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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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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익명 댓글 0건 조회 265회 작성일 20-01-1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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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 사람도 술을 마시고 정신을 놓게 되면 '실수'라는 것을 한 단 말이야. 그리고

그 다음날 기억도 나지 않고, 기억이 나면 나는대로 후회하잖아.


술과 밤이 있는 거리에서는 진짜 별의 별 사람들이 많다. 주간에 일하는 서비스직 사

람들도 진상 고객이 많다고 하잖아. 다짜고짜 욕부터 시작한다라던가, 성희롱도 하고,

암튼 상상도 못한 일들이 발생하지만,


유흥의 거리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 그런 미친놈들이 술을 먹었다고 생각해 봐. 장난

아니겠지? 진짜 진상 고객은 물론, 진상 알바생들도 많았어.


2년 간 내 손에 거쳐 간 알바가 300명 정도 된다는 거, 이게 농담이 아니야 ㅎ 하루에

400-500명씩 손님이 찾아오는데, 그 중 1%만 진상이거나 술 먹고 실수한다고 생각

해봐. 하루에 4-5명 꼴로 나를 포함한 우리 가게 직원들을 열받게 하지.


매출이 있는 만큼, 나름 고충도 많았어.


이번 글은 간단하게 우리 가게 이야기나 조금 하려고 해.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고, 그냥

옛 기억을 되살려서 잔잔하게 글을 써보려고 하는데,


재밌는 보장은 못함 ㅎㅎ


...


우리 가게는 오후 5시 영업을 시작해서, 7시 전후로 피크 타임이 시작되어서, 빠르면 11시?

늦어도 12시, 진짜 늦으면 새벽 1시까지 사람들이 물 밑듯이 들어와. 


내가 일군 가게는 아니지만, 딱히 맛집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장사가 어마어마하게 잘 됐어.

4인용 30 테이블이 5-6시간 정도는 만석이니까. 그렇게 맛집도 아닌데, 심지어 밖에서 대기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


그러니까 최소 4시간에서 길게는 6시간의 피크 타임 때, 나를 포함한 모든 직원들은 초죽음

상태가 되는 거야. 쉴 틈이 없어. 화장실 갈 틈도 없고... 


그래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적응을 해나가긴 했어. 그런데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 상황

이 있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을 할 수가 없었어.


이게 일종의 군중 심리가 작용한 건데... 내가 심리학자면 이걸 한 번 분석해 보고 싶더라 ㅎㅎ


우리 가게는 직화로 굽기 때문에 밖에서 불을 피워서 숯을 옮기는 알바도 있고, 카운터 위주로

전반적인 상황을 지시하는 알바도 있고, 나머지는 홀에서 죽어라 서빙만 하는 알바도 있고, 암

튼 그랬어.


그런데 피크 타임 때, 30 테이블이 꽉 차잖아. 그러면 최소한 100명에 가까운 손님들이 가게에

들어와 있는 거야. 이 상황에서 홀에서만 일하는 알바들이 기본 8-9명 정도? 일반 술집에 비해

고깃집은 반찬부터 시작해서 서빙하는 게 많잖아? 그래서 손이 가는 일이 많아서 알바도 굉장히

많이 써야 하지.


이야기 좀 길어졌는데, 그 상황에서, 한 쪽에서 소주를 달라고 하잖아? 그러면 그 주변 테이블

4-5팀에서 소주를 달라고 해. 다시, 다른 한 쪽에서 불판을 갈아달라고 하잖아? 그러면 그 주변

테이블 4-5팀이 불판을 갈아달라고 하지.


같은 총량의 일이라도 순차적으로 들어오면 버텨내는데, 그렇게 한 번에 일이 들어오면 알바애

들이 정신이 없어져. 그렇다고 손님들에게 주문은 순서대로 시키세요라고 할 수도 없고...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아. 나를 포함한 모든 알바가 멘붕하는 순간은 이건 나도 진짜 이해가 안

가더라. 


