 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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