30 테이블 만석에서 한 팀이 일어나서 계산하고 나간다 말이야. 그러면 알바들이 그 테이블을 

열심히 치워야 하잖아? 바로 손님들이 들어오니까. 그런데 보통 그런 경우 일행도 아닌 다른 테

이블에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언젠가는 한 번에 10팀 정도가 계산해서 나가버리더라. 홀에서 8-9명 일하고 있는 알바애들이

테이블 하나 잡고 치운다고 해도 커버가 안 되는데, 그 상황에서 대기하던 8-9명의 팀들이 우리

가게 안으로 들어오게 돼.


내가 중간에서 조율을 하더라도, 테이블을 치우고, 다시 셋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우리나라

대한민국 사람들 기다리지 않아. 치우지 않은 테이블에 착석해버려. 


그러면 나머지 20개 테이블의 손님들은 가만히 있을까? 술 달라, 반찬 더 달라, 불판 갈아달라,

이런저런 요구를 할 거 아니야.


그 순간에 알바 애들이 정신적 압박을 못 이겨내고 도망가버려. 진짜 농담 않고 그 순간에 도망

가는데, 그러면 남은 알바들은 더욱 멘붕이 오지.


택배 상하차 하다가 도망가는 알바는 봤어도, 고깃집 알바 하다가 도망가는 알바는 처음 들어보

지? 진짜 우리 가게가 그만큼 장사가 잘 됐고, 또 엄청나게 힘들었어.


그 상황은 매번 겪어도 나조차도 적응이 안 되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무리 머리를 쓰더라도 답이 안 나오더라. 그렇다고 30 테이블에

알바를 20명 이렇게 쓸 수 없잖아. 대기하는 손님들 추운데 밖에서 더 기다리라고 할 수도 없고,

더구나 술 한 잔 하고 온 손놈들은 말도 안 통하고...


언젠가는 함께 일하던 알바가 그 순간을 이겨내지 못하고 3명이 도망을 가버려서, 나조차도 도

망가고 싶었어. 굉장히 일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졌지. 그 순간만큼은 돈이고 나발이고......아무

생각도 없더라.


그저 벗어나고 싶을 뿐...


그래서인지 오래 일한 알바들에게는 잘해 줄 수 밖에 없어. 바지사장인 나도 힘든데, 그 친구들은

얼마나 힘들까? 그래서 조금 실수해도 눈 감아주고, 월급날 되면 5만원이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고,

평소에 술도 잘 사주고... 뭐 그랬지...


...


우리 가게는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했잖아?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가더라. 유흥의 거리에 있다고 하지만, 오전 6시까지 고깃집을 하는 건 좀 이

상하더라고. 선배는 다 그런 이유가 있다고 했는데, 나야 그땐 몰랐지.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겪다 보니까, 오전 6시까지 하는 이유가 있었어. 돈 욕심 있으면 오전 8시

까지도 하고 싶더라.


보통 자정을 기점으로 피크 타임이 끝나고, 영업 마감까지 6시간 정도 남지. 그때부터 손님들은 보

통 1시간에 4-5팀 정도 들어와. 오전 5시까지는 손님들에게 6시 마감 공지를 하고 받거든...그러니

까 대충 한가해지는 시간에 약 20팀은 가게를 방문하는데,


그 매출이 기본이 100만원은 돼. 어떨 때는 200만원도 넘어. 대단하지 않아? 할 만 하겠지? 그리고

그 사이 홀은 1-2명 정도의 알바들이 서빙을 하게 되는데, 그래도 널널하지. 꾸준하게 4-5팀 정도

유지되는 것이니까.


나머지 알바들은 뭐하느냐. 자정을 기점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다음날 준비를 하게 돼. 일단

100팀 정도 받았다고 가정하면, 닦아야 할 불판이 300개는 되지. 그거 닦아야 해. 그리고 연기를

빨아들이는 연통, 기름이 어마어마 하거든, 당연히 그거 닦아야 해.


그리고 주방에서는 다음 날 팔아야 할 고기부터 식자재까지 체크에 들어가고, 나에게 보고가 들어

오면, 나도 발주부터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지. 


직화로 고기를 구웠으니까, 남은 숯과 잿더미들, 그런 것도 정리해야 하고, 음식물 쓰레기, 일반 쓰

레기, 맥주와 소주 그리고 음료수 체크하고, 또 그거 일일이 먼지 닦아서 냉장고에 채워놓고,


암튼 할 일이 어마어마하게 있지만, 그래도 피크 타임보다는 나아. 그 시간에는 나름 여유있게 차분

히 성실하게만 하면 되니까.


나는 바지 사장이지만, 그래도 명색이 리더니까, 그 모든 상황을 체크하는 것은 당연 했고, 그러다

보면 생각보다 새벽 시간대도 시간은 잘 갔어.


...


새벽 시간대에 장사가 잘 되는 이유는 딱 하나였던 것 같아. 바로 유흥의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지.

아마 유흥의 거리가 아니었다면, 오전 6시까지 장사? 말도 안 되지.


보통 자정까지 피크 타임이라고 했잖아? 이 시간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반인들이야. 그냥 유

흥의 거리에 즐기러 오는 것이지. 일찍 오는 사람들은 식사를 하기 위해서, 9시 넘어서 오는 사람

들은 2차나 혹은 간단하게 술을 즐기기 위해서...


자정 이후로는 누가 왔을까? 보통 자정이 넘어서 오는 손님들은 이 유흥의 거리에서 일하는 사람

들이었던 것 같아. 일이 끝나서 허기가 지니까 고기로 배를 채우려는 사람, 아니면 간단하게 소주

한 잔 하고 싶은 사람, 그들이 와서 고기를 굽고 술 한 잔을 즐기면서 대화를 나누면, 딱 밤 일 하는

사람들이더라고...


그리고 새벽 3시 정도가 넘어가면 이때 생각보다 많이 오는 손님이 누군지 알아? 바로 여자들이야.

눈치 빠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 여자들이 무슨 일 하겠어?


웃음 팔고, 몸 팔고, 술 파는 유흥가의 꽃들이었지. 나름 각자 힘든 생활을 하고 있을 거 아니야. 새

벽에 와서 우리 가게에서 고기 먹고 소주 한 잔 하면서 자기 인생 한탄하면서 또 그렇게 스트레스 

풀고 하더라.


그녀들이 우리 가게를 오면 그 힘든 시간대에 우리가게 알바들도 힘을 냈었어. 왜냐하면, 뻔하잖아.

일단 눈이 호강하니까. 특히 여름에 그녀들 복장을 보면... ㅎㅎ


특히 bar에서 일하는 여자들도 많이 왔었는데, 이 부분에서는 굉장한 이야기가 또 기다리고 있지.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지, 그 날씬한 몸으로 어마어마하게 먹더라. ㅎ


그러니까, 가끔 그 새벽 시간대에서도 매출이 200만원 나올 수 있었던 건, 유흥가에서 일하는 그녀

들이 우리 가게에서 회식을 했으니까. 새벽 3시, 4시부터 회식으로 급하게 달리거든 ㅎ


나중에 이 주제로 글을 이어 갈 거야. 재밌겠지?


...


우리 가게 내부적인 일은 아니었는데,


유흥의 거리에는 꼭 파인애플이나 떡을 파는 사람들이 있어. 많이들 봤을 거 아니야? 그런데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파지 줍는 사람들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파지를 줍는 할아버지나, 할머니

겠지?


우리 가게 앞으로도 항상 파지를 줍는 할머니가 지나갔는데, 키가 작고 허리도 굽고, 차림새도 그렇

고, 다들 많이 봤을 거 아니야. 당신들이 생각하는 딱 그 모습이야.


평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한 겨울에 파지를 줍고 다니는데, 조금 눈에 밟히잖아. 그래서 우리 가

게에서 박스 몇개 나오면 그 할머니를 챙겨드렸어. 


고물상에 팔아봐야 몇 십원 되지도 않을텐데, 고맙다고 하는 할머니를 보고 마음이 좀 그렇더라.


그렇게 할머니게게 빈 박스를 주기 시작하고, 몇 개월이 지났을 거야. 그런 파지를 줍는 사람들이

꼭 새벽 4-5시에 나와서 일을 하니까, 마음이 그러잖아.


그 할머니가 파지를 줍고 다니다가, 우리 가게 앞에서 한 숨 돌리길래, 식사 하셨냐고 물어봤는데,

아직 안 드셨다고 하더라. 아침에 파지 줍고, 집에가서 먹을 것이라고... 


그래서 좋은 일 한다고 생각하고, 가게 들어와서 식사 좀 하시라고 했어. 연신 괜찮다고 하더라.

그래도 거의 반 강제로 가게에 모셨지. 우리 가게 김치찌개가 제법 맛이 괜찮거든. 김치 찌개에

들어가는 김치를 중국산을 썼는데, 주방 이모가 장난 아니게 잘 끓인단 말이야 ㅎㅎ


김치 찌개 한 뚝배기와 밥 한 공기를 할머니께 대접해 드렸지. 잘 드시더라. 맛있다면서....


좋은일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다 따뜻해지더라. 나 스스로 뭔가 뿌듯함도 생기고, 큰 돈 안 들이

고도 좋은 일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기도 하더라.


그렇게 할머니는 밥 한 공기를 뚝딱 다 드시고, 가게를 나섰지. 나야 항상 '조심하세요'라는 인사

를 했고 말이야.


굉장히 흐뭇하지?


나도 그랬거든. 그렇게 또 몇 개월 지났고, 그 사이에 난 밥도 몇 번 제공해드리고, 눈에 보이면

커피나 녹차도 드리고, 그렇게 지내왔었어.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지역에서나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를 난 겪어야 했어. 이거 진짜 실화냐??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우리 가게를 정면으로 보면 오른쪽에 노래방이 하나 있었어. 노래방 사장님을 내가 알거든, 가끔

알바 애들하고 노래방에 스트레스 풀러 간 적도 있으니까.


그런데 노래방이 지하에 있어서 보통은 사장님을 길거리에서 마주 칠 수 없었는데, 그 날은 밖에

나와서 담배 하나 피시더라. 새벽 시간대였는데, 손님이 없었나 봐, 그게 아니면 마감 직전이었든

지... ㅎ


그 순간에 파지 줍는 그 할머니가 지나가더라. 수레를 끌고 지나가는 할머니를 보고 그 노래방 사

장님이 못마땅한 얼굴로 쳐다보더니, 그 할머니가 멀어지니까, 혀를 차며 말하더라.


"저 노인네... 진짜... 왜 그렇게 살까?"


내가 정의의 사도는 아니지만, 열심히 파지 주우며 사는 할머니에게 저런 말을 하는 노래방 사장

에게 욱 한 감정이 들더라. 그래서 말했지.


"왜요? 나름 열심히 사시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그래야죠.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노래방 사장은 나를 한심하게 쳐다 보더라. 왜 나를 그렇게 쳐다 보는거야? 난 그 이유를 몰랐지.

그런데 그 노래방 사장이 하는 말이...


"아이고... 우리 젊은 사장이... 참... 누가 누구를 도와준다고 그래?"


"네?"


"저 노인네가 이 길거리에 빌딩 2개나 가지고 있는 거 몰라?"


"네에에?"


"저기 길 건너 편의점 있잖아. 그 건물이 저 할머니꺼야."


어느 지역에나 꼭 한 명씩 있다는 파지 줍는 건물주. 이 이야기는 그저 풍문과 소문으로 들어

왔던, 단지 우스개 소리인 줄 알았는데, 내 눈으로 그것을 목격하게 되다니...


사실 할머니가 나에게 굳이 피해를 준 것은 없지만, 괜히 마음에 상처 받더라.

선한 일 한다고... 나 되게 뿌듯하고...나름 마음도 따뜻하고 행복했는데....


그게 다 무너졌네..;;


그 뒤로 파지를 줍던 그 할머니를 계속 보긴 했지만, 이전 같은 마음이 들지는 않더라.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 그렇지?


운동 삼아서 파지를 줍는건가? 참 이해할 수 없단 말이야..ㅎ


...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